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정유년 증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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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증시는 내우외환에 시달렸다. 1년 내내 힘 한 번 못 쓴 채 끌려다니기만 하다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증시가 외생 변수에 휘둘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병신년만큼 다사다난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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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중국 경제의 성장 우려가 덮쳤고, 2분기에는 영국이 브렉시트(EU 탈퇴)를 결정했다. 미국은 대통령 선거에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신흥국 경제를 끝이 안 보이는 터널 속으로 밀어 넣었다.

해외만 그랬으면 좋았겠지만 국내는 설상가상이었다. 개성공단이 문을 닫았고, 최순실 사태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가 이어지며 국민의 마음만큼 투자자들을 피눈물 흘리게 했다. 코스피는 지난해 말 1961.31에서 약 3% 상승에 그쳤다. 주가가 박스권에 갇혔다는 박스피·박스닥은 주식을 모르는 사람도 이해하는 용어가 된 지 오래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2100선도 못 밟아 본 올해 증시가 위기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

시장에 자금이 마르고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증권사 실적도 암울하다. 일부는 연말 인사에서 인력 솎아 내기에 들어갔다. 박스에 짐을 챙겨 쓸쓸히 걸어가는 증권맨의 모습은 삭풍 부는 겨울 풍경만큼이나 을씨년스럽다.

다행히 새해는 올해처럼 핫 이슈가 줄줄이 터져 나오진 않을 전망이다.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 연방준비제도 금리 인상 확대 등 이슈가 있지만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증권사들도 새해는 박스피를 넘어서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한다. 반도체·전자 등 정보기술(IT) 기업이 중심을 이뤄 시장을 이끌며 상승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외국인이 여전히 우리 증시에 매력을 느끼고 있고 그동안 낙폭이 큰 코스닥도 날갯짓을 준비하고 있다. 거래 시간 연장 효과가 나타나고 초대형 증권사가 잇달아 출범하면서 영업도 활기를 띨 것이다.


정유년은 길조를 뜻하는 붉은 닭의 해다. 파랗게 질려 있는 증시에 붉은 닭의 기운으로 따뜻한 온기가 채워지길 기대한다.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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