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View┃영화] 충무로 형제는 용감했다…류승범 형제 잇는 엄태구-차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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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엔터온뉴스 DB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형제가 같은 일을 같은 공간에서 하기란 쉽지 않다. 형제애와 동료애는 다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호흡보다는 어긋남이 크다. 그러나 충무로에서는 예외의 경우가 더 많다. 삐걱대는 대신 시너지를 내는 형제들이 있다.

형제 영화인으로 가장 많은 일을 함께한 사람은 류승완 감독과 배우 류승범이다. 류승완과 류승범의 시작은 2000년에 개봉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이다. 류승완 감독은 이 작품에서 류승완과 함께 주연으로 출연했는데, 극중에서도 이들은 형 석환과 동생 상환을 연기했다. 류승범은 이 작품으로 연기를 시작했으며 첫 주연을 맡게 됐다.

두 사람이 함께 한 이유로는 류승완 감독이 영화 촬영에 필요한 양아치 역을 구하는데, 딱히 마음에 드는 배우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집에 양아치(?)가 누워 있어서 캐스팅을 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동생 류승범도 “형이 아니었으면 연기를 안 했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류승범은 당시 첫 연기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인 후 충무로의 기대주가 됐고, 류승완 감독도 이 작품으로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성공을 거뒀다.

이후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리’ ‘피도 눈물도 없이’ ‘복수는 나의 것’에서는 류승범은 조연으로 활약했고, 2002년 ‘품행제로’, 2005년 ‘주먹이 운다’에서 류승완 감독은 또 한 번 양아치 캐릭터의 주연으로 류승범을 캐스팅해 최고의 호흡을 선보였다.

또한 2004년 ‘아라한 장풍대작전’ 등에서 재기발랄한 모습을 계속 보여줬는데, 재밌는 점은 류승완 감독이 동생을 캐스팅 할 때는 언제나 류상환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자신이 영화에 출연할 때는 석환이라는 이름을 쓴다는 것이다. 이후 ‘부당거래’ ‘베를린’ 등 묵직한 작품에서 이 형제는 서로를 지지하며 최고의 영화꾼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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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감독 엄태화와 배우 엄태구 형제가 충무로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 엄태화 감독은 연출부로 영화일을 시작했고, 엄태구는 2007년부터 단역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엄태화 감독은 2012년 단편영화 ‘숲’으로 인정을 받기 시작했고, 주연을 맡은 엄태구도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첫 독립영화인 ‘잉투기’에서도 동생인 엄태구를 주연으로 캐스팅했는데, 이 작품은 두 사람에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줬다. 현실의 이야기를 꾸미지 않고 날것 그대로 보여준 엄태화 감독의 연출력과 주인공의 날카로운 감성을 디테일하게 그려낸 엄태구의 연기력은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엄태구는 ‘차이나타운’ ‘밀정’ 등 충무로에서 주요 배역을 맡아 대중에게 널리 얼굴을 알리고 있고, 엄태화 감독은 처음으로 상업영화에 도전하게 됐다.

첫 상업영화인 영화 ‘가려진 시간’에서 엄태화 감독은 엄태구와 호흡을 맞춘다. 엄태구의 역할은 조연인지 특별출연인지 알려진 바가 없으나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엄태화 감독은 “아무래도 가족이다 보니 현장에서 이야기를 많이 나눌 필요가 없다. 집에서 이미 어떻게 찍을 것인지 이야기 하고 오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다른 배우들을 더 신경 쓸 수 있다. 현장에 가까운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많이 된다. 엄태구도 나와 할 때가 가장 편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엄태화-엄태구 형제를 류승완 감독-배우 류승범 형제와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에는 “대단하신 분들이라 비교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열심히 두 분의 뒤를 따르려고 한다”고 소감을 전한 바 있다.

또한 배우 차태현 역시 개봉을 앞둔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에서 친형이자 제작자 AD406 대표인 차지현과 협업을 했다. 차지현 대표는 2012년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2013년 ‘끝까지 간다’를 제작하면서 흥행의 맛을 본 적 있다. 당시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이었던 차태현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주연으로 출연해 형에게 힘을 보탰다.

차태현은 ‘사랑하기 때문에’에서 또 한 번 형과 호흡을 하게 된 것에 대해 “이 작품이 함께하는 첫 작품이면 분위기가 애매했겠지만, 형은 이미 자리를 잡은 상황이다. 여러 편의 작품을 하고 있고 성공을 했다. 내가 나온 영화들보다 더 잘된 영화를 많이 해서 역전된 상황이다”며 “아직까지 류승완-류승범 형제보다는 덜하다. 곧 따라가려고 하는데 그쪽이 너무 세다. 열심히 따라가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