급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수출이 중소기업 해외직접판매법 `재수` 성공의 열쇠가 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해외 소비자의 직접구매(직구)가 늘면서 중소기업의 해외직판을 종합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11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소기업의 해외직접판매 지원을 위한 법률안`(이하 `해외직판법)이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 소위에서 논의를 앞두고 있다.
해외직판법은 중소기업청장이 중소기업의 해외직판을 지원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 시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중소기업 해외직접판매 지원 센터를 설치·지원하고, 해외직접판매 종합 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한다. 또 해외직접판매를 하는 중소기업에 창업 및 자금 지원, 조세 감면 등의 근거를 마련하도록 했다. 중소기업의 해외직접판매 관련 분쟁의 신속한 조정을 위해 `해외직접판매 분쟁조정위원회`를 지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올해 3조 예약한 온라인 수출, 해외직판=국내 소비자들이 해외 사이트를 통해 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직구`로 시작된 국경 간 전자상거래는 기존의 무역 거래 성장세를 능가하는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해외 소비자가 해외 오픈마켓이나 한국 사이트를 통해 한국 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해외직판(역직구)`도 직구를 제치며 온라인 수출의 주역으로 자리 잡았다. 해외직판을 통해 지난해에만 2조원대 수출을 견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해 2조원에서 올해는 3조원대 규모로 온라인 수출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해외직판은 2015년에 처음 1조원을 돌파했다. 추세대로라면 2016년 2조원, 2017년 3조원대 시장으로 올라설 것이 예상된다.
이는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신흥국 시장 중심으로 소비 시장, 인터넷과 결제 수단 발달로 인해 전자상거래가 더욱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리서치센터인 알리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2015년에 낸 보고서를 통해 국경 간 전자상거래가 2020년에는 1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견, 중소기업 수출 활성화 위한 해외직판법 상정=중견·중소기업도 무역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온라인 수출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고 있다.
모바일 커머스 등장과 물류서비스 발달 등 디지털 경제의 성장도 중소기업의 해외직판행을 가속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해외직판이 해외 소비자용 구매 사이트를 오픈하거나 해외 오픈마켓에 입점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해외직판 정보가 부족하고 해외 마케팅 전문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여전히 애로 사항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중소기업진흥공단과 리서치랩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해외직판을 경험한 기업조차도 마케팅 비용, 전문 인력 부족, 적정 채널 선택, 인증·허가 획득, 배송 어려움, 현지어 설명서 제작, 고객 응대 순으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는 민 의원이 해외직판법을 추진하게 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한 차례 공청회를 통해 수출 애로 사항을 호소하는 업계의 의견도 반영했다.
민 의원실 측은 “해외직판법은 중소기업이 애로 사항으로 지적하는 마케팅과 전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신종 산업인 온라인 수출 부문을 키우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궁극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직판법 도입, 중복 지원 및 실효성 논란=해외직판법 도입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민 의원은 해외직판법을 사실상 같은 내용으로 19대 국회 때 한 차례 발의했다. 그러나 임기 만료로 소위에서 폐기됐다.
당시 국회 산자위에서는 해외직판 지원이 별도의 법 제정이 아닌 중기청 등 정부 시책으로도 지원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무역 주무 부처인 산업부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산업부는 해외직판이 사실상 무역의 한 형태이기 때문에 `대외무역법` 소관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의 중소기업 해외 판로지원 사업과 중복되고, 세제 혜택이나 자금 지원이 무역관례상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협정 위배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부는 이번 20대 국회 때 새로 발의한 법안에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제도 실효성 의문을 제기했다.
산업부 전자상거래팀 담당자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19대 국회에서 지적된 문제가 20대 국회에 발의된 법안에도 여전히 보인다”면서 “온라인 수출 특성상 관세청 등 여러 부처 협조가 필요하다. 중기청 소관만으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라고 답했다.
반면에 중소기업청은 해외직판법이 중견·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여러 수출 관계 기관이 종합 지원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고 주장했다.
중기청 해외시장과 담당자는 “결제, 배송, 통관 등에서도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일일이 대응하기 어려울 만큼 문제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세제나 융자 혜택 등이 제공되면 정부에 신고하지 않는 해외직판 거래도 양성화하고 관리도 체계화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디지털 무역 대응 부족, 체제 정비 필요=이 같은 논란에도 디지털 무역 성장세에 대비한 체제 정비는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와 전문가 의견이다.
1991년 전자무역촉진법이 등장하고 2005년에 마지막 개정된 이후 제도 정비나 지원을 위한 법안 마련이 미비했다는 지적이다. 전자상거래법 역시 소비자 보호를 위해 만든 법안이기 때문에 국경 간 전자상거래를 지원하기 위한 법은 아니다.
안병수 서울디지털대 무역물류학과 교수(한국통상정보학회장)는 “온라인 수출이 급성장할수록 결제, 배송, 관세, 통관, 소비자 보호 등 문제가 폭증할 가능성도 짙다”면서 “기술, 환경 변화에 정부 부처가 적절한 역할을 어떻게 나누고 논의할 것인지 법 개정 등을 통해 고민할 때”라고 밝혔다.
정부가 해외직판과 관련해 정확한 실태 파악 및 지원 계획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통계청이 직구 및 직판 자료를 취합·발표하지만 이는 한국온라인쇼핑협회 등에서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만들어진 것으로,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민정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보고서를 통해 “정부에서도 전자상거래 수출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가장 시급한 일은 적절한 통계의 구축”이라면서 “통계청의 전자상거래 수출 통계로는 한국 플랫폼을 통한 전자 상거래 수출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아쉽다”라고 언급했다.
KDI 분석 결과 중국 오픈마켓 등을 통한 해외직판 규모가 가장 크고 활발하지만 이러한 자료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관련 업계 역시 소량 다품종으로 해외에 직접 판매하는 특성상 신고하지 않은 경우가 전체 거래의 약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측했다.
◇일원화된 해외직판 종합지원체계 마련 필요해=정부가 그동안 해외직판 지원정책에 손 놓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중복 지원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부처별, 산하기관별로 여러 가지 해외 판로 개척 지원 사업이 있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중소기업진흥공단, 관세청, 우정사업본부 등 중견·중소기업 지원 부처와 수출 지원 담당 기관이 저마다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 여기에 한국무역협회와 민간 수출 대행 기업, 종합무역상사를 통한 해외직판 지원 사업도 펼쳐 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종합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부처 간 실태 파악이나 업무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중소기업이 국경 간 전자상거래로 인한 추심(결제대금 회수)이나 배송, 통관 등 애로 사항을 겪을 때 이를 신속히 해결해 줄 일원화된 기관이 없다.
민 의원실 측은 해외직판법의 연내 통과를 자신했다. 민 의원실 담당자는 “대외무역법은 기업간거래(B2B) 방식의 대규모 무역 거래를 대상으로 만든 법안이기 때문에 해외소비자 대상 기업·소비자간거래(B2C)를 주로 하는 해외직판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법안이 아니다”라며 별도 법안의 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안병수 서울디지털대 교수도 “B2C 전자상거래는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하면서 나온 예상치 못한 무역 거래”라면서 “새로운 법 제정이 부담스럽다면 사문화된 전자무역촉진법을 개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