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사는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테크비즈코리아 2016`의 일환으로 과학기술계 인사와 함께하는 전문가 좌담회를 마련했다. 현 국가 과학기술정책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향후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정부출연연구소 혁신위원회가 준비한 내부 혁신계획과 미래창조과학부 연구개발(R&D) 혁신방안 등 과학기술 분야 주요 정책 방향을 놓고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눴다.
▲참석자(가나다 순)
△김학수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책연구소장
△용홍택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정책국장
△정순용 정부출연연구소 혁신위원장(한국화학연구원 부원장)
△한성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술경제연구본부장
※사회=김순기 전자신문 부국장
◇사회(김순기 전자신문 부국장)=벌써부터 정부 거버넌스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정부 조직부터 잘 짜야 과학기술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운영하는 것이 수월해진다. 거시적인 이야기다. 이 자리에서는 내년에 새로 출범하는 정부의 과기정책 방향을 설정하는데 도움이 되는 얘기를 나누고자 한다. 우선은 현장의 얘기가 중요할 것 같다. 출연연 혁신위원회가 지난 7월부터 내부 혁신안 만드느라 고생했다. 최근 공청회까지 마쳤는데 어떤 내용을 담았는지 설명해 달라.
◇정순용(정부출연연구소 혁신위원장)=출연연 혁신위는 25개 출연연 부원장이 모인 정책협의체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진행중인 2차 연구개발(R&D) 혁신안을 뿌리내리게 할 방안을 찾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 출연연 혁신방안이다.
누가, 어떤 연구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 하는 3대 전략과 전략별로 두가지씩 6대 의제를 설정했다. 세계 최초, 최고에 도전하는 연구와 국가와 사회가 요구하는 문제해결형 솔루션을 개발한다. 출연연이 대응하지 못하는 국가 문제는 협의체 조직을 만들어 공동대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융합 협력체계를 고도화하기로 했다. 핵심 융합기술별로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해 함께 연구하자는 개념이다. 산학연 네트워크를 활성화해 개방형 연구협의체를 만드는 방안도 모색한다. 각 출연연이 보유한 강점 분야를 기업에 집중 지원하자는 내용도 담았다.
우수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한다. 연구 그룹 리더를 개방형으로 채용하고, 차별화된 종합지원체계를 구축해 우수한 인재가 찾아오는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취지다. 우수 연구원 대상 무정년 석좌연구원제도와 연구원 경력 과정 설계 등이 필요하다. 연구원 윤리는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만들어 적용한다. 국책연구는 조직과 팀이 필요하다. 팀 정신을 살릴 수 있는 소통과 협력 문화를 강화하려 한다.
자체 혁신안 초안이다. 이를 토대로 미래부와 협의,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사회=출연연 외부에서는 어떻게 보는가.
◇김학수(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책연구소장)=출연연은 대학과 다르다. 국가 지원을 받기 때문에 정부정책이 중요한데, 처음으로 바텀업 형태의 혁신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대학은 출연연과 달리 교육과 연구를 병행한다.
대학에서는 정부 주도형 연구가 굉장히 성공했다. 대학의 잠자는 역량을 일깨우는데 기여했다. BK사업 시작하기 전에는 논문 생각도 안했는데 지금은 대학원생들도 외국인과 같은 대열에서 경쟁해야 한다고 인식한다. 논문도 많이 나온다. 정부 주도형 과학기술논문색인지수(SCI) 촉진 정책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에 올랐다.
이제는 새로운 무브먼트가 필요하다. 정부 주도형으로는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연구가 어렵다. 이제는 정부가 손을 놔야 한다. 대학의 연구는 연구자가 주도하는 형태로 가야한다. 연구자가 연구 주제와 기간, 연구비와 인력까지 스스로 디자인하도록 일임해야 한다.
◇사회=연구를 자율로 가야 할 지 정부가 주도해야 할 지 하는 것은 관점에 따라 다르다. 또 대학 연구냐, 출연연 연구냐 등 분야에 따라 또 다르다.
◇용홍택(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정책국장)=정책적인 차원에서 말하자면 출연연 혁신 방향은 현장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현장 중심의 출연연 혁신방안을 만든 적 있다. 출연연 기관장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이 모여 혁신방안 만들어 발표했다. 대부분 정부정책으로 수용해 일정기간 시행했다. 이번 출연연 자체 혁신방안에 관심과 기대 크다.
