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가 최순실 사태로 휘청이고 있다. 차은택 CF 감독이 창조경제추진단 민간단장직을 맡은 게 발단이다. 일부에서는 창조경제 폐기론까지 주장한다.
송희경 정보기술(IT) 전문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만났다.
송 의원은 자타가 인정하는 IT 전문가다. 지난 4월 새누리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하기 전까지 30년 동안 IT 한 길만 걸었다. 국회 4차 산업혁명포럼 공동대표로서 4차 산업혁명 전도사로도 바쁘다.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직접 방문, 실태를 점검한 현장탐방보고서를 최근 펴냈다.
송 의원은 “창업생태계를 구축하는 창조경제는 살려야 한다”면서 “창조경제를 폐기하는 건 경제 회생과 스타트업 불씨를 죽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송 의원은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 기술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면서 “미래창조과학부를 부총리 부처로 승격시켜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순실 사태로 창조경제를 차기 정부가 폐기할 것이란 말이 나돈다.
▲그건 안 된다. 창조경제는 창업 생태계의 롤 모델이다. 창조경제는 정권과 무관하게 계속 추진해야 한다. 일부 잘못한 사람 때문에 전체를 망치는 오류를 범하면 안 된다. 늦게 오는 기쁨이 늦게 떠난다고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는 60년 역사를 자랑한다. 긴 세월 동안 조성한 벤처 생태계가 오늘의 실리콘밸리다. 내년도 창조경제혁신센터 예산이 국회를 통과했다. 시설비와 원스톱 서비스는 다소 줄었지만 인건비와 주요 사업비는 늘었다. 여야가 창조경제 사업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최근 창조경제혁신센터 현장탐방보고서를 펴냈다. 실태가 궁금하다.
▲전국에 설치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최순실 사태로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심각했다. 이런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많은 스타트업이 이곳에서 창업 꿈을 키우고 있다. 센터 인력의 43%가 비정규직이다.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각 센터는 규모나 특징과 관계없이 16억6000만원을 동일하게 지원받는다. 펀드 집행도 미비하다. 칸막이 때문에 부처 간 업무 협조가 원활하지 않다. 이런 점은 개선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스타 탄생을 기대하며 5개 `STARS` 키워드 지원 방안을 제안했다.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강화다. 이를 위해 지역 센터가 수익 사업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 다음은 선택과 집중(Targeting)이다. 또 건실한 민간자본(Angel)을 유치해야 한다. 규제(Regulation)는 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의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에 도전(Shoot to global)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역 창조경제센터를 창업교육장으로 활용해야 한다.
-정부 주도의 창조경제는 한계가 있지 않는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최종 목표는 민간 자립이다. 앞으로 정부 의존도를 줄이려면 자체 수입원을 찾아야 한다. 펀드 진행 권한도 행사해야 한다. 미국 창업 보육 기관인 플러그앤드플레이어의 경우 자체 펀드를 운용하면서 보육 기업에 재투자한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 신설 법안 발의에 대한 입장은.
▲그건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ICT와 과학은 분리할 수 없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다. 모든 산업과 기초과학이 ICT와 융합한다. 지난 8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한·미 과학기술학술대회에 참석, 2011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브루스 보이틀러 박사의 강의를 들었다. 보이틀러 박사는 “연구에 소프트웨어(SW) 기반 프로그램을 적용, 연구 시간을 대폭 단축했다”면서 “바이오, 의학 분야에 ICT와 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독일, 일본 같은 선진국들은 ICT와 연구개발(R&D)을 통합한다.
-통합은 어떻게 해야 하나.
▲ICT와 과학기술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미래부를 부총리 부처로 승격시켜야 한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이 위원장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모든 산업과 부처의 과학 정책을 총괄한다. 우리도 이를 벤치마킹해 국가과학기술심의회를 구성하고 국무총리가 위원장직을 맡고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총리가 위원장인 위원회가 65개에 이른다. 앞으로 ICT 컨트롤타워는 SW 진흥에 적극 나서야 한다. 현재 미래부의 SW 총괄 조직은 국(局) 단위다.
-정책 단절에 대한 입장은.
▲정책 단절이 한국의 발전을 가로막았다. 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잘한 정책은 정권이 바뀌어도 계승 발전시키고 잘못한 정책은 보완하면 된다. 정권은 사라져도 국정은 남는다. 기업도 전임자들이 한 일을 부정하진 않는다. 내가 기업에 있을 때 전임자가 `징 치기`라는 문화를 만들었다. 직원이 계약을 수주하면 사무실에 와서 `징`을 세 번 친다. 징 소리가 나면 모든 직원이 나와서 박수를 치며 축하했다. 나는 직원에게 상품권을 주고 `허그` 세리머니를 추가했다. 국가를 경영하면서 전임 정권의 정책과 무조건 단절하는 것은 행정 낭비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가.
