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모바일 유통, 유연한 IT 인프라가 필요하다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는 우리나라에서 모바일 유통처럼 기존의 환경을 새로운 것으로 쉽게 대체하는 산업 영역은 드물다.

지난 2011년 국내에 처음 등장한 모바일 쇼핑은 올해 백화점과 편의점을 넘어 대형 마트의 매출을 위협할 수준으로 급속히 성장했다. 모바일이 유통 산업 기반을 빠르게 바꾸고 있는 셈이다.

온라인이나 모바일에서 성장한 기업은 물론 오프라인 기반의 대형 유통업체까지 `모바일 퍼스트`를 외치는 시대다. 급속한 모바일의 환경 변화와 성장을 따라잡는 한편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그 이상의 무엇을 고민해야 한다.

모바일 유통은 산업 외형뿐만 아니라 고객 트렌드도 빠르게 변한다. 안드로이드와 iOS 운용체계(OS)를 업데이트할 때마다 새로운 기능이 등장한다. 유통 사업자는 이를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경험(UX)에 반영하기 위해 매번 고민을 반복한다. 게다가 고객의 관심과 만족을 끌어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모바일 쇼핑은 패션, 여행, 배송상품 등 취급 영역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모바일 유통업체 개발 조직은 상황에 따라 간편하게 변화할 수 있는 유연한 정보기술(IT) 인프라를 마련하는 `로 커플링`이 중요하다. 거대하고 완벽한 하나의 시스템을 구축하기보다 각 기능이 언제든 독자 발전을 할 수 있도록 독립된 형태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마이크로서비스아키텍처(MSA)도 비슷한 사례다.

티켓몬스터가 운영하는 소셜커머스 플랫폼 `티몬`은 현재 각 기업이 앞다퉈 도입하는 IT 솔루션의 구매를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대체 솔루션을 자체 개발하거나 오픈소스를 최대한 활용한다. 소프트웨어(SW)를 구성하는 각 컴포넌트도 잘게 쪼개 개발한다. 기술과 트렌드 변화가 전체 SW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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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을 장려하는 기업 문화는 이 같은 대처를 뒤에서 지원한다. 조직의 의사 결정 과정이 유연해야 쉽게 바뀌는 환경에 뒤처지지 않고 쫓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티몬은 IT 담당자를 대상으로 성숙도가 너무 낮은 신기술을 제외한 모든 단계에서 새롭게 도전하도록 장려한다. 이에 따른 투자비용과 SW 버그도 감수한다. 비용 없는 혁신은 있을 수 없고 버그 없는 시스템은 존재하기 어렵다. 꾸준히 시도하고 변화하면서 만들어야 소비자에게 만족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각자가 진행한 프로젝트 경험을 가감 없이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티몬은 해결 방법을 찾아낸 성공 프로젝트 과정을 정리,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지에 등록한다. 티몬을 비롯한 다양한 유통 기업에 종사하는 여러 개발자들과 해당 내용을 공유하기 위함이다.

실무자들은 “코딩하는 것보다 블로그 포스팅을 올리는 게 몇 배는 더 어렵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티몬의 경험을 다른 업체가 받아들여서 학습한 후 더 나은 아이디어로 개선하면 국내 모바일 유통 산업과 개발자 커뮤니티는 한층 발전할 것이다.

모바일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후위 처리(Back-End)를 넘어야 한다. 산업 및 쇼핑 고객과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조직과 인프라의 유연함을 겸비해야 한다. `애자일(Agile)`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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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배 티켓몬스터 최고기술책임자(CTO) sblee@tm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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