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84> “국민은 경제 대통령 원해” 차기 대선 출마하는 정운찬 전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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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에 출마하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한국의 경제 성장 모델은 동반 성장”이라면서 “양극화와 빈부 격차 해소를 위해 동반성장 단기 3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그는 차기 대통령 선거 출마를 결심했다. 대선 잠룡인 정운찬 전 국무총리다. 동반 성장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정 전 총리는 조만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정 전 총리를 3일 오후 서울 관악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실에서 만났다. 대선 출마 고뇌를 끝낸 탓인지 표정이 밝았다. 사무실은 자본론과 거시경제를 비롯한 경제학 서적으로 꽉 찬 책장이 사방을 장식했고, 바닥과 탁상 위에도 책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정 전 총리는 “최근 국가의 어려움, 특히 경제난을 그대로 볼 수 없어 대선 출마를 결심했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정 전 총리는 “국민은 지금 경제대통령을 원하고 있다”면서 “한국 경제의 성장 모델은 동반 성장”이라고 강조했다.

-새해를 맞아 생각한 `사자성어`가 있는가.

▲교수들이 촛불 사태를 보면서 선정한 `군주민수(君舟民水)`가 타당하다고 본다. 이와는 달리 `너잘나, 나잘나, 다잘나`를 생각했다. `너도 잘사는 나라, 나도 잘사는 나라, 다 함께 잘사는 나라`라는 의미다.

-신년 건배사 같다.

▲그런가(웃음).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자는 동반 성장의 뜻이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뭐니 뭐니 해도 경제 문제다. 핵심은 일자리 창출이다. 내수 침체로 연애와 결혼·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를 비롯해 5포 세대, 인구절벽 같은 모든 문제의 해결 출발점이 일자리다. 일자리 창출의 해법은 중소기업 육성이다. 다른 대안이 없다. 대기업은 자동화로 일자리 창출이 현실상 어렵다. 현재 한국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고용 또한 88%가 중소기업이다. 대기업은 고용 없는 성장이다. 중소기업이 성장하면 대규모 고용이 발생한다. 젊은이들은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고 대신 대기업이나 공무원을 선호한다.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요인을 없애야 한다. 그러자면 국가 주도의 중소기업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휴대폰은 삼성이 100% 다 만드는 게 아니다. 중소기업과 함께 만든다.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떨어지면 삼성도 덩달아 타격을 받는다. 관련 중소기업의 이윤율을 높여서 기술을 축적하면 삼성이 발전한다. 이런 게 대기업·중소기업 동반 성장이다.

-대선 출마는 언제 선언할 계획인가.

▲이달 중순으로 잡고 있다. 요즘 새삼 탄핵 정국을 보면서 국격(國格)이란 말을 되새긴다. 그동안 쌓아 올린 국격이 급격히 추락했다. 대선 출마 결심은 국격을 높이고 동반 성장이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나를 학교에 다니게 해 준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한국명 석호필) 박사가 어느 날 “장래에 뭐가 되고 싶으냐”고 물으셨다.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했더니 “정치는 하지 말고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네 몸을 바쳐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셨다. 그 뜻에 따라 그동안 정치와 끊고 지냈다. 이번 탄핵 사태 이후 국가 위기를 보고 `내 몸을 던져야겠다`고 결심했다.

정 전 총리는 이달 19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최근 발간한 저서 `우리가 가야할 나라 동반성장이 답이다` 출판기념회를 연다. 이 책에서 그는 `국민 휴식제`를 비롯해 학벌주의 없는 사회, 입시 제도개혁 등을 새 사회 작동 원리로 제시했다.

-정치는 세(勢)라고 한다.

▲나는 정치인이 아니어서 정치 세력(勢力)이 없다. 경제학자를 포함한 지지자들과 함께 `경제위기극복을 위한 국민포럼`을 만들 생각이다.

-창당인가 아니면 기존 정당에 들어가는 것인가.

▲정치는 생물(生物)이라고 한다. 아직 확답하기 어렵다. 분명한 점은 동반 성장 사회를 만드는데 뜻을 함께하는 사람이나 정당과는 언제든지 연대할 수 있다.

-어떤 대통령이 되고 싶은가.

▲경제 대통령이다. 특히 중소기업을 살린 대통령이란 평가를 받고 싶다. 현재 한국 경제는 재벌 중심의 수출 주도 성장 구조다. 이런 구조는 산업화 이후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이런 구조를 중소기업 중심의 성장 구조로 바꾸고자 한다. 이는 한국 사회의 경제 구조를 바꾸는 일이어서 결코 쉽지 않다.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확대 개편하겠다. 중소기업에 부족한 것이 인력과 자본이다. 이를 해소할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겠다. 현재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100대 60이다. 비정규직을 포함하면 100대 45 수준이다. 이를 일본과 독일 수준인 100대 80까지 끌어올리겠다. 주거와 육아 같은 복지와 사회안전망을 통해 격차를 줄여 나가겠다. 이런 일은 경제를 모르면 할 수 없다. 지금은 경제 대통령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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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무엇을 어떻게 바꿀 생각인가.