▲미진한 게 많다. 스위스 투자은행이 발표한 나라별 4차 산업혁명 준비지수에 따르면 세계 129개국 가운데 한국은 25위다. 일본은 12위다. 노동 시장의 유연성은 83위, 법제도는 63위로 각각 나타났다. 정부와 사회 시스템 개혁이 시급하다. 늦으면 그만큼 4차 산업혁명에서 낙오한다. 그러나 한국은 인프라 시설 20위, 교육 수준 23위다. 경쟁력이 충분하다. 한국의 롱텀에벌루션(LTE)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 외국 기업들에 최고 투자 환경이다. 이들의 한국 투자는 정국 불안정과 안보 불안도 해소시킬 수 있다. 국회에 제4차 산업혁명포럼이 발족했다. 비례대표 1번인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이 공동대표다. 지난 8월부터 매주 화요일 아침 국회의원회관에서 `퓨처스 아카데미`를 열었다. 호평을 받아 매번 100명이 넘게 참석했다.
-발의한 SW교육지원법안은 언제 처리하나.
▲지난 7월 발의했다. 아직은 소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그래서 답답하다.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 SW다. 제정안에는 초·중등 정규교육에 SW를 포함시키는 내용을 포함한 SW 교육 기본계획 수립, SW 교육 이수 시간 확대, 교원 연수 및 국제 교류 지원, 교육 전담기관 지정 등이 들어 있다. 수준 높은 SW 공교육 제공이 법안의 목표다. 요즘 그런 역할을 공교육이 못하다 보니 사교육이 활개 친다고 한다. 일본과 중국은 SW 교육을 주 한 시간 의무로 실시한다. 이스라엘은 고교 과정이 한국 대학 수준이다. 미래 세대가 SW 기본 원리를 쉽게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AI)이나 로봇이 인간 역할을 대체하면 어떻게 되나.
▲2020년까지 일자리가 500만개 줄 것이라는 예측을 하지만 기술 진보는 일자리 소명과 창출이란 두 가지 기능을 한다. ICT 확산으로 지식노동자라는 신 직업이 등장할 것이다. 다만 일자리와 관련해 시니어, 청년, 어린 세대를 구분한 일자리 창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청년들은 대기업이나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이 아닌 창업하는 것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어린 세대에게는 SW, 기업가 정신, 창업 교육을 해야 한다. 영국은 정규 교육 과정에 기업가 정신이 필수다. 미국은 초·중학생 80%가 기업가 정신과 창업 교육을 받는다. 우리도 이런 교육을 해야 한다.
-차기 대통령의 조건은.
▲과학 사고로 한국의 미래를 바꿀 의지와 철학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도 공학도 출신이다. 꼭 이공계 출신이 아니라 하더라도 제4차 산업혁명 같은 시대 변화를 이해하고 정책으로 채택할 수 있어야 한다.
-재임 중에 꼭 이루고 싶은 일은.
▲발의한 1호 법안을 통과시키고 4차 산업혁명 발전을 막는 규제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
-어떤 정치인이 되길 바라는가.
▲비례대표의 롤 모델이 되고 싶다. 나는 IT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회에 비례대표 1번으로 들어왔다. 지역구 의원은 지역을 대변하지만 나는 IT 분야를 대변한다. 다른 데 눈길 돌리지 않고 비례대표의 전형을 보이겠다.
-좌우명과 취미는.
▲좌우명은 `짧은 인생 긴 영혼`이다. 취미는 뭐든 만들기를 좋아한다. 훗날 은퇴하면 남편과 커피숍을 겸한 공방을 할 생각이다.
송 의원은 이화여대 전자계산학과를 나와서 아주대 정보통신대학원 전자상거래 석사,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결혼 후 시댁으로 들어가 시부모를 모시며 두 아이를 키운 워킹 맘이다. 국내 굴지의 5개 그룹에 모두 합격했으나 2007년 남자와 동등한 공채 기수를 뽑는 대우그룹에 들어가 대우정보시스템 기술지원실 실장과 서비스사업단 단장에 올랐다. 2012년 KT와 인연을 맺어 소프트웨어개발센터 센터장을 맡았다. 이듬해 KT 평창동계올림픽지원단장, KT 공공고객본부장을 역임하고 KT Giga IoT 사업단 전무로 승진했다. KT 첫 여성 전무 승진이었다. 직장에서의 별칭은 `송다르크` `형님` 등이다.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회장을 지냈다. 현재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 여성가족위원, 4차 산업혁명포럼 공동대표다.
송 의원은 명함에 IT 전문 국회의원이라고 새겼다. 뒷면에는 `4차 산업혁명의 전도사, ICT 발전을 위해 전력 질주하겠다`고 적었다. IT 전문 국회의원답게 의정 목표를 분명히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현덕대기자 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