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송년회에서 최고 어른이 참석자 모두에게 질문을 던졌다. 개인사든 회사 일이든 연초에 다짐한 바를 얼마나 이뤘는지, 연말에 끝맺음은 제대로 했는지를 물었다.헛웃음과 헛기침이 앞서 반응했다. 단 한 명도 자신있는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이루지 못하고 끝맺지 못한 일이 많다고 실토했다. 어른은 그게 새해가 오는 이유라고 했다. 끝맺지 못한 일을 기필코 끝맺음하라고 새해가 온다는 것이다. 새로운 다짐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라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묵은 것을 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는다`는 `송구영신(送舊迎新)` 덕담도 잊지 않았다.
2016년 시작이 엊그제 같은 데 종착점이 코앞이다. 사무실 책상 위의 2016년 달력을 버려야 할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아쉬움과 후회가 넘친다.
2016년이 저물고 있다. 돌아보니 올해는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반복하면 안될 일이 꽤 많았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어 그런지 아쉬움과 후회가 여느 해와 분명 다르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고, 음지가 있으면 양지가 있기 마련이라고 했는가. 2016년이 암울하기만 한 건 아니다. 나름대로의 성과도 있었다.
본인은 물론 누구나 2017년이 2016년과 확실하게 다른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은 한결같다. 아쉬움이나 후회는 저무는 해와 같이 확실하게 없앴으면 하는 마음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2016년 12월 31일에서 2017년 1월 1일로 넘어간다고 모든 것이 변하지 않는다. 영화 `해리포터`의 마법처럼 순식간에 상황이 변할 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연말연시가 각별한 건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의 희망과 기대를 품기 위한 절실함 때문이 아닌가 한다. 시간의 흐름을 인위로 구분하는 게 의미 없는 일인지 알면서도.
새해 상황도 이전과 확연하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현실은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당장은 가계부채가 걱정이고 정치 혼란, 북핵 위기, 보호무역 등 국가 현안은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새해에는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하니 가처분소득이 얼마나 줄지 걱정이다. 맞이할 새해가 묵직한 돌덩이처럼 다가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새해를 앞둔 만큼 분위기라도 바꾸고 싶다. 과장된 비관론이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위기론에 휩쓸리고 싶지 않다. 낙관론을 공유하고 싶다.
2017년 달력을 꺼냈다. 2017년 365일이 모두 빈칸이다. 하루하루 새로운 계획으로 채울 생각이다. 앞으로 맞이해야 할 날이 기대감으로 충만하도록.
당장의 현실이 암울하고 미래도 장밋빛을 낙관할 수 없지만 새해를 우울하게 맞이할 수는 없지 않은가.
대한민국 전체가 2016년 마지막날까지 최선을 다하고 2017년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길 바란다. 2016년의 고통과 실패는 2017년에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한 해를 보내는 걸 아쉬워할 게 아니라 올해보다 더 나은 새해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설계하자. 지금부터 `365일 희망`을 만들면 된다.
김원배 통신방송부 데스크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