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View┃영화] '아수라' 대신 '럭키'-‘걷기왕’-‘미스터캣’, 달라진 관객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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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아수라' & '럭키' 포스터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우리나라 영화에는 유행하는 장르가 있다. 꽤 오랫동안 스릴러와 멀티캐스팅이 주목을 받았다. 관객수가 어느 정도 보장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톱스타도 많이 출연하고, 예산도 많이 들어간다.

하지만 최근 한 달 동안 기존 분위기와 조금 다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번 가을 최고 흥행 기대작은 영화 ‘아수라’였다.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스릴러 장르에 배우 정우성-황정민-곽도원-정만식-주지훈 등 톱스타의 멀티캐스팅, 그리고 ‘비트’ ‘태양은 없다’의 김성수 감독까지 작품을 까보지 않아도 흥행이 예상되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손익분기점인 380만 명에 턱 없이 부족한 258만 명(19일 기준)으로 박스오피스에서 물러날 준비를 하고 있다. 청소년 관람 불가인 이 영화는 지나치게 잔인한 장면들로 관객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그동안 많은 영화에서 조연으로 사랑받았던 배우 유해진의 첫 원톱 주연 영화 ‘럭키’는 3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 180만 명을 쉽게 넘겼다. 현재 ‘럭키’는 약 250만 명의 관객을 모아 ‘아수라’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예상케 하고 있다.

혼자 영화를 이끌어보지 않았던 조연 배우가 앞에 나선 영화로, 흥행이 보장된 것이 아니었기에 의미 있는 결과다. 게다가 최근 힘을 잃었던 코미디 장르의 부활로도 볼 수 있어 반가운 소식이다. 전 국민에게 호감인 유해진이 가장 잘 하는 장르인 코미디에서 주연을 맡은 것은 신의 한 수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 영화 관계자는 “요즘 영화들이 청불에 잔인하고 자극적이라서 장르적 피로감이 생기지 않았을까. 세상살이가 고되고 팍팍한데 영화관에서 만큼은 재미있는 것 보고 기분 좋게 웃으면서 나올 수 있는 영화를 찾게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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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미스터 캣' '걷기왕' 포스터

‘럭키’가 ‘과속 스캔들’ ‘수상한 그녀’ ‘맨발의 기봉이’ 등 ‘가물의 영광’ 시리즈와 같은 우리나라에서 과거 가족 영화로 불리기도 한 코미디 영화로 볼 수 있다면, 이어 출격하는 ‘미스터 캣’이나 ‘걷기왕’은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간 ‘힐링 무비’라고 볼 수 있다.

‘미스터 캣’에는 억만장자 CEO이자 예쁜 아내와 귀여운 딸까지 모든 걸 가졌지만, 가족보다 일이 우선인 워커홀릭 톰 브래드(케빈 스페이시 분)가 등장한다. 어느 날, 그는 딸의 생일선물로 고양이를 사주기 위해 펫샵에 들렸다가 고양이가 되고 만다. 결국 그는 반려동물로 가족 곁에 지내게 되는데, 오랜만에 가족과 하루 종일 지내면서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다시 느끼게 된다.

사람이 고양이로 변하는 설정 자체가 신선한 판타지인데다 중후한 이미지의 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귀여운 고양이로 변해 흥미로움을 준다. 게다가 그의 완벽한 고양이 연기는 코믹함을 자아내는 요소다. 특히 세상의 온갖 고양이들의 깜찍함을 엿볼 수 있는 보너스 오프닝 영상을 비롯해, 90분 동안 주연인 고양이의 재롱 섞인 연기는 ‘애묘인’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힐링하게 만든다.

청춘을 토닥여주는 영화도 있다. ‘걷기왕’은 선천적 멀미증후군으로 교통수단을 탈 수 없어 왕복 4시간 거리의 학교까지 걸어 다니는 씩씩한 여고생 만복이(심은경 분)의 이야기다. ‘무조건 빨리’ ‘무조건 열심히’ 꿈과 열정을 가지라고 강요당하는 현실 속에서 이 영화는 ‘청춘이니까 더 열심히 뛰어!’라는 충고가 아닌 ’힘들면 언제든 걸어도 좋아‘라며 응원을 해준다.

‘럭키’ㆍ‘미스터 캣’ㆍ‘걷기왕’ 모두 앞만 보며 달려가는 반복된 일상에 쉼표를 찍어주는 영화다. 이런 영화가 사랑받고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지친 마음을 돌아보고 위로하는 특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팍팍한 생활 속에서 영화라는 가상현실이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는 귀한 선물이 된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