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대통령이 이를 전면 부정한 초유의 대치국면에서 야권이 박 대통령 탄핵 절차에 들어갔다. 21일 야3당을 비롯해 비박계 여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 탄핵 당위성이 형성됐다고 판단, 구체적인 탄핵안 발의 시점과 방법 등을 논의했다. 국회가 탄핵 준비에 나서자 박 대통령은 22일로 예정된 국무회의는 주재하지 않기로 하고 특검·탄핵 대비에 돌입했다. 검찰은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칼날을 완전히 거두진 않았다.
◇野, 탄핵 절차 밟기 시작…與, `분당` 초읽기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 3당은 21일 최순실 사태의 법적 책임을 물어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기로 당론을 확정했다. 전날 야권 대선후보가 박 대통령 탄핵에 의견을 모은 데 이어 원내 소속 세 야당 모두 탄핵 추진을 공식화했다.
민주당은 이날 즉각적인 탄핵안 발의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지만 국민 여론을 반영해 `탄핵을 추진하고 이를 위한 실무기구를 둔다`는 내용을 긴급의총을 열어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실무기구는 탄핵과 관련한 법리적 검토 등 맡는다.
국민의당도 이날 비상대책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열어 박 대통령 탄핵 추진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일찌감치 박 대통령 탄핵을 당론화한 정의당은 이날 야권 논의를 위해 이른 시일 내에 야 3당 대표들이 회동할 것을 제안했다. 또 야권에 `국회 대통령 탄핵검토위원회` 설치로 탄핵 절차에 나서는 한편, 검찰의 대통령 강제수사와 청와대 예산 대폭 삭감 등 박 대통령 퇴진을 위한 실효적 조치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야 3당 공조는 물론 시민사회와 박 대통령 탄핵에 공감하는 새누리당 비박계와도 연대하기로 했다.
기동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 비박계 접촉을 전방위적으로 하겠다”며 “탄핵 가능성이 가장 큰 시점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야권 내 이견이 있는 국회추천 총리 추진은 차후 다시 논의키로 했다.
새누리당은 비박계 탈당 등 분당 위기에 직면했다. 비박계 중심 의원으로 구성된 비상시국회의에서 박 대통령 징계요구안을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제출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서자 친박계 지도부는 즉각 반발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은 22일 탈당을 선언, 비박계 중심으로 `탈당 러시`도 이어질 전망이다.
◇朴 대통령, 국무회의 주재 안해…“임무는 계속”
박 대통령은 당초 참석을 검토하던 22일 국무회의를 주재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국정 중단을 막기 위해 대통령 본연의 임무 수행은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 수사 결과와 주말 민심 등을 고려해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내렸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국정 복귀 차원에서 22일부터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으나 고심 끝에 참석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검찰이 중간 수사 발표에서 박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규정했고, 국회에서 탄핵 논의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할 경우 비판 여론이 거세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국무회의는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주재한다. 황교안 총리는 페루 아시아태평양경제회의(APEC) 정상회의 참석차 해외 체류 중으로 22일 오후 늦게 귀국한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특검법)`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등 안건이 상정된다. 특검법 안건을 본인이 의장으로서 처리해야하는 불편할 상황을 피하려고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특검법 공포안이 의결되면 이를 곧바로 재가할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특검 대응은 별도로 하면서 정상회담 등 맡은 국정도 챙겨나갈 것”이라며 국정운영도 계속 이어서 하겠다는 입장임을 분명히 전했다.
◇檢 “대통령 대면조사 없어진 건 아니다”
검찰은 전날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 불응 뜻을 밝혔음에도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지만 박 대통령 수사를 법과 원칙에 따라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관계자는 이날 “특검이 언제 들어올지 모르겠는데 박 대통령 대면조사는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며 “필요하면 일자를 못 박을 수도 있는데 확정적으로 결론 내린 것은 아니다. 조만간 또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나온 대통령 강제수사 여부에 대해서 “현실적으로 체포는 기소를 전제로 하는데 대통령은 기소할 수 없다. 그건 헌법학자들도 현실적으로 좀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