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 저가 경쟁붙은 `패시브 시장` 구원투수되나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11월 한국거래소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량 추이

#트럼프 당선 소식이 들려왔던 지난 9일 골든브릿지투자증권 6층에서는 탄식이 아닌 안도의 한숨이 흘러 나왔다. 코스피 지수는 45P 밀렸지만 수익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파운트는 이날 코스콤이 운영하는 로보어드바이저(RA) 테스트베드 참가사 35개사 중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을 거뒀다.

RA가 변동성 장세에 주목받는다. 기존 자산관리 서비스보다 낮은 수수료로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파운트 관계자는 “모두가 힐러리 당선을 예측하던 와중에 나온 성과여서 더욱 의미가 깊다”면서 “상장지수펀드(ETF) 중심 RA 알고리즘이 급락장 속에서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파운트 외에도 코스콤 테스트베드에서 ETF 중심으로 구성된 RA 알고리즘은 주식형 알고리즘보다 안정적 수익을 기록했다. 일부 주식형 알고리즘은 이날 10%가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주요 자산운용사와 국민연금 등 자본시장 `큰 손`은 주식 시장 변동성에 쉽게 대비할 수 있는 `패시브(Passive) 전략`으로 선회한지 오래다. 투자 보수를 줄일 수 있으면서도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패시브 전략은 개별 종목에 적극 투자하는 액티브(Active) 전략과 달리 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변화하는 ETF 등에 주로 투자한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일 국내 ETF 시장 거래대금은 3조6597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 거래대금이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 7934억원의 4.6배다. 이날 투자자들은 급변하는 시장 속에서 코스피200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ETF 또는 지수 상승에 갑절을 벌 수 있는 레버리지ETF에 뭉칫돈을 넣었다.

금융투자업계가 RA 알고리즘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ETF 시장 팽창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상장한 국내 ETF는 지난달 말 기준 238개다. 지난해보다 20% 많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 대비 국내 상장된 ETF 종목군이 증가하면서 다양한 지수에 자산을 배분할 수 있는 랩어카운트 운용 범위도 크게 넓어졌다”면서 “안정성이 확보된다면 인력 투입 없이도 저렴하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RA 알고리즘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RA를 활용해 거래 수수료를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운용역 판단에 따라 개별 주식을 발굴투자하는 것이 아닌 만큼 저렴한 가격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개별 주식에 투자하는 액티브 전략과 달리 데이터 분석에 따라 방어적으로 운용하는 ETF 등 패시브 투자에 RA 활용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수수료 인하 측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미래에셋은 지난달 고려대와 공동으로 인공지능(AI) 금융연구센터를 설립해 RA 알고리즘을 연구 중이다.

다만 금융당국의 비대면 일임 불허 방침은 RA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RA 자문사 등장이 어려워지면서 저렴한 수수료 등 장점은 빛을 보기 어려워 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가 자문서비스를 허용하면서도 실제 주문을 넣는 것까지는 막아버려 RA업체가 자문사로 전환을 하더라도 결국 증권사나 은행 등에 판매 채널을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것”이라면서 “사실상 대형 증권사 중심으로 RA 시장이 재편될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11월 한국거래소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량 추이>

11월 한국거래소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량 추이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