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초점] ‘무릎담요’와 ‘SNL’로 공론화된 ‘성희롱’,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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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엔터온뉴스 DB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피해자들이 피해자인 것을 모르던 시절이 있었다. ‘여성 혐오’ ‘성희롱’ 등 과거에는 밖으로 잘 꺼내지 않았던 말이다. 인지하기 쉽지 않았고, 알더라도 ‘쉬쉬’했다.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겠다고 나선 페미니스트라는 사람은 피해망상이 있는 사람쯤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배우 김윤석은 지난 1일 네이버V앱을 통해 진행된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무비토크 라이브에서 하트 20만개 공약으로 여배우(채서진, 박혜수)의 무릎담요를 내려주겠다는 말을 해 비난을 받았다. 이 발언을 들은 사람들 중엔 이것이 왜 이렇게까지 논란이 되는지 모르는 이도 많다. 과거 대한민국 술자리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이 발언을 단순한 농담으로 넘겼기 때문이다. 김윤석 본인도 크게 인지를 하지 못하고 발언 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상대 배우를 성적인 대상으로 만든 것은 분명 성희롱이었고, 이후 그는 5일 언론시사회에서 직접 서서 사과를 한 후 고개를 숙였다. 다만 대중에게 사과하기에 앞서 해당 배우들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성희롱은 여성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성희롱’은 남성이 여성에게 하는 것으로 인식되곤 했기 때문에 그 반대는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11월 26일 tvN의 ‘SNL코리아’는 페이스북에 ‘B1A4 캐스팅 비화’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에서 이세영 등 여성 크루들은 호스트로 출연한 비원에이포(B1A4)의 특정 부위를 만진 후 “다 만졌다”고 소리를 질렀다.

현재는 공식 사과를 하고 이세영도 하차를 했지만, 처음 사건이 불거졌을 때는 간단한 사과로 대응했다. 'SNL 코리아8' 측은 11월 27일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공식 페이스북에 “호스트 B1A4에게 과격한 행동을 보여 불쾌감을 느끼셨을 B1A4 멤버들을 비롯하여 팬분들께 사과말씀 드립니다. 호스트에 대한 부적절한 행동이었으며 앞으로 이런 일이 더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겠습니다”라고 사과했다. 이후 한 매체는 이세영의 하차설을 보도했지만, 당시 SNL은 "이세영 씨의 하차에 관한 내용은 논의된 바 없습니다"고 일축했다.

해당 영상을 성추행이라고 인지하지 못하고 올린 것부터 첫 번째 사과에서도 단순히 과격한 행동이라고 표현한 점, 그리고 성추행을 한 크루들에게 별다른 조치를 가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즉 그들은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알지 못했고, 대중들이 사과하라고 해서 사과를 한 것뿐이었다.

과거 우리는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기껏해야 배운 것은 여성과 남성이 생물학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신체구조의 명칭을 배웠던 정도다. 하지만 상대방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이성을 비하하는 대상으로 여기지 말고 대우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성교육은 주로 청소년기에 하지만, 부족할 경우엔 사회인들에게도 필요하다. 특히 ‘SNL’ 측에도 제안하는 바다.

단순히 사과하고 마무리 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발전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인식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따로 조치한 것이 있는지에 대해서 ‘SNL’ 관계자는 “세레모니 행사로 하던 것을 이제 하지 않는다”고 말을 아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SNL’ 측이 따로 조치한 것은 없다.

다만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지금이라도 공론화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아무렇지 않게 농담이라고 한 발언과 행동들이지만, 이번처럼 공개사과가 필요했던 일이었던 것이다. 과거에 비해 경제는 발전했지만, 인식은 아직 멀었다. 다만 최근 대중들을 필두로 해서 성에 대한 의식이 발전하고 있으며, 이번 사건으로 성적으로 상대방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욱 무르익을 전망이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