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꺼진 휴대폰과 소통

Photo Image

기업이나 기관 언론홍보 담당자를 대상으로 언론홍보교육을 하다보면 종종 받는 질문이 있다. 언론사가 악의적 보도나 비판 기사를 쓰려고 취재 의뢰를 해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난감한 질문이지만 그럴 때마다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설명하는 게 최선`이라는 원론적 설명을 했다.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 하거나 은폐하면 잘못된 사실이 알려져 더욱 심각한 상황을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설명을 하다보면 오해 소지가 있던 부분은 풀리게 마련이다. 진심은 통한다는 말을 믿고 싶다.

Photo Image

최순실·차은택 사태로 문화체육관광부는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달 초 국회를 통과한 문체부 새해 예산을 보면 최순실·차은택 개입 의혹을 받은 `문제사업` 예산 21개 항목 3057억원 가운데 17개 항목 1637억원이 삭감됐다. 삭감된 예산 가운데는 순수하게 콘텐츠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예산도 최순실·차은택이라는 거품에 섞여 없어진 것으로 보였다. 담당자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국회에 사실을 알리고 정확하게 설명하면 추경에 반영할 수도 있다. 문체부 담당 공무원 역시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예산 타당성을 설명해야 할 담당 국장급 공무원 휴대폰은 꺼져 있었다. `얼마나 시달렸으면 휴대폰까지 꺼 놓았을까`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하지만 공무원의 올바른 자세는 아니다.

휴대폰은 소통의 도구다.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다. 휴대폰 전원을 껐다는 것은 불통을 감수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개인 휴대폰 외에 업무용이 따로 있겠지만 대외적으로 알려진 휴대폰 전원을 껐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문체부는 최순실·차은택 사태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콘텐츠산업 지원 정책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 온 문화창조융합본부를 없애고 문화창조벤처단지와 문화창조아카데미는 이름을 바꿔 사업을 내실화하기로 했다. 최순실 색깔을 지우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혹여 이름만 바꾸는 걸로 끝나는 것은 아닌지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Photo Image

주문정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mjjoo@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