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조사특위가 서울구치소 내 최순실씨 수감동에 직접 들어가 최씨를 신문했다. 애초 서울구치소 회의실로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불러내 청문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전원 불출석하면서 결국, 수감동을 직접 찾게 됐다. 장시간 대기끝에 2시간 반가량 비공개 대면질의 시간을 가졌으나 끝내 `밝힌 게 없다`는 오점을 남긴 채 마무리했다. 특검은 연일 전방위 압수수색에 나서며 박근혜 대통령과 최씨 `뇌물죄 연결고리` 찾기에 집중했다.
◇국조특위, 두 팀으로 나눠 `감방신문`…최순실 “태블릿PC, 사용할 줄 몰라”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을 비롯한 장제원·하태경·황영철(새누리당), 김한정·박영선·손혜원(더불어민주당), 윤소하(정의당) 의원은 26일 오후 3시부터 5시 30분까지 최씨 수감동에서 현장 신문 질의를 가졌다.
김성태 특위위원장은 이날 비공개 접견 후 기자들을 만나 “최씨가 우울증과 심장 등 몸이 많이 아프다는 건강상태를 얘기하면서 사실상 제대로 된 답변이 별로 없어 (신문 진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의원들의 질문에 대부분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국민들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요청하자 “여러 가지 혼란스럽게 해서 죄송하다”라고 짧게 답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태블릿PC는 본인의 것이 아님을 주장했다. 최씨는 “사용할 줄 모른다. 2012년에 처음봤다”고 진술했다. 또한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아이디어를 누가 냈느냐는 질의에는 “나는 그런 아이디어를 내지 않았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모른다고 진술했다.
이만희·정유섭(새누리당), 도종환·박범계(더불어민주당), 김경진·이용주(국민의당) 의원은 남부구치소로 이동해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수감동 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신문은 구치소 측과 법무부 요청으로 일체의 사진 촬영이나 녹음 등이 허용되지 않았다.
한편 최씨 측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국정조사 현장에서 감방을 찾아가 심문하겠다고 하는 것은 법원 결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면서 “사법권과 충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법원 결정에 의해 누구든지 비변호인과 접견·교통이 금지돼 있다”며 “법질서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사법부인데, 사법부 결정을 입법부가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검, 10여곳 동시 압수수색…수사 속도전
이날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을 대상으로 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지난해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주도한 의혹을 받고 있는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격 소환했다. 동시에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던 문형표 국민연금 이사장과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 집 등을 압수수색했다.
삼성은 최씨 일가를 지원해준 대가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 찬성의결 등을 받아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특검 수사가 삼성 합병과 박 대통령 간 연결고리를 찾는데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삼성 측 최고경영진 소환 조사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이런 조건을 전제로 최 씨 지원액을 받아냈다면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특검 측은 보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삼성 지배구조 개편에 중요한 계기가 됐다. 하지만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은 5900억원대 손실이 났다.
특검팀은 또 이날 오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자택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집무실·자택 등도 압수수색했다. 특검이 두 사람에 대해 동시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것은 혐의에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인물을 관리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김 전 실장은 지난 2014년 당시 김희범 문체부 1차관에 “1급 실장, 국장 6명의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하는 등 문체부 인사에 직접 관여한 혐의도 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