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연구개발(R&D) 기관의 부정사용 R&D자금 환수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동일한 내용의 연구를 제목만 바꿔 추진하는 사례도 많아 연구과제 중첩성과 관리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훈 의원(산자위·더불어민주당)은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한국산업기술진흥원·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 산업부 산하 주요 3개 R&D기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정 사용 R&D 자금 회수율이 절반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기관은 2013년부터 2016년 9월까지 모두 180건의 R&D 자금 부정사용을 적발했다. 금액으론 604억원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205억원만 회수하고 312억원(52%)을 파업 등으로 사고 처리했다. 사고처리는 더 이상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다. 그 외 나머지는 환수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 의원은 “산업부 산하 R&D기관에 대한 연구개발자금과 관련된 각종 비리가 누차 지적돼 왔던 상황이지만 계속해서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며 “미수금액에 대해 타 기관과의 협조 등 재발방지를 위한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칠승 의원(산자위·더불어민주당)은 산업부가 R&D 자금과 시장 상황 등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4400억원 정도의 혈세가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그 중에서도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조기종료 R&D과제 총 222건 중 중도퇴출 과제건수가 112건, 투입된 예산은 2400억원을 넘어 평가기관들 중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과제들은 최종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그동안 개발한 기술을 인정받는 등 중도퇴출 전까지 투입된 정부 예산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며 “R&D사업 중간평가시, 조기종료와 중도퇴출을 확실히 구분해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권 의원은 이날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중대형 2차전자시업과 2010년부터 진행된 WPM(World Premier Material) 사업의 연구과제 종복성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했다.
`갤럭시노트7` 단종 이슈와 관련된 배터리 검증 질문도 쏟아졌다. 정우택 의원(산자위·새누리당) 은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이 갤럭시노트7의 고장품과 정상품을 비교하는데 한달이나 걸렸다”며 “갤럭시노트7 사태로 국가기관 인증서를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겠나”고 지적했다.
김병관 의원(산자위·더불어민주당)은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시험 평가 보고서 내용을 보면 실험을 안 해도 아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며 “삼성의 의도에 맞게 리포트를 내준 것 밖으론 해석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홍의락 의원(산자위·무소속)도 “KTL이 갤럭시노트7에 안전관련 인증을 하면서 설계도를 보지 않았다”며 “설계도를 봤으면 이번 (갤럭시노트7 단종 등) 사태는 피할 수 있지 않았나”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원복 KTL 원장은 “삼성의 경우 미국 인증기관서 받은 게 있어 설계도를 보고 직접 안전검사는 하지 않았다”며 “오늘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갤럭시노트7 의뢰를 받고 안전검사를 실시하고 이달 내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