출연연 성과 부분에 이의 제기 많다. 출연연도 많이 생각해야 한다. 대형 프론티어형 사업으로 크게 기획해서 분야별로 진행한 연구를 하 합쳐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 지금은 요소기술 연구에 그치고 있다. 과제 중심 프런티어형 연구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혁신안이 재탕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융합연구를 강조한 부분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융협연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모든 연구는 사람이 한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석좌연구원도 가능하다. 우수 연구원은 지금도 정년 연장해서 65세까지 할 수 있다. 제한 둘 필요 없다.
다만 혁신이라고 하면 자기의 뼈를 깎는 아픔을 수반해야 한다. 어떤 어려움을 감내하면서 할 것인지를 제시하면 국민들에게 좀 더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학연구는 공감한다. 양적인 축적이 있었기에 지금 질적인 변화를 얘기할 수 있다. 지금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별다른 터치 없이 지원하는 `그란트`다. 5000만원 이내 과제가 6000건 정도 있다. 모든 과제를 그란트로 할 수는 없지만 5000만원 내외 규모 일반과제는 가능하다. 연구자 중심, 현장중심으로 갈 때 많은 장점 나올 수 있다. 내년부터 상당부분 도입될 것이다.
◇사회=미래부가 R&D 혁신안에 이어 평가 간소화 등 행정업무를 줄여주는 정책 방안을 발표했다. 내년에 어떤 것이 달라지는가.
◇용홍택=논문 건수는 더이상 어느 보고서에도 언급할 필요없다. 기존 결과 보고서 폼에는 논문을 몇 건 냈느냐는 형식이 있는데, 앞으로 현장에서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대신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논문 몇 건의 타이틀만 적어주면 된다. 연구계획서도 대폭 간소화된다. 연차 평가 부분을 아예 폐지하자는 내용도 있다. 대신에 단계 평가를 통해 어떻게 하면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컨설팅 위주로 한다. 결과 보고서도 불필요한 부분을 단순화했다. 기획에서부터 결과 보고서까지 행정 절차를 간소화했다.
◇정순용=연구현장에서는 좋다. 그란트 과제도 좋다. 하지만 큰 국책과제는 충분히 계획해서 똑바른 연구인지를 확실히 하고 가야 한다. 큰 과제는 기획보고서 토대로 연구 계획서 쓰기 때문에 원래 큰 부담 아니었다. 연차평가 없애는 부분은 동의한다. 큰 목표 가지고 진행하되 연구자가 책임지고 진행하면 단계적으로 평가하고 조언해주면 좋겠다, 결과적으로 신뢰의 문제다.
◇김학수=일반연와 도전연구 2개만 기준을 둬 도전하는 연구원에 지원을 해야 한다. 도전 연구는 학교 입장에서는 손해다. 도전 연구에 인센티브를 줘야한다. 국제적인 정성평가 받는 시스템 돼야 한다.
◇사회=미래부 정책방안에 그동안 제기됐던 성과주의예산제도(PBS)나 출연연 법적지위 문제 등은 안나왔다.
◇정순용=출연연이 국책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출연금 비중이 늘어야 한다. PBS는 각 부처가 요구하는 목표치가 있다. 그래서 다른 것에 지원하기 어렵다. 출연금 포션이 늘어야 자체 혁신안이 성공할 수 있다. 현재는 반은 정부가 주지만 반은 밖에서 따와야 한다. 1억원 미만은 하지 말라고 하지만, 과제를 따지 말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
◇김학수=대학은 교육부가 변해야 한다. 대학이 교육부에 보고하는 내용은 양적 평가다. 대학 자체도 문제가 있지만, 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미래부와 교육부가 함께 변해야 한다. 대학도 변해야 한다. 성찰이 필요하다. 양적 평가는 장기적으로 도전해서 연구하는 사람을 돕기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 교육부와 미래부가 R&D 정책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용홍택=PBS 관련 부분은 작년에 R&D 1차 혁신안이 나오고, 지난 5월 2차안이 나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이 외부와 경쟁해서 가져오는 비율이 가장 많고, 천문연 같은 경우는 거의 없다. 기초과학연구원은 100% 출연금이 지원된다. 연구단계와 기초 및 산업 스펙트럼에 따라 PBS 비중이 결정된다. 최근 융합 시대에 바람직한 출연연 방향은 벽을 허무는 것이다. 지금은 나름의 기초와 산업간 벽 허물기가 잘 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지속돼야한다고 본다.
