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에서 의학고문이사로 근무하다가 돌연 국내 바이오 벤처로 자리를 옮겼다. 철저한 `을` 입장에서 경험을 쌓은 지 1년. 몸은 고됐지만 20억원 투자 유치, 국제 심포지엄 발표, 신약 공동 개발 등 성과를 올리며 경영 능력을 검증받았다. 김태순 신테카바이오 경영총괄 대표다.
김 대표는 한국MSD에서 피부, 비뇨기과, 감염 등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의학고문이사를 지내다가 지난해 신테카바이오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대외협력, 사업총괄까지 전담하면서 회사 경영을 총괄하는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1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기술 중심 회사라는 기존 평가에서 벗어나 사업화 기업으로 변모시켰다. 정밀의료 핵심 도구인 `유전체 분석` 영역에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그는 올해 가장 큰 성과로 국제암유전체협력단(ICGC) 심포지엄에서 신테카바이오 기술력을 소개한 것을 꼽았다.
김 대표는 16일 “데이터에 관심 있는 과학자가 총집결한 ICGS 심포지엄에서 슈퍼컴퓨터 기반의 유전체 빅데이터 분석·활용 기술을 소개한 것이 의미 있었다”면서 “세계가 우리나라 유전체 분석 기술에 집중하는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고 말했다.
신테카바이오는 유전체 빅데이터를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방식으로 정형화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슈퍼컴 기술을 활용, 유전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딥러닝 기반의 분석 알고리즘도 개발한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개인 맞춤형 의약품을 제공하는 `인실리코` 영역에도 진출했다. 9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ICGC 심포지엄에서는 슈퍼컴 기반의 유전체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발표했다.
그는 글로벌 제약사에서 풍부한 R&D 노하우와 비즈니스 경험을 신테카바이오에 접목하고 있다. 6월 미국 실리콘밸리 투자업체 알토스벤처스로부터 20억원의 투자 유치를 이끌었다. 휴레이포지티브와는 디지털헬스케어와 유전체 분석을 접목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카이노스메드와 파킨슨병 치료제 공동 개발도 착수했다.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분석, 신약 효과를 예측한다.
김 대표는 “그동안 R&D 성과를 사업으로 연결시켜서 회사를 성장시키는 게 내 역할”이라면서 “우리가 보유한 유전체 분석 기술을 정밀 의료 플랫폼으로 키워 병원, 기업과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환경을 만들어 보겠다”며 웃어 보였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