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RIS, 미래 교육 이끈다]한석수 원장 "SW교육은 `주입식 교육` 해결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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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수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

“소프트웨어(SW)교육 목적은 SW 프로그래머를 양성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이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교육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교육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주입식 교육`을 해결하는 방법을 SW교육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2018년 SW교육 의무화를 앞두고 SW교육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대구광역시 혁신도시에서 만난 한석수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원장도 SW교육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원장은 “SW교육은 21세기 교육과 산업에서 중요한 가치”라면서 “SW교육이 시작되면 학교 교육 환경도 자연스럽게 변하고 SW교육 인식도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1980년대 일상생활에 컴퓨터가 보급되고 1990년대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교육현장에도 정보통신기술(ICT)이 도입됐다. KERIS는 급변하는 ICT 환경에서 지난 17년간 교육정보화 기틀을 만들고 중추 역할을 담당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학교 현장에 컴퓨터교육을 강화하고 교육정보화 기틀을 다졌다. 2010년대에는 `스마트교육` 추진전략을 마련하고 최신 기술을 교육 현장에 보급하는 역할을 맡았다.

2020년을 바라보는 지금, KERIS는 `SW교육`과 `미래 교실` 등 새로운 교육정보화 시대를 여는 출발선에 섰다. 지난 20년간 교육부에서 교육 현장과 정보화 사업을 두루 담당한 교육과 정보화 전문가 한 원장이 올해 1월 취임한 지 10개월이 지났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KERIS의 방향키를 쥔 한 원장을 만나 KERIS 역할과 앞으로 계획, 포부 등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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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학술정보원 청사 전경

-1999년 설립 이후 KERIS는 어떤 역할을 했나.

▲KERIS는 지난 17년간 교육정보화가 교육현장에 안착되도록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양적· 질적으로 괄목할 만한 변화와 성장을 이뤘다. 정보화가 미치지 않은 교육현장이 없을 정도로 KERIS의 영향력 또한 확대됐다.

KERIS 초기인 1999년 멀티미디어교육지원센터와 첨단학술연구센터 통합으로 100명 직원이 약 200억원 예산을 집행했다. 현재는 300명 직원이 매년 1000억원 넘는 정보화 예산을 집행하는 중견 공공기관으로 성장했다.

기관 역할도 커졌다. 교육정보종합서비스 에듀넷(Edunet)과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 등 정보 서비스 위주로 시작한 사업이 유치원부터 초중고, 대학에 이르기까지 교육과 학술연구 전 분야 정보화 사업으로 확대됐다. 유아와 초중등교육 분야는 에듀넷을 비롯해 유아학비지원시스템, 나이스(NEIS), 에듀파인(Edufine) 등으로 정보 서비스를 넓혔다. 고등교육 분야에서는 RISS 서비스 외에도 대학 강의정보 공개 서비스인 KOCW(Korea Open Course Ware)와 학술정보 통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교육정보 표준화 사업, 교육기관 정보보호와 보안업무, 교육정보화 정책연구와 국제 교류협력 등을 추진하며 명실공히 교육학술정보화 종합 전담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1월 취임 후 KERIS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지난 1월 27일자로 부임한 이후 10개월 간 사회 환경 변화에 대비함과 동시에 다양한 계층 교육 수요자를 자문위원으로 구성해 의견을 청취했다.

앞으로 KERIS는 10년 후 미래사회를 예측하면서 지능정보사회에 대비한 교육환경을 조성하려한다. 취임 직후부터 한결같이 직원들에게 강조한 경영기조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우리나라 교육 학술정보 새로운 도약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KERIS 발전을 위해 창의와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취임 초기부터 신(新)경영체제 선포를 준비해 지난 10월 `비전(VISION) 2020` 선포식을 개최했다. `미래교육을 선도하는 교육학술정보화 전문기관`을 기관 비전으로 설정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내재적 핵심가치로 `창의적 사고` `새로운 도전` `자발적 청렴`을 내걸었다.

`자발적 청렴`을 핵심가치로 언급했듯이 깨끗하고 정직한 윤리성과 청렴성을 통해 공공기관으로서 대국민 신뢰도를 높여 나가겠다.

부서별 자율과 소통에 바탕한 전문성 함양을 강조한다. 초지능, 융합으로 급속하게 변화하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성장동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를 견인하는 요인은 꾸준한 학습이다.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낙지자(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라는 말을 좋아한다. KERIS인이 단순 지식 전문가인 지지자 차원을 넘어 고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호지자 또는 낙지자가 되어 개인이 `하는 일이 좋아서, 즐기면서` 행복하게 일하는 환경을 조성하겠다.

-SW교육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KERIS는 SW교육 확산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계획인가.

▲2018년 중학교부터 SW교육이 의무화된다. SW교육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 인적·물적 인프라를 포함한 종합적인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우선 충분한 교원 확보와 전문성 강화 등으로 인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부는 2018년까지 초등교사 6만명과 중등 정보담당 교사 전체를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해 교원 SW교육 역량을 강화한다. KERIS는 시도 교육청에서 활동할 강사요원 양성과 중등 정보담당 교사 연구, 원격 콘텐츠를 개발한다. 연수는 단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수업에 적용 가능한 문제를 설정하고 프로젝트 형태로 운영해 컴퓨팅사고력 교육을 위한 교사 역량을 신장시킨다.

