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가상현실, 글로벌 선도를 위한 우리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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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 우리는 누구도 인간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정보기술(IT)의 발전은 특정 분야에서 이미 사람의 지능을 넘어서고 있으며, 나아가 현실과 가상의 구분까지 무너뜨리는 경지까지 이르렀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은 가상 세계에서 그동안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룰 수 있고, 가 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여행할 수도 있다. 이런 꿈같은 일들이 이미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 서울 마포구 상암 DMC에서 개최된 코리아VR페스티벌에서는 로봇 가상현실(VR)을 비롯한 다양한 체험 기기와 각종 VR, 증강현실(AR) 게임이 전시돼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이미 우리 주위에 다가와 있는 VR 산업은 생생한 3D 가상공간과 사용자 간 상호작용을 이루는 기술을 기반으로 디바이스, 콘텐츠, 서비스를 창출하는 새로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 전문 기관 가트너는 2017년에 기업이 주목해야 할 10대 전략 기술 트렌드를 발표하면서 VR·AR 기술을 전략 기술의 하나로 발표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VR 분야 시장 규모는 올해 52억달러에서 2020년 1620억달러로 4년 동안 약 3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 구글, 소니,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삼성, LG 등 글로벌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게임·영화·방송·테마파크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겨냥한 VR 디바이스 중심 기술 개발 및 제품 출시가 진행되고 있는 등 글로벌 선도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들 글로벌 IT 기업들은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겨냥하고 오큘러스 리프트, 소니 PSVR, HTC Vive, 삼성 기어VR, MS 홀로렌즈와 같은 최고 사양의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콘텐츠 및 서비스로 확산시키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VR 기술들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소비자 요구 사항을 충분히 만족시키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면 교육·훈련, 의료, 국방, 유통·물류 등 타 산업으로의 다양한 확산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비해 국내 VR 기업들의 글로벌 대응 역량은 어떨까. 글로벌 IT 기업들이 앞다퉈 개발하고 있는 헤드마운티드디스플레이(HMD)의 핵심 원천 기술 확보율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이는 수많은 콘텐츠와 서비스를 개발하더라도 디바이스 기술의 역량 부족은 결국 해외 의존도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미래 성장 동력 산업 선도와 글로벌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HMD의 핵심 원천 기술 개발과 해외에서도 앞서서 진행되고 있는 오감자극형 햅틱 디바이스, 몰입형 3D사운드, 가상감각 재현, 고감도 인터랙션 기술 등의 연구개발(R&D)이 필요하다. 몰입 효과를 극대화하는 체감 생성 및 재현 기술에 대한 R&D를 통해 글로벌 선도를 위한 핵심 기술 역량을 확보해 나가야 하고, `초공간〃초경험〃초실감` 실현을 위한 국가 차원의 적극 투자와 R&D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또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특화돼 있는 VR 산업 구조를 에너지, 자동차, 선박, 항공, 유통·물류 등 다양성과 특수성을 띤 여러 산업으로 확산시키고 산업의 요구 사항들을 수용 및 융합함으로써 산업의 요구 수준에 적합한 맞춤형 VR 디바이스들과 관련 콘텐츠·서비스가 패키지로 제공돼야 한다. 결국 창의 및 혁신 VR 비즈니스 창출을 위해서는 기술, 자본, 수요·공급 기업, 마케팅 등으로 구성된 VR 산업의 이해관계 요소들을 얼라이언스할 수 있는 `장(場)`이 마련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대〃중소기업의 상생 협력을 지향하는 VR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VR 산업의 글로벌 선도를 위한 치열한 전쟁이 세계 곳곳에서 일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IT 산업에서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VR 산업과 같은 신 성장 분야에 대한 정부의 전략 육성 정책과 지원,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가 수반돼야 할 것이다.

윤명현 전자부품연구원 정보통신미디어연구본부 본부장 mhyoon@ke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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