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성장을 거듭해온 실리콘밸리가 성장통에 시달리고 있다. 값비싼 물가와 교통 혼잡, 임금격차 등으로 시민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리사 엠 길모어 산타클라라 시장이 “지금 상태는 거의 폭동직전”이라고 할 정도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실리콘밸리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실리콘밸리 성장을 억제하기 위한 다양한 공략에 투표할 예정이다. 고속성장으로 인한 교통혼 잡과 문화적 차이 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자정능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가 갖고 있는 문제는 치솟는 임대료만이 아니다. 거주하는데 필요한 비용문제 외에 많은 외부인이 급격히 유입되면서 지역문화도 변하고 있다. 게다가 지역에 살고 있던 소수지역민들이 밖으로 밀려나면서 이웃 간 다툼도 자주 발생한다.
리사 엠 길모어 산타클라라 시장은 “현재 실리콘밸리는 지역사회가 원하지 않은 나쁜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지금 상태는 거의 폭동직전”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위치하고 있는 쿠퍼티노 지역은 실리콘밸리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시민들은 이 지역의 `발코(Vallco)`라고 불리는 버려진 쇼핑몰 운명을 투표로 결정하게 된다. 현지 개발세력은 800세대가 거주할 수 있는 아파트와 세계에서 가장 큰 녹지 공간, 200만 스퀘어피트 규모의 사무실 공간을 짓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공사가 완료되면 1만개 일자리가 생기고 많은 사람들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 새로 생긴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실제 쿠퍼티노에 거주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 지역 평균 주택가격은 160만달러(약 18억2400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은 개발이 완료되더라고 먼 외곽에서 출퇴근을 감수해야 한다. 교통 혼잡도 지금보다 심해진다.
이 지역에서 스타트업 중개업을 하고 있는 팻 번트는 “하루 종일 교통 정체가 일어나고 있지만 사무실 공간을 늘리는 공사는 멈출 줄 모른다”면서 “저녁식사 때 한잔의 와인은 좋다. 하지만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와인은 필요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 임금격차도 이런 갈등을 부추긴다. 대기업이 인재 빼가기에 열중해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유능한 인재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대기업이 인재를 싹쓸이 하고 있다”면서 “실리콘밸리가 몇몇 재벌이 시장을 장악하는 한국처럼 변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 연봉 조사업체 페이스케일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업체 페이스북의 경력 5년 이하 직원 연봉 중간값은 11만6800달러(약 1억3300만원)다. 경력 10년 이상 직원은 14만9300달러에 달한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