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수입자동차 시장이 7년 만에 역성장 중이지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를 강화한 업체들은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다. 고급 SUV 전문 브랜드 랜드로버는 65%가량 성장해 사상 처음으로 1만대 판매를 넘어섰다. 올해 SUV 신차 라인업을 재구성한 메르세데스-벤츠는 BMW를 제치고 업계 1위를 기록 중이다. 반면에 포르쉐, 푸조 등은 올해 SUV 판매 감소로 부진한 한해를 보내고 있다.
25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랜드로버코리아는 지난 22일 올해 누적 판매량이 1만대를 돌파했다. 2001년 국내 사업을 시작한지 16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판매 1만대 문턱을 넘어선 것이다. 올 들어 11월까지 성장률도 전년 동기 대비 64.9%로 수입차에서 가장 큰 폭이다.
랜드로버가 판매하는 모든 차량은 대당 5000만원을 넘는 고급 SUV 브랜드다. 주력 모델인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올해 3500여대 판매돼 올해 베스트셀링 10위를 달성했다. 또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중심으로 한 레인지로버 라인업은 랜드로버 전체 판매량의 40% 이상을 차지, 최고급 프리미엄 SUV 시장을 선도했다.
올해 수입차 업계 1위를 기록 중인 메르세데스-벤츠도 성장동력원으로 SUV를 꼽았다. 올해 GLE 쿠페와 GLS까지 추가해 총 6종의 SUV 라인업을 갖춘 벤츠는 올 들어 11월까지 SUV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84%가량 증가한 8263대를 기록했다. 이는 벤츠 전체 판매량에서 16.3%에 해당한다. 세단 비중이 90%를 넘었던 벤츠가 SUV 판매를 강화한 결과, BMW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일본차 업체들도 올해 SUV를 앞세워 성장을 이뤄냈다. 혼다는 주력 모델인 중형 세단 `어코드` 외에도 파일럿, CR-V 등 SUV 라인업이 판매 호조로 전년 대비 46%가량 성장했다. 하이브리드 세단 `ES300h` 판매 비중이 50% 이상인 렉서스도 올해 SUV 라인업인 RX시리즈, NX시리즈 인기로 지난해보다 34.9% 이상 성장했다. 렉서스는 연말까지 1만대 이상 판매가 유력하다.
반면에 SUV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입차 업체도 있다. 푸조는 지난해 소형 SUV `2008` 인기로 사상 최대 판매량인 1만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2008 신차 효과가 사라지면서 전년 대비 49%가량 판매량이 감소했다. 이는 지난 8월 환경부로부터 `인증취소 및 판매금지` 조치를 받은 폭스바겐 브랜드 다음으로 큰 감소폭이다. 포르쉐도 주력 모델인 중대형 SUV `카이엔` 모델 노후화로 지난해보다 15.9% 부진한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시장은 여전히 세단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SUV 판매량과 점유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면서 “재규어, 마세라티 등 고급 세단만 판매하던 브랜드도 SUV 라인업을 도입하고 벤츠, BMW 등도 SUV 라인업을 강화해 판매량과 수익성을 동시에 개선하는 전략을 취한다”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