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모든 휴대폰 유통점에 신분증 스캐너가 도입된다.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 판독 가능한 신분증이 없으면 휴대폰을 개통할 수 없다. 스캐너 도입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게 `대포폰 예방`이다.
대포폰을 만드는 흔한 경로는 명의 도용이다. 유출된 개인정보나 사회·경제 약자의 개인정보로 서류를 꾸며서 개통자와 사용자가 다른 휴대폰을 찍어 낸다. 신분증 없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유통점이 마음먹고 일을 꾸미면 막을 방법이 없다.
이런 방법으로 대포폰 3만대를 개통한 일당이 구속됐다. 이제 스캐너로 신분증을 본떠 전송하기 때문에 대놓고 이런 일을 벌이기가 어려워졌다.
정부는 지난달 20만대에 이르는 차명 휴대폰을 직권 해지하는 등 강력한 대포폰 근절 의지를 보였다. 신분증 스캐너도 연장선이다. 직권 해지는 기존의 대포폰을 없애는 것이고, 스캐너는 신규 유입을 차단하는 조치다. 대포폰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대포폰이 근절될 것 같지 않다. 법은 대포폰 공급자는 강력하게 처벌하지만 사용자에게는 상당히 관대하다. 과거에는 아예 처벌을 안 했고, 최근에야 처벌 규정이 생겼다. 하지만 `자금 제공을 조건으로 타인 명의의 휴대폰을 개통한 자`로 한정했다. 금전 거래가 없다면 대포폰을 써도 처벌하지 말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당이 대포폰 사용자 처벌을 강화한 법률 개정안을 냈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더욱 중요한 건 정부의 단속 의지와 강력한 처벌이다. 전화 한 통이면 누구나 쉽게 대포폰을 구할 수 있다. 통신 당국과 사법 당국이 협력,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붙잡으면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
솔선수범이 중요한 건 물론이다. 지도층이 대포폰을 `애용`하는 현실에선 아무리 강력한 처벌을 외친다 한들 설득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