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View┃방송] 부모님 부고에도…프로의식 발휘해야 하는 연예인의 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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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엔터온뉴스 DB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얼마 전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혼술남녀’에서는 공무원 입시학원 강사 민진웅이 강의 때문에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는 장면이 나온다.

강의 중 계속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으로부터 연락이 오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본인의 일에 집중하기 위해 휴대폰을 잠시 꺼놨고, 수업을 마치고 휴대폰을 다시 켠 후 모친의 부고 소식을 접해야 했다.

많은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 이 장면과 비슷한 사례는 직장인들뿐만 아니라 연예계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특히 연예인들은 카메라 앞에서 항상 아무렇지 않게 밝게 웃어야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상황이 더욱 괴롭게 느껴질 것이다.

지난 8일 개그맨 윤정수는 본인이 출연 중인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프로그램 ‘님과 함께2 – 최고의 사랑’ 기자간담회에 참석하던 와중에 어머니가 지병으로 별세했다는 비보를 접했다.

그럼에도 그는 취재진 앞에서 아무런 동요 없이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제작진이 “질문이 있는 분들은 윤정수에게 먼저 해달라”고 말하자 윤정수는 “질문이 없어도 있는 척 할 수 있다”며 농담까지 건넸다.

윤정수는 그렇게 몇 가지 질문에 대답한 후 급하게 기자간담회 자리를 떴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모친상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더욱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JTBC 관계자는 “당시 윤정수가 제작진과 출연진에게 모친상 소식을 밝히지 않고, 급한 일이 있다고만 얘기했다”며 “동요 없이 남은 기자간담회를 잘 마치기 바라는 윤정수의 배려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윤정수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동료들과 제작진을 생각했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도 최대한 수행한 후 곧장 빈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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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엔터온뉴스 DB, MBC 제공

지난 9일에는 개그맨 서경석의 부친상 소식이 전해졌다. 서경석의 아버지는 췌장암으로 1년 6개월 동안 투병 생활을 하다가 이날 오전 별세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가수 양희은과 함께 MBC 표준FM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를 진행하는 서경석은 부친의 위독한 상태를 알고, 혹여 자신 때문에 방송이 차질을 빚을까봐 미리 사전 녹음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사전 녹음이었지만 서경석은 평상시처럼 유쾌한 분위기로 라디오를 진행했고, 이 녹음 분은 부친상 소식이 전해진 9일 오전 방송됐다.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 측에 따르면 10일 방송부터 당분간 임시 DJ가 부친상을 치르는 서경석의 자리를 대신한다.

이 밖에도 지난 2005년에는 방송인 김구라가 부친상의 슬픔을 참고, 당시 진행하던 라디오 생방송을 끝까지 마친 후 곧바로 빈소로 향했던 사례가 있다.

당시 제작진은 급하게 임시 DJ를 섭외하려고 했지만 김구라는 자신의 역할을 끝까지 하고 가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평상시처럼 생방송을 진행하는 투철한 책임감을 보였다.

배우 연우진도 드라마 촬영 때문에 부친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지난 2012년 MBC 드라마 ‘아랑사또전’에 출연 중이던 그는 촬영 도중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급하게 병원으로 이동했다.

아버지의 상태가 호전되는 것처럼 보이자 연우진은 드라마 촬영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다시 촬영 현장으로 이동하던 중 부친이 눈을 감았다는 비보를 들었다.

다음해 열린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연우진은 당시를 회상하면서 “돌아가신 아버지께 너무 죄송했고, 패닉 상태였는데 옆에서 마음을 다잡게 해준 김상호 감독님에게 감사했다”며 울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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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점프엔터테인먼트 제공, 엔터온뉴스 DB

개그우먼 이영자 역시 지난 7월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녹화를 끝내고 귀가하던 도중 부친상 소식을 접했다.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괴로움에 이영자는 한동안 슬픔에 잠겼지만 상을 치른 후 촬영현장에 복귀한 후에는 평상시처럼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녹화에 임했다는 후문이다.

어느 누구에게나 부모님이나 친가족의 부고 소식은 굉장히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특히 비보를 접한 후에도 카메라 앞에서 웃어야 하거나 스케줄 때문에 임종을 지키지 못하는 이들의 사례는 화려하게만 보이는 연예인의 숙명을 느끼게 한다.

사회적으로 귀감이 돼야할 공인이나 연예인들이 본분을 망각하고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 요즘, 힘든 상황 속에서도 책임감 있는 행동을 보여준 이들의 프로의식은 더욱 빛나고 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meanzerochoi@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