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목요일 밤 시청자들의 선택권은 넓다. JTBC ‘썰전’부터 SBS ‘자기야-백년손님’, KBS2 ‘해피투게더’까지 각각 정치 시사, 중년 가족 토크쇼, 핫한 연예인 패널 중심의 토크쇼로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게다가 이들은 오랫동안 목요일 오후 11시 시간대를 지켜온 프로그램이다. ‘해피투게더’는 2007년, ‘자기야’는 2009년, ‘썰전’은 2013년부터 시작해 고정 시청자들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새로운 예능프로그램은 끼어들 틈이 없어 보인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MBC는 유독 맥을 못 추렸다. MBC는 올해만 3개의 프로그램을 목요일 오후 11시 대의 전쟁터에 내보냈으나 ‘능력자들’과 ‘미래일기’는 각각 10개월, 3개월 만에 모두 1~2%대 시청률로 나가떨어졌다. 이어 15일부터 시사교양프로그램 ‘닥터고’를 편성했다. MBC는 과연 목요 예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현재 목요일 11시대는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인 JTBC의 ‘썰전’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평소 ‘썰전’은 3~5%(닐슨코리아 기준)를 유지했지만, 최순실 게이트 이후 8~9%로 치고 올라왔다. 평소 1~2위를 다투던 SBS ‘자기야-백년손님’(이하 ‘자기야’)와 KBS2 ‘해피투게더 시즌3’(이하 ‘해피투게더’)는 ‘썰전’에 밀려 자존심을 구기게 됐다.
어떤 프로그램이 들어와도 이 시간대에 경쟁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김성주가 최근 ‘닥터고’ 제작보고회에서 “목요일 11시대? 다들 처음에는 의욕을 가지고 하려고 하지만, 연예인들끼리 그 시간엔 웬만하면 들어가지 말자는 분위기가 있다. 어차피 안 되는 시간이라며 조심할 정도로 어려운 시간대다”고 말했을 정도다.
시작은 지난 2013년 8월 29일부터 10월 3일까지 방송됐던 ‘스토리쇼 화수분’이다. 앞서 국민 MC 강호동이 방송을 쉬게 되면서 그의 대표 프로그램인 ‘황금어장 무릎팍도사’가 갑자기 폐지됐다. 이후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만들어진 방송이 ‘스토리쇼 화수분’이었다. 당시에도 김성주의 진행으로 꾸려진 이 프로그램은 스타와 일반인의 사연을 재구성 하는 콩트 형식이었다. 시청률 3%를 기록한 ‘스토리쇼 화수분’은 단 5부작으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이후 ‘글로벌 홈스테이 집으로’(2013년 12월~2014년 4월), ‘별바라기’(2014년 6월~9월), ‘헬로 이방인'(2014년 10월~2015년 1월), ’경찰청 사람들‘(2015년 4월~10월), ’위대한 유산‘(2016년 4월~7월)까지 모두 다양한 콘셉트로 목요일 예능 자리에 터를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어느 것 하나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했다.
‘능력자들’은 지난해 11월 13일부터 올해 9월 8일까지 방송했다. 과거 tvN에서 이경규와 김성주, 김구라가 진행했던 ‘화성인 바이러스’의 지상파 버전이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덕후’를 당당하게 세상 밖(?)으로 꺼내고, ‘덕질’을 장려하는 일을 담당해 주목받았다. ‘화성인 바이러스’가 4년 8개월 동안 장기간 방송을 한 것처럼 아이템은 무궁무진했다. 때문에 잘만 한다면 MBC의 구원 투수가 될 수도 있었던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목요일’이 문제였던 것일까. 1회부터 20회까지 금요일 편성됐던 ‘능력자들’은 평균 5% 이상의 시청률을 유지했지만, 목요일로 방송 시간대를 옮긴 21회인 4월 7일 방송은 2.2%를 기록했고, 7월 7일에는 1.7%까지 떨어졌다.
‘미래일기’는 지난 9월 29일 정규 편성되어 12월 1일 종영했다. ‘내 인생 미리보기 프로젝트’ 콘셉트로 착한 예능을 표방했고, 부부, 친구, 모녀가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해 죽음에 한 발짝 다가서보며 자신과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는 시간을 갖는 등 호평 받았다. 하지만 첫 회에서 2.8%를, 마지막회는 1.2%로 민망한 수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목요일 오후 타임을 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목요일 예능에서 MBC는 의학정보쇼인 ‘닥터고’를 편성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꾀한다. ‘닥터고’는 대한민국 최고의 명의가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환자와 헷갈리는 의학 정보를 찾아가는 프로그램으로, 김성주, 서장훈이 MC를 맡고, 지상렬이 패널을, 가정의학과 의사 박용우 등이 출연한다. 지난 추석 파일럿 방송 이후 정규 편성됐다.
문형찬 PD는 “치열한 시간대라 쉽지는 않다. 시청률이 좋으면 좋겠지만, 의사들의 진심을 담은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1차적인 목표가 있다”고 말했고, 김성주는 “밑져야 본전이다. 중간에 없어지더라도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하지만 살렸을 경우엔 기대해볼만 하지 않겠나”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김성주는 “시국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면 대중들이 건강 쪽에도 신경을 많이 쓰지 않을까 싶다. ‘화수분’도 3개월, ‘능력자들’은 6개월 정도 했는데, 이번에 기다려만 준다면 좋을 것 같다. 한꺼번에 많은 것을 보여주기보다 조금씩 인정받고 사랑 받겠다”고 전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