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드라마는 CF도 아니고 화보도 아니다. 캐릭터들의 성격이 한데 모여 에피소드나 메시지를 전하고 곳곳에 감정의 소용돌이를 집어넣는 짧고도 긴 이야기다. 고루 어우러진 시놉시스와 연출, 배우들의 연기(혹은 캐릭터)의 삼박자가 소구력을 갖는 이유다.
아무리 인기 있는 작가여도, 이름값 높은 배우여도, 화려한 영상미를 자랑해도 드라마 본연의 요소에 충실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SBS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과 케이블방송 tvN ‘안투라지’, KBS2 ‘오 마이 금비’가 그 사실을 알려준다.
◇ 풍성한 이야기 더하니 상승하는 시청률
‘푸른 바다의 전설’은 ‘별에서 온 그대’ ‘프로듀사’ 등을 쓴 박지은 작가의 작품으로 방영 전부터 뜨거운 화제를 낳았다. 그가 우리나라 최초의 야담집인 어우야담에 나오는 인어 이야기를 차용해 만들어 낼 신비로운 판타지는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전지현과 이민호라는 톱배우가 주연이니 기대치는 최고조였다.
하지만 첫 회가 방송되자 김이 새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별다른 이야기 없이 이민호와 전지현의 얼굴을 타이트하게 잡은 클로즈업 샷을 남발하는 등 알맹이가 없는 탓이었다. 60분짜리 광고를 보는 듯하다는 평이 줄줄이 나왔다.
캐릭터와 내용은 전작들의 분위기와 너무 비슷해 박지은 작가의 자기복제와 한계가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칼럼니스트 김선영은 “한껏 높아진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한 박지은 작가는 이번에는 가장 안전한 길을 선택했다”며 박지은 작가의 최고의 성공작 ‘별에서 온 그대’의 흥행공식을 반복하는 것을 지적했다.
3회부터는 주인공에 얽힌 비밀이 공개되고 새로운 사건들이 발생하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어내자 시청률은 다시 회복되고 있다. 캐릭터 성격과 전체적인 뉘앙스는 어떻게 변해갈지 아직 두고 봐야겠지만, 점점 풍성해지는 전개가 다시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긴 것으로 보인다.
◇ 비주얼만 잡고, 다른 것 놓치면...
‘안투라지’도 비슷한 모양새다. ‘안투라지’는 미국 헐리우드의 일상을 거침없이 담아낸 미국 유명 코미디드라마의 한국판이다. 가까운 듯하지만 생경한 연예계 이야기는 누구나 관심 있는 소재다. 게다가 최다의 카메오들이 출연한다고 알려져 드라마에 대한 기대는 높아져만 갔다.
그렇지만 ‘안투라지’는 여전히 힘을 못 쓰며 현재 1%도 안 되는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1, 2회에서는 보여주기식 대사와 장면이 남발되며 선정성과 불쾌감을 안겼다. 노골적인 대사들과 배우들의 상의탈의 장면, 잠자리 장면 등은 꼭 필요한 장면이 아니라 자극적이었을 뿐이었다.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연출해내지 못한 탓도 크다.
수많은 카메오들은 드라마의 보는 재미는 만들어냈지만 굳이 이 장면에서 왜 등장해야 하는지, 어떤 역할인지 내용으로서 시청자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안투라지’는 회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팬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듯하지만, 아직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어찌어찌 이야기는 풀어나가지만 굵직한 에피소드 없이 단편적인 내용들로 구성되어 산만함을 유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비주얼만 강조하고 드라마에 꼭 필요한 요소들을 놓친 결과다.
◇ 최약체 속 숨어있던 호랑이의 힘
오히려 기대 이상의 호평을 얻고 있는 작품은 ‘오 마이 금비’다. 이 드라마는 ‘푸른 바다의 전설’과 ‘역도요정 김복주’과 같은 날 방송됐는데, 아동치매라는 생경한 소재와 아역배우 허정은을 주연으로 내세워 상대적으로 불리한 최약체로 판단됐다.
드라마의 초반부는 전체적인 스토리를 대충이나마 귀띔해주고 캐릭터의 특징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 마이 금비’는 1, 2회 동안 작품의 분위기를 보여주고 캐릭터 간 관계와 성격을 명확히 드러내며 제 역할을 해냈다. 그 결과, 드라마는 동시간대 시청률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 마이 금비’는 시한부의 병을 앓고 있는 귀여운 아이가 이끌어나가는 이야기에 눈물 가득한 신파로 여겨질 것 같았다. 예상과 달리, 허정은의 사랑스러움과 똑 부러지는 애어른 캐릭터, 메시지를 던지는 촌철살인 대사의 융합은 흐뭇한 미소를 유발하게 했다.
여기에는 허정은의 연기력이 뒷받침됐기에 효과가 극대화됐는데, 뿐만 아니라 오지호, 박진희, 서현철 등 탄탄한 내공의 배우들도 힘을 가세했다. 이들은 감정이 과잉되지도 않으면서 서사에 따라 미묘하게 변해가는 디테일을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 본연에 충실한 ‘오 마이 금비’는 벌써부터 팬층을 형성하며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