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 과학향기]항공기 기술개발도 친환경이 핵심

현대 사회의 핵심 화두는 `친환경`이다. 화석 연료의 고갈은 물론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와 같은 환경오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항공기 제조 시장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으로 여행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대기 오염을 덜 일으키는` 친환경 항공기 개발은 필수가 됐다. 친환경 항공기 개발 기술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그동안 비행기는 대기를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지난 2004년 유럽환경청의 조사에 따르면, 교통수단 가운데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것은 비행기였다. 비행기를 탄 승객 한 명이 1km를 이동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285g으로, 104g인 자동차보다 두 배, 14g인 기차보다는 20배 정도나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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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비행기는 현재 먼 곳을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가장 유용한 교통수단으로 꼽힌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비행기의 연료를 적게 쓰면서도 멀리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즉, 연료 효율성이 친환경의 핵심 기술인 셈이다.

항공기 제조 회사는 항공기의 연료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꾸준히 해 왔다. 연료가 값비싼 만큼 적게 쓸수록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 이유가 바뀌었다. 환경오염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비행기가 배출하는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연료 효율 향상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 대표적인 방법은 비행기 날개 끝부분을 구부리는 것이다. 유럽의 다국적 항공제조사인 에어버스는 연료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공기의 저항을 많이 받는 날개에 주목했다. 그리고 날개의 폭을 줄이고, 전체 모양이 알파벳 대문자 `L` 자가 되도록 만들었는데, 이를 `샤크렛`이라고 부른다. 날개의 모양이 상어의 지느러미를 닮았다고 해서 이같이 불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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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버스의 비행기. 날개에 샤크렛을 적용해 공기 저항을 적게한다.

비행기의 날개의 끝부분을 구부리면 공기의 움직임이 바뀐다. 공기의 움직임이 바뀌면서 비행기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공기 저항의 일종인 `와류`가 적게 만들어지게 된다. 부드럽게 구부러진 부분이 공기의 흐름을 바꿔 회오리가 만들어지는 것을 방해하는 원리다. 와류가 클수록 비행기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더 많은 연료를 써야 하는데, 와류가 적어지면 그보다 적은 연료를 쓸 수 있다. 에어버스는 이 날개로 기존의 항공기보다 연료 사용량을 4% 줄이고 연료 효율은 15% 높일 수 있었다.

연료 효율성을 높이는 또 다른 방법은 비행기의 무게를 줄이는 것이다. 비행기 무게를 1% 줄이면 연료 사용량을 0.75% 정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비행기의 몸체를 만드는 데 3D 프린팅을 활용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현재 가장 큰 비행기인 A380이나 보잉777 항공기의 경우 부품 개수가 400만개가 넘는다. 비행기 한 대를 만들기 위해선 이 많은 부품을 따로 만든 뒤 다시 조립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여기에 조립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볼트와 너트, 접착제 등이 더해지면 비행기의 무게는 더욱 커진다. 만약 3D프린터를 이용해 비행기 몸체를 한 번에 찍어 내면 무게는 물론 만드는 시간과 비용을 훨씬 줄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에어버스에서 3D프린터로만 만든 비행기 `토르(THOR)`가 있다. 가로, 세로 4m 크기의 이 비행기는 무게가 21kg일 정도로 가볍다. 피터 샌더 에어버스 3D프린팅 개발 총괄 책임자는 “토르는 알루미늄과 티타늄, 스테인리스 강 등을 섞어 잘게 부슨 특수 재료를 개발해 3D프린터로 찍어 만들었다”며, “무게를 줄이는 것은 물론 제작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3D프린팅이 항공기 제조 산업에 필수적인 기술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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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터로 만든 비행기 `토르`

화석연료 대신 바이오연료를 사용하는 방법도 논의되고 있다. 바이오연료는 곡물이나 식물, 나무, 해조류, 축산폐기물 등에서 추출해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만든 연료를 말한다. 화석연료를 사용했을 대보다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항공사와 항공제조사는 저마다의 방법으로 바이오연료를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최초로 바이오 연료를 사용한 항공사는 영국의 버진아틀란틱이다. 버진아틀란틱 항공은 코코넛과 바바수 오일을 이용한 바이오연료를 개발했다. 그리고 지난 2008년 B747기 4개의 엔진 중 한 개의 엔진에 바이오연료를 20% 정도 섞어 시험 운항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의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은 최근 남아프리카항공(South African Airways)과 네덜란드의 바이오 연료 생산기업인 스카이엔알지(SkyNRG)와 함께 담배식물을 이용해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담배식물은 `니코틴 없는 담배`라고 불리는 `솔라리실`이다. 보잉은 이 식물의 씨앗에서 기름을 추출해 화석연료와 섞은 바이오 연료를 만들 계획이다.

이밖에도 폐식용유와 해조류, 비식용작물인 야트로파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바이오연료가 개발되고 있다. 또 수소를 동력으로 사용해 대기 중에 수증기만 남기는 깨끗한 추진 시스템 개발도 활발하다. 깨끗한 하늘을 위한 항공기의 변신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글 :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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