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올해 ‘2016 SAF 연예대상’(이하 ‘SAF’)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상식이다.
25일 개최한 시상식은 2016년 한 해 SBS 예능을 빛낸 스타들은 물론 1년 간 사랑받았던 SBS 예능프로그램을 한 눈에 정리하는 시간이 됐다. 여기에 축제의 열기를 더할 화려한 축하무대까지 여느 시상식과 다름없이 즐거워보였다. 하지만 수상식이 끝난 후 몇 가지 아쉬운 점이 눈에 띄었다.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우격다짐으로 밀어 넣은 무리한 홍보와 수상 내역에 관한 내용이다.
이날 방송은 1부와 2부로 나눠져 총 23개의 부문의 시상이 이뤄졌다. 오후 10시 5분부터 자정을 훌쩍 넘긴 약 180여 분 동안 시상식이 진행됐다.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1년 동안 SBS에서 다룬 프로그램들을 조명하고 수상하는 것을 비롯해 축하 무대와 공연으로 채우기에 충분한 시간은 아니었다.
때문에 ‘SAF’의 MC들은 방송 시작부터 수상자들에게 확고하게 수상 멘트에 대한 시간을 언급했다. 수상자들이 수상 소감을 말하는데 시간이 길어질 경우 MC석에서 연기와 바람이 나오는 장치가 설치됐다고 전했으며, 실제로 수상 소감이 길어졌을 때 MC들은 연기와 바람을 맞기도 했다. 매번 시간의 압박에 시달리는 주최 측에서 고안한 재미있는 아이디어라 여길 수 도 있었지만, 일부 수상자 혹은 시상자의 멘트가 길어질 경우에 MC들은 너무 긴 것이 아니냐며 다그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시간 관계상 어쩔 수 없는 서두름은 이해하겠지만, 수상자를 위한 자리인 만큼 그들을 위한 배려는 반드시 이뤄져야 할 부분이었다. 하지만 ‘SAF’ 수상자들에게 그러한 기분을 누릴 만한 시간은 없어 보였다.
또 다른 부분에서도 누구를 위한 시상식인지 잠시 헷갈리게 하는 점도 있었다. 이번 ‘SAF’에는 헬스케어 전문기업이자 안마의자기로 유명한 바디프랜드가 공식 후원을 맡았다. 때문에 방송 초반부터 바디프랜드 의자가 지속적으로 등장했다. 축하무대부터 축하 VCR 영상 등에서 바디프랜드 의자가 등장했다. 시상 중간에는 ‘백년손님 자기야’의 한 출연자가 관객석에 설치된 안마의자에 앉아 있는 광경도 연출됐다. 이 장면으로 1~2분가량의 시간을 할애했다.
아울러 올해 새로 생긴 ‘베스트프랜드’상이 등장했으며, 시상 당시 기업 로고가 화면에 장시간 노출돼 있기도 했다. 이밖에도 지속적으로 바디프랜드 의자가 단독으로 잡히는 광경이 연출됐다.
특히 수상 여부에서 큰 아쉬움이 남았다. 이날 시상식은 전체적으로 골고루 상을 나누어주는 분위기를 띄었다. ‘미운우리새끼’, ‘정글의법칙’, ‘웃찾사’, ‘인기가요’, ‘불타는 청춘’, ‘꽃놀이패’, ‘백종원의 삼대천왕’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고른 상이 주어졌다. 총 23개의 상 중 8개의 공동 수상이 이뤄졌다.
하지만 7주년을 맞는 SBS 대표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서는 단 한 명만이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앞서 ‘런닝맨’은 출연진 하차 여부에 대한 여러 잡음이 일었던 상태였고, 결국 2017년 2월 종영 소식을 전했다. 이에 일부는 SBS가 이번 시상식에서 ‘런닝맨’의 공로를 인정해주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내부적으로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던 만큼 최우수상 수상자로 나선 이광수는 평소 브라운관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다른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풍겼다. 그는 애써 눈물을 삼키며 “프로그램을 지키기 위해 애쓴 제작진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수상 소감을 전하며 씁쓸한 마무리를 지었다.
시상식 후 ‘런닝맨’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멤버들은 최대한 조용히 2016 SBS 연예대상 행사에 참여하고 싶다며 상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해 온 바 있어, 런닝맨 프로그램에서는 1개 부문에서만 상을 수상하게 됐다”고 전했지만 한 채널에서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아온 프로그램에게 대하는 자세로는 누가 봐도 평등하지 않은 처우였다.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기업의 협조를 받는 것도, 정해진 타임 테이블 안에서 행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프로그램을 위해 애를 쓴 많은 이들이 보람을 느낄 만한 시간과, 그 노력의 결과물을 즐겼던 시청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보였다. ‘SAF’가 ‘함께 만드는 기쁨’을 시상식 전면에 내세웠지만, 모두가 즐기기에는 충분하지 않아 보였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historich@enter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