◇김학수=산업협력단 사업이 아주 성공적이라고 본다. 산업협력단이 설치돼 연구 관리감독에 크게 기여했다. 산업협력단 시스템 체제가 갖춰졌다. 앞으로 일임해서 자율관리시스템으로 가도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김영란 법 때문에 연구계에서 `악` 소리가 나고 있다. 새로운 감사제도로 활동에 큰 제약이 생긴다. 사실은 모든 연구가 융합연구다. 대부분 최소한 10년 연구를 해야 한다. 팀으로 운영되는데, 이게 잘 운영되느냐에 대한 것은 전 세계적인 고민거리다.
◇사회=정부가 새해 4차 산업혁명 정책을 주도할 컨트롤타워를 세운다고 한다. 기획재정부 중심 범부처 협의체나 태스크포스를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 각 부처에서 산발적으로 추진했던 지원 정책을 일원화하고 체계화 해 4차산업혁명 시대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이미 마련한 대응방안이 있다고 들었다.
◇한성수(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술경제연구본부장)=4차 산업 혁명은 다양하게 정의된다. 기본적으로는 변혁형 기술 혁신으로 사회를 흔드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동인은 정해졌는데, 혁신의 방향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 같다. 디지털화 된 사회에 지능을 더하고, 정보를 모으고 학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많은 정보를 감지하는게 센서가 사물인터넷(IoT) 도메인이다. 감지한 정보를 날라다 모아놓고 분석하는 것이 빅데이터이고. 이렇게 모은 정보를 학습해서 인간의 지식노동을 대체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지나고 나면 지식노동을 넘어 지혜창의 노동을 만들어 줄 것이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이 4차 산업혁명의 방향이다. 여기에 집중해야 우리가 도약할 수 있다. 과거 산업 혁명 때마다 핵심 기술에 편승한 국가가 돈을 벌었다. 이를 위한 정부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기술 관련 기초연구를 출연연이 맡는 것도 방법이다. 응용은 민간이 시작했다. 이런 것을 통해서 사회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전략을 짜자는 것이다. ETRI는 이를 IDX라는 이름으로 추진중이다. 현재 14개 분야 기술개발 계획 짜고 있다.
◇사회=무조건 다 열어놓고 공유할 수는 없다. 거버넌스가 필요한 이유다. 우선은 미래부에서 콘트롤 할 수 있는 부분부터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보를 모아서 돌리면 4차 산업 혁명의 콘트롤타워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겠는가.
◇용홍택= IoT가 깔리면 클라우드라는 수집 매체 있어서 빅데이터가 인공지능 통해 의료 정보, 금융, 법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미래부는 IoT 센서에서 AI까지 시스템을 만들어 줄 수 있다. 법무부, 복지부, 산업부 등 다른 부처와 협력하는 기술적인 시스템은 미래부 중심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 지능형정보사회 시스템이다. 다른 부처나 기관은 이를 활용하면 된다.
NTIS라는 빅데이터 있다. 내년부터 개방한다. 이를 분석 활용하는 것은 빅데이터 전문가 몫이다. 내년에 달라지는 제도 중 하나다.
◇김학수=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돈 벌 기업을 다룬 기사를 봤다. 아마존이 구글이나 다른 기업을 앞지르더라. 책만 파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4차 산업혁명을 정보 중심으로만 한다면 아마존 같은 곳이 다 가져가지 않겠는가.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식으로 해야 한다는 거다. 4차 산업혁명을 우리 식대로 한다면 우리의 모든 기술 솔루션은 단일 목적을 위한 것이었다. 앞으로 멀티플 퍼포즈 솔루션으로 나아간다면 우리만의 4차 산업혁명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효과적인 융합연구가 필요하다. 그것이 우리의 방법이라고 본다.
◇사회=마무리 말씀 해달라.
◇용홍택=사람이 과학기술이다. 내년에는 사람 중심의 과학기술 정책이 지원돼야 한다. 정부에서는 연구자가 만족할때까지 혁신하겠다.
◇정순용=앞에 설명한 3개 전략중 인재가 가장 중요하다. 인재가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력을 키우는 제도와 연구소에서 만족하는 환경을 만들고 충분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연구 성공의 지름길이다. 다음 정부에서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김학수=시대가 변해서 정부가 할수 있는 일이 줄어든다는 걸 인정해야한다고 본다. 거버넌스를 생각할때 정부가 명확히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규제속 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정부의 거버넌스는 작아야 한다.
◇한성수=기술혁신은 비반복적으로 이뤄진다. 이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본다.
정리=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