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바쁜 시간에 후배가 부서 단체 카톡에 데이터 11GB를 월 3만2890원으로 이용하는 알뜰폰 요금제에 가입하라며 수선을 떨었다.
이동통신사 요금과 비교, 절반 수준으로 통신비를 아낄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본인이 가입했음은 물론 가족을 비롯해 주변에 소개할 것이라며 가입을 재촉했다.
강력한 권유에 다단계 판매 조직에 포섭된 거 아니냐, 가입자 1명 늘릴 때마다 리베이트를 받기로 한 거 아니냐는 의혹을 살 정도였다.
후배가 추천한 요금제뿐만 아니라 무제한 데이터를 반값에 팔거나 기본료를 없애는 등 상식을 파괴한 요금제가 쏟아지고 있다. 기존 요금보다 할인된 요금도 출시됐다.
일시성 이벤트여서 기한이 정해져 있고, 가입 가능한 규모도 제한돼 있다.
그럼에도 소비자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선착순은 조기 마감되고, 가입 기한을 연장할 정도다. 이통 요금을 반값 또는 그에 유사하게 줄일 수 있다니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다.
이통 요금이 과다하다는 인식은 팽배하지만 줄이려는 노력은 게으른 게 현실이다.
본인이 음성통화를 몇 분이나 하는지, 데이터는 얼마나 쓰는지 제대로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각자에 맞는 요금제를 선택하려는 노력은 뒷전이다.
이용자 선택권을 보장하고 합리 이용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요금제가 있지만 안중에도 없다. 요금제가 너무 많아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타박만 한다. 이통 요금에 대해선 항상 비싸다며 불만만 가득하다. 무조건 이통 요금을 내리라고 한다.
이통 요금을 내리는 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1만원 안팎의 기본료 폐지가 추진되고 있지만 부지하세월이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이통요금 포퓰리즘`을 기대할 필요가 없다. 기대해 봤자 명분은 그럴 듯하지만 실속을 장담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그렇다면 이통 요금을 소비자 스스로 줄이는 수밖에 없다.
이통 요금을 절감하는 첫 순서는 최적 요금제를 설계하는 것이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유통점을 방문하든지 이통사 홈페이지 등을 이용하면 어렵지 않다.
비판 대상이지만 요금 상품을 세분화했다는 건 소비자 입장에선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다는 의미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지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알다시피 종전의 씀씀이를 줄이는 건 쉽지 않다.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통 요금처럼 줄일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도처에 분명히 있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기회가 충분하다는 말이다.
한 달에 1만~2만원 아끼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통상 2년 약정을 고려하면 절약할 수 있는 금액이 결코 작지 않다. 중저가폰 한 대는 구입하고도 남을 금액이다.
이통 요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외면하는 건 스스로 현명한 소비자가 되길 거부하는 것이다.
소비자 각자가 최적화된 요금제를 선택하는 게 이통 요금을 절감하기 위한 첫걸음이자 비결 아닌 비결이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강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김원배 통신방송부 데스크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