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3명이 모두 영국 출신이지만, 예산이 부족해 3명 모두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1970년대 영국 정부는 연구개발(R&D) 예산을 줄였고, 과학자들은 연구비가 많은 미국으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노벨상 수상자 3명을 미국에 뺏긴 겁니다.”
2016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코스털리츠 미국 브라운대 교수(고등과학원 석학교수)는 4일 서울 동대문구 고등과학원을 찾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코스털리츠 교수는 “기초과학 연구에서는 정부의 안정적인 펀딩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예산이 삭감되면 연구 분야가 좁아지게 되고 경쟁력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코스털리츠 교수는 1970년대 2차원 물질의 전기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 현상과 초유체 현상을 밝혀내 데이비드 사울레스 워싱턴대 교수, 덩컨 홀데인 프린스턴대 교수와 함께 2016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는 기초연구 막연함도 설명했다. 코스털리츠 교수는 “연구란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모르지만 하는 것”이라면서 “좋은 연구, 노벨상까지 연결되는 연구는 99% 운으로, 연구는 3~4년 해봐야 성공여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혀 해법이 없어 보이다가도 새로운 접근 방법을 취하면 그게 해법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기초과학은 다양한 접근 방식과 아이디어를 갖고 연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장관은 “연구자들이 규칙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노력하고 장기 연구를 확대해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면서 “수평적이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연구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답했다.
젊은 고등과학원 연구자들은 코스털리츠 교수의 이야기처럼 `막막함과 두려움`을 토로했다. 손영우 계산과학부 교수는 “처음 뭔가를 한다는 것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두려운 일”이라면서 “3~4개월 연구했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는 순간,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두려움이 젊은이들 가슴 깊숙이 있다”고 말했다. 박진형 수학부 연구원은 “도전적인 연구를 한 사람은 학계를 떠나고, 논문 편수를 맞춘 사람들이 남는 것을 보며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 길밖에 없나`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연구에 불공정한 평가나 선정과정에서 부적절한 일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면서 “우리나라도 어떤 역학관계가 선정이나 평가에서 작용을 하는 것 같은데, 전문가가 연구과제 선정이나 평가에 공정하게 판단하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