▲이번 대선은 탄핵 사태로 기존의 선거판과 다르다. 그래서 30-30-30일의 3단계 계획으로 90일 정책을 추진할 생각이다. 우선 선거 후 첫 30일은 정부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단계별로 내각을 구성하겠다. 이어서 경제 성장의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동반 성장 단기 3정책인 이익 공유제, 중소기업 적합 업종 선정, 정부 발주 사업의 중소기업 직접 발주를 추진하겠다. 이어 30일 동안은 서민경제와 관련한 분야로, 동반 성장과 연관된 분야에 대해 추경(追更)을 실시하겠다. 예를 들면 기초과학 기술 인력 지원, 인구절벽 문제 해결을 위한 보육 분야 일자리 마련 등이다. 마지막 30일은 그동안 성과를 평가해 보완하고 장기 정책을 마련, 추진하겠다.

-정부 조직에 대한 구상은.

▲경제 분야는 중소기업 육성과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는 조직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중기청을 중소기업부로 확대 개편하고, 미래창조과학부는 정보통신기술(ICT)과 방송을 분리해 재정립하겠다. 이와 더불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확대 개편, 안보와 통일 분야를 종합 관리하도록 하겠다. 과거 참여정부 조직 모델을 생각하고 있다. 정부 조직을 전임자가 만들어서 개편해야 한다는 것은 잘못이다. 다만 시대나 산업의 변화로 조직을 개편할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개편해야 한다. 현 정부가 세월호 참사 책임을 물어 해체한 해양경찰청은 복원해야 한다.

-빅텐트론에 대한 입장은.

▲그동안 정치권과 물밑 대화가 있었다. 그러나 바라보는 방향, 즉 지향하는 목적이 같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다음은 상대방과 내가 둘 다 좋아야 한다. 세계 경제 속에서 한국 경제 구조 전체를 조망하면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고찰할 수 있는 능력과 그런 리더십을 만드는 빅텐트론이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개헌을 고리로 한 빅텐트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개헌 입장은.

▲나는 조건부 내각제를 희망한다. 정략 개헌은 반대한다. 재벌 구조를 정리한 후 내각제를 해야 한다. 개헌 시기는 국회에 개헌특위가 구성됐으니 그 결정에 따르겠다.

-남북한 동반 성장을 강조했다.

▲우리 경제가 급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동반 성장이 꼭 필요하다. 개성공단은 즉각 재개해야 한다. 개성공단은 자본주의 경제를 체험하는 훈련장이자 교육장이다. 제2, 3의 개성공단을 조성하는 한편 남북 교류와 경제 협력 사업을 재개해야 한다.

-기본소득세 도입은 필요한가.

▲꼭 필요하다. 이 제도는 시장 기능을 왜곡하지 않으면서 저소득층의 기본 생활을 보장한다. 최저 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중소상공인에게 부담을 주고,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기본소득세는 21세기형 뉴딜로 볼 수 있다. 국가는 국민의 삶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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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총리 시절에 아쉬운 일은 무엇인가.

▲세종시로의 행정 기관 이전(移轉)이다. 나는 세종시 이전을 반대했다. 그 대신 기업도시, 과학 도시로 만들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결국 100년 이상 가는 국가 정책을 정치 관계 이해로 결정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국민투표로 결정하자고 세 번이나 건의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는 무엇인가.

▲규제는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이 있다. 중요한 점은 규제가 아니라 함께 잘살자는 인식이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소비와 투자를 촉진해야 하는데 소비는 늘릴 방안이 없다. 가계 부채가 1300조원에 이른다. 대기업들이 공동체 의식을 지녀야 한다. 규제만 없앤다고 경제 성장이 다 되는 게 아니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 현상과 시장자유주의 사고가 문제다.

-경제비상대책회의 구성을 주장했다.

▲경제는 정치의 처음이자 끝이다. 국민이 필요한 것은 `등 따뜻하고 배부른 것`이다.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정치 목표가 돼야 한다. 삶의 질은 경제가 필수다. 경제가 망가지면 삶의 질도 추락한다.

-하고 싶은 말씀은.

▲국민이 동반자 의식을 지녀야 한다. ICT와 전자, 신소재, 과학기술 분야에 일하는 분들이 한국의 희망이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다. ICT와 과학기술인들이 한국 대도약의 받침대다. 정부가 청년들에게 무조건 창업하라고 하는 건 무책임한 일이다. 창업에 실패해도 최저 생활은 보장해 줘야 한다. 그래야 창업 활성화가 가능하다. 어렵지만 다시 시작하면 된다.

정운찬 전 총리는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다. 별명이 `한국의 케인스`.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서울대 총장 재직 때 지역균형선발제를 도입했다. 총리 재임 때는 동반 성장이란 시대의 화두를 우리에게 던졌다. 초대 동반성장위원장을 거쳐 동반성장연구소를 설립,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터뷰를 끝내고 나오는데 엘리베이터 앞까지 따라 나와 문이 닫힐 때까지 서 있었다.


이현덕대기자hd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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