SW교육이 학교에서 원활히 실시되도록 컴퓨터실과 PC 등 물적 인프라를 개선해 모든 학생이 양질 환경에서 SW교육을 받도록 준비한다. 초중등학교 컴퓨터실과 PC등 실태조사를 진행해 인프라 문제점과 개선사항을 도출할 계획이다.

교육부와 미래부는 SW교육 활성화를 위해 교육과정 개정, 운영지침과 교육 교재 개발, 연구· 선도학교 운영, 박람회 개최 등 다양한 확산 활동을 추진한다. KERIS는 SW교육 운영지침과 교사와 학생을 위한 SW교육 교재를 개발해 보급했다. SW교육 연구학교와 선도학교(900개교), 로봇활용 실험학교(34개교)를 지원하고 효과성을 분석했다. SW교육 이해 제고와 인식 확산을 위해 행복교육박람회, 로보월드, SW교육 페스티벌 등을 진행해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SW교육을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교육부와 미래부, 시도 교육청, 관련 전문가, 학교 현장 관계자들과 상호 협력해 SW교육이 현장에 성공적으로 안착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

-SW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정작 수업을 받는 연간 시수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시수 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한다고 보는가.

▲관계 부처 노력으로 SW중심사회를 위해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회가 마련됐지만 SW교육을 강화하는 주요 국가에 비해 SW교육 수업 시수가 제한적이다.

그러나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유일하게 필수과목으로 전환된 과목이 SW교육(정보)이다. SW를 모든 초중학생이 이수하게 된 것은 획기적인 발전이다.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초등학교는 17시간 이상, 중학교는 34시간 이상 필수로 교육하게 된다. 학교에 따라서는 더 많은 시간을 배정한다.

초등학교는 실과 과목 `정보윤리` `로봇` 관련 부분을 SW교육과 연계해 지도함으로써 실과 과목 내 SW교육을 확대한다. 동아리를 통해 학생들이 SW교육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자발적 학습도 가능하다. 방과후 학교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SW교육 개별 수요를 흡수해 학교 중심 SW교육을 실시하도록 유도하겠다.

중학교는 자유학기제가 도입돼 다양한 진로·직업 활동을 체험한다. SW교육은 자유학기제 기간 중 교육하기에 가장 적합한 분야다. 교육과정에는 SW교육에 필요한 최소 수업 시수를 고시하고 학교 재량권을 활용해 다양한 활동으로 수업 시수를 확대하도록 지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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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수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왼쪽에서 세번째)과 우간다 교육 관계자들이 `솔라스쿨` 개소식 후 기념촬영했다. KERIS 제공

-지난 20여년 간 국내 교육정보화가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발전 기술과 노하우를 다른 국가에 전수하는 글로벌 사업은 어떻게 진행하는가.

▲우리나라는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거의 유일한 나라다. 이 과정에서 교육이 국가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교육정보화는 국제 경쟁력에서 비교 우위에 있다. KERIS는 교육정보화 성공 경험을 나누기 위해 노력한다.

2013년부터 케냐, 가나, 에티오피아, 르완다, 모잠비크, 우간다 등 아프리카 6개국에 솔라 스쿨(태양광 기반의 이동형 교실)을 보급해 ICT 활용 교육 컨설팅을 수행한다.

지난달 유네스코와 협력해 세계 11개국 30여 교육전문가가 참여한 `교육정보화 국제 워킹그룹 회의`를 최초로 개최했다. 매년 갖는 연차 회의로 추진한다.

교육부, 세계은행(World Bank)과 협력해 `2016 한-국제기구 공동 교육정보화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세계 36개국에서 교육 정책가와 교육 전문가 등 90여명이 참여했다.

최근에는 한국정보화진흥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세계 45개국 50개 정보접근센터(교육센터)에서 활용하는 ICT와 한국문화 강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교육학술 분야 ICT 산업의 해외 진출에도 기여하도록 노력한다. 지속가능한 사업 추진을 위해 성과관리 체계를 구축한다. 향후 국제협력 중장기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하겠다.

-우리나라 교육정보화는 현재 어느 수준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나.

▲우리나라는 5·31 교육개혁에서 교육정보화를 중요한 정책 수단으로 삼은 이후 정보통신기술 교육적 가능성을 인지하고 잘 대처해 왔다.

그러나 최근 알파고와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지능정보기술 급속한 발전은 우리에게 새로운 과제를 안겨 준다. 기술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는 현실에서 교육정보화는 교육 질적 측면에 중점을 두고 추진돼야 한다.

우선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교과 수업과 정보통신기술 활용 교육이 자연스럽게 연계되도록 디지털교과서와 같은 융합형 교재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해 개개인의 정확한 학습 수준 진단에 기반한 개별화 맞춤형 학습이 이뤄지는 환경도 제공해야한다.

지능정보기술과 연계한 `제2의 교단선진화사업`을 통해 점차 노후화되는 학교 인프라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최근 교육 환경은 전통적인 학습 체제로부터 미네르바스쿨이나 알트스쿨 등과 같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새로운 교육으로 전환되는 추세다. 우리 교육정보화도 새로운 사회 환경과 교육 수요 충족을 위해 제4차 산업혁명 도래에 따른 `파괴적 혁신`에 대비해야 한다.

따라서 교육현장은 교육정보화가 단지 교육을 보조하는 수단을 넘어 새로운 교육을 실천하는 매개체로서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강한 신념을 가져야한다. 교육공급자는 지능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학교 교육 정상화와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추진전략을 마련하고 추진동력을 유지해야 한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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