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판매 부진, 신뢰 하락 등 안팎으로 닥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이달에만 벌써 두 차례 인사를 단행했다.
가장 먼저 손을 댄 곳은 영업본부다. 판매 부진의 책임을 물어 국내영업본부와 해외영업본부 모두 수장이 바뀌었다. 국내영업본부장 자리에 곽진 부사장 대신 이광국 현대와싱턴사무소장 전무가 승진해 앉게 됐다. 해외영업본부장은 장원신 부사장이 중국 사업을 총괄하는 북경현대기차 총경리로 임명됐다. 장 부사장은 지난해 승진한 인물로, 해외영업본부장이 불과 1년 6개월 만에 교체된 셈이다.
12월 말 정기 임원인사가 있지만 수시로 임원 인사를 단행하는 현대차그룹의 특성상 연말까지 수시로 인사가 있을 가능성이 짙다. 특히 두 영업본부장을 교체하면서 이뤄진 인사 외에 추가 인사가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품질 관련 의혹이 인 만큼 이를 수습하기 위해 관련 조직 인사도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이 해외 시장 중심으로 성장 일로를 달린 만큼 해외 사업을 책임지던 인물들이 국내로 들어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광국 신임 국내영업본부장을 비롯해 해외에서 글로벌 감각을 익힌 인물이 최근 많이 기용됐기 때문이다.
아예 정기 인사가 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수시 인사를 포함해 사상 최대 규모의 인사 이동과 최소 폭의 승진이 예상된다. 성장의 벽에 부닥친 지난 해, 승진 규모와 폭은 예년에 비해 상당히 줄었다. 현대·기아차 191명, 계열사 177명 등 총 368명으로 2014년 433명보다 15% 축소됐다. 게다가 사장 승진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 대신 제네시스 브랜드 강화와 고성능 차량 개발을 위해 해외 인재를 적극 영입했다.
올해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경쟁사 대비 신차가 부족한 데다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불신을 해소하지 못해 내수 판매가 곤두박질쳤다. 야심에 찬 제네시스는 예년보다 확실하게 성장했지만 초기에 기대한 것에는 못 미치는 상황이다. 친환경차 아이오닉 역시 세계 최고 연비와 연료 효율화를 달성하고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이 상황은 연말 정기 인사에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 인사는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조직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면서 “실적에 기반을 두고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원칙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했다.
해외 자원을 투입하고 보강하는 인사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동안 해외 출장을 자제해 온 정몽구 회장이 지난 8월 러시아·유럽을 시작으로 지난달 미국과 멕시코, 이달 중국을 방문하면서 3개월 연속 해외 출장길에 오르는 강행군을 펼쳤다.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현대·기아차 그룹이 성장이 정체된 해외 시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