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해외 진출, 아직 부족합니다. 기술개발은 물론이고 현지 진출한 한인 기업가를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1일 서울 코엑스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만난 김철수 세계한인벤처네트워크(INKE) 회장은 벤처 해외진출을 두고 벤처기업계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김 회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27일 INKE 9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싱가포르에서 반도체 소재 및 장비 유통기업 디지로그테크를 창업, 올해 약 2000만달러 매출을 올렸다.
김 회장은 벤처기업이 기술력과 정보 부족으로 해외 진출에 실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조업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현지 수요부터 파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해외시장을 고려하지 않은 해외 진출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핵심 기술력이 경쟁사보다 열악한 상태에서 국내시장 거래 실적만 믿고 해외에 진출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국내와는 상이한 해외 바이어 수요를 맞추지 못하거나, 기술력 한계에 부딪혀 성과를 내지 못할 위험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의 지적은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벤처기업 가운데 해외 수출기업은 27.3%에 불과하다. 벤처기업 해외특허 및 국제규격 보유현황은 `해외특허나 국제규격이 없다`(48.9%)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벤처 글로벌화는 여전히 업계 난제로 남아있다.
김 회장은 `보여주기식` 정부 수출지원 정책에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성과가 단기간에 나타나는 화장품, 식품, 생활용품 등 소비재 중심으로 해외 판촉지원이 집중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선진국형 기술 기반 제품을 가진 벤처기업 판로 개척을 중점 지원해야 한다”면서 “원천기술 기반 제품을 해외에 내놓지 못한다면 우리나라가 수출 주도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진단했다. 기술 기반 제품은 판로 개척에 보통 1년 이상 소요된다는 것이 김 회장의 분석이다.
김 회장은 “정부는 해외 바이어와 더 깊은 관계를 구축, 유지해야 하고 벤처기업은 현지 진출한 한국인 기업가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000년 벤처기업협회를 모태로 출범한 INKE는 해외 한국인 벤처기업가 모임이다. 해외 벤처 1500여개사를 회원으로 확보했다. 벤처 해외진출 지원을 목표로 활동 중이다.
또 INKE는 다음달 벤처기업 해외진출 온라인 플랫폼 `글로벌벤처스`를 연다. 775개 유망 벤처기업과 해외 바이어 2000여명이 등록된 상태다. 온라인 플랫폼을 토대로 INKE에 등록된 해외 바이어와 국내 벤처기업이 접촉하는 서비스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