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두 장의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궜다.
한 장은 백인 남성이 환호성을 지르며 웃고 있다. 또 다른 한 장은 흑인·백인·황인 남녀들이 뒤섞여서 침울한 표정을 짓고, 몇 명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미국 대선은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로 끝났다. 트럼프는 앞으로 미국을 4년 동안 이끈다.
그는 수락연설을 통해 `미국인 통합`을 이야기했다. 그동안 우려대로 그가 외부 배타 정책을 편다면 우려는 커진다.
트럼프의 4년은 `대결`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백인우월주의를 노골화한 그에게 미국 국민들은 표를 던졌다. 트럼프는 지난 2011년부터 버락 오바마의 출생을 거론하며 미국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후보가 된 뒤에도 멕시코인을 강간범과 범죄자로 비하하고, 불법 이민과 마약 밀매를 막기 위해 양국 간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당선 후 통합을 이야기했지만 실제 그에게 표를 던지게 한 것은 대결이었다.
우리 경제도 미국과 일정 부분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장 금융 시장의 불안 우려가 크다. 일부 전문가는 파장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의 10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중장기로는 미국 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이 과정에서 글로벌 환율 전쟁이 촉발될 수도 있다. 트럼프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주한미군 주둔용 방위비 분담을 늘리고 대북 강경 노선을 들고 나올 경우 환율 불안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트럼프의 거친 행보는 취임 이후 완화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아직은 모른다. 공포감에 빠지거나 과민할 필요는 없지만 대비는 필요해 보인다.
미국 대선 이후를 대비한 치밀한 전략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업종별 대응법을 살피고, 정부도 미국의 기조 변화를 꼼꼼히 모니터링하는 등 정책 대응 준비를 해야 한다. 최근 정치가 제 기능을 잃었다. 그렇다고 경제마저 마비돼서는 안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트럼프 시대에도 위기와 기회는 공존한다. 우려보다는 대비가 필요하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