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세계 자동차 시장 성장률이 자동차산업 저성장 기조와 맞물려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1.9%를 기록할 전망이다.
22일 박흥재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장은 한국자동차기자협회 특별강연에서 “올해 세계 자동차 시장은 정책 주도에 의해 예상된 2%대보다 훨씬 높은 3.6%대 성장을 기록했다”면서 “그 영향으로 내년에는 2% 성장도 힘든 1.9% 수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올 한해 신흥 시장 위축 등으로 현대차가 가장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면서 “내년에는 플러스 성장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박 소장은 올 해 자동차 시장 규모는 약 8902만여대로 추산됐으며, 내년 자동차 시장 규모는 9068만대로 예측했다. 내년은 첫 9000만대 시대를 여는 해가 되겠지만 전망은 여느 때보다 어둡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할부시장 위축과 대기수요 소진으로 7년 만에 감소할 것으로 바라봤다. 올 한해 두드러진 성장률을 보였던 유럽은 예상보다 빠른 내년 고점을 찍고 내후년부터는 마이너스 성장을 그릴 것으로 점쳤다.
내수 시장은 3.5% 정도 역성장을 예상했다. 내수 시장에서 내년에는 SUV 차급 판매가 보다 확대되고 폭스바겐그룹 판매 재개에 따라 외산차 시장은 다소 회복될 것으로 예측됐다. SUV는 소형 SUV 출시로 판매 비중이 늘고 승용차는 준대형 차급 신차 출시로 해당 차급 판매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분석됐다.
박 소장은 “저금리, 저유가가 지속되고 준중형, SUV 등 주요 차급 신차 출시되는 것은 그나마 긍정 요인”이라면서 “하지만 정부 신차 구입 지원 정책 종료 및 가계부채 상승, 고용 부진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성장세를 기대하긴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내년 현대차에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엔저를 발판으로 투자를 지속해온 일본 업체들과의 경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엔저가 지속되면 일본 업체들이 대단히 강세를 보이게 될 것”이라면서 “토요타와 스즈끼의 제휴, 닛산의 미쓰비시 인수 등이 내년 자동차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흥재 소장은 그동안 일본 업체들이 엔저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R&D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갔으며, 이를 발판으로 상품성과 원가절감에서 큰 성과를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토요타의 차급 단위 공용화를 넘어선 아키텍처 공용화 프로젝트 `TNGA`가 연비 상승 등으로 상품성을 개선하는 데 주목했다.
이러한 경쟁 상황에서 현대기아차는 SUV 강화를 통해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시장 환경이 어려워짐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해 왔던 러시아와 브라질 시장의 호전도 긍정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