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View | 방송] 열린 마음의 모험가 JTBC, 숨은 보석 노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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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tvN이 화제성 높은 드라마와 예능으로 케이블 전성시대를 열었다. 지상파와 견줘도 손색이 없을 만큼 퀄리티 높은 프로그램과 다양한 소재 등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 가운데, 꾸준히 달려온 JTBC의 활약 또한 짚어볼만 하다. JTBC는 방송국 특성상 롱런하는 예능프로그램이 드물고 드라마 방영일자 또한 적지만, 소재와 포맷의 자율성이 높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 참신 아이디어·가치 있는 작품들

지상파에 비해 상대적으로 월등한 JTBC의 강점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다. JTBC는 별로 시도되지 않았던 소재를 예능에 접목시키나, 평범한 소재에 새로운 포맷을 적용시키는 등 신선함을 불어넣고 있다.

전자의 경우처럼 ‘마리와 나’를 통해 반려동물을 다뤘고, 19금 솔직 토크쇼 ‘마녀사냥’으로 예능의 적절한 수위를 넘나들어 인기를 얻었다. 후자의 경우에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아는 형님’ 등이 해당된다.

특히 현재 방송되고 있는 ‘아는 형님’은 최근 가장 핫한 예능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JTBC의 효자프로그램이다. 비록 방송 초반 성적부진을 겪긴 했지만, 종편 특유의 날 것의 매력이 돋보이는 포맷으로 변경한 뒤 시청률 고공행진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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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음악예능과 쿡방, 추리물이다. 음악예능 홍수 속 JTBC는 독보적인 콘셉트로 차별화를 꾀하며 자리를 잡았다. 가수와 모창도전자가 노래대결을 펼치는 ‘히든싱어’, 추억의 가수를 소환하는 ‘투유프로젝트-슈가맨’, 나이·직업 불문 힙합 도전기를 그린 ‘힙합의 민족’ 등은 꾸준한 인기로 여러 시즌을 거듭하고 있다.

걸그룹의 숨겨진 실력자 보컬을 모아놓은 ‘걸스피릿’도 새로운 시도다. 최근에는 남성 4중창을 내세운 ‘팬텀싱어’와 사연내용으로 작곡해 노래를 만드는 ‘싱포유’ 등 신선한 음악예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마찬가지로 쿡방에서 또한 JTBC가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냉장고를 부탁해’(이하 ‘냉부해’)로 쿡방의 판도를 바꿔놓은 것이다. ‘냉부해’는 단순히 요리하는 것을 보여주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장면에서 벗어났다.

‘냉부해’는 연예인의 사생활 일부인 냉장고를 가감 없이 공개하고 셰프들은 제한시간과 재료로 요리하며 긴장감을 자아낸다. 오로지 게스트가 원하는 음식에 초점을 맞췄기에, 그로부터 나오는 감동과 대리만족도 있다. 수저를 든 게스트들은 엄마의 손맛을 떠올리며 울기도 하고 타인의 성의를 되새기기도 한다.

밀실을 탈출하기 위한 비밀코드를 맞추는 ‘코드-비밀의 방’과 국내외 실제 범죄사건을 재구성해 진범을 찾기 위해 공방전을 벌이는 롤플레잉 프로그램 ‘크라임씬’은 JTBC 추리예능의 대표적인 예다. 한 번 보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쫄깃함을 맛본 마니아층은 여전히 다음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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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외국인 친구의 집을 직접 방문하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외국인 패널들과 정상과 비정상 사이를 토론하는 ‘비정상회담’, 길거리에서 버스킹 강연을 펼치는 1인 토크쇼 ‘말하는대로’도 주목할 만 하다. 자극적인 요소 없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거나 의미 있는 내용을 담은 가치 있는 예능들이다.

예능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울림 있는 작품들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비록 지상파나 tvN 시청률에 비할 수는 없지만, 드라마 퀄리티와 전하는 메시지 면에서는 우월하다.

‘욱씨남정기’ ‘청춘시대’ ‘판타스틱’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등은 모두 웰메이드라고 호평 받은 작품이다. 미니시리즈에서 찾아보기 힘든 깊은 고찰과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 등이 돋보인다.

◇ JTBC의 성장비결, 열린 마음과 모험심

이처럼 JTBC가 신선한 프로그램들을 다수 배출해낼 수 있던 바탕에는 제작진의 모험심과 이를 이해하고 장려하는 방송국의 열린 마음이 자리한다.

방금 언급한 드라마들만 봐도 알 수 있다. 드라마는 예능에 비해 제작비와 인력 등이 많이 드는 작품이다. 타격이 큰 분야인데도 불구하고, JTBC는 현재 종편 중 유일하게 드라마 명맥을 잇고 있다.

JTBC 관계자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부담을 안고 갈지언정, 투자를 해서 좋은 성과를 끌어내자는 생각이다. 눈앞에 보이는 성과만 따라가기보다 프로그램 장르와 다양성이 전반적으로 어우러지게 해 시너지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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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을 대하는 태도 또한 마찬가지다. 관계자는 ‘히든싱어’에 대해 “방송사에서 쉽게 하기 힘든 포맷이다. 모창자(일반인)를 프라임 시간대에 내세운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JTBC의 도전정신을 짚었다.

길거리에서 강연 버스킹을 한다는 최초의 발상을 한 ‘말하는대로’에 대해서는 “떼로 나와서 하는 토크쇼는 사실 시청자층을 잡기 가장 좋은 포맷이다. JTBC가 시청률을 높이려면 뻔한 프로그램들을 선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우리는 좋은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실험하고 만들어보고 싶어 한다. 그러다가 ‘말하는대로’나 ‘냉장고를 부탁해’ 같은 킬러 콘텐츠가 나오는 것이다”라며 끊임없는 시도를 해왔기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열린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게 중요한 것 같다. JTBC는 될 것 같은 확신이 있어서 밀어붙인다기보다, 괜찮으면 일단 시도해보자는 주의다. 모험하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고 투자하는데 많이 열려 있는 편이라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