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으로 발전하는 풍력발전기는 어느 정도 바람세기까지 견딜 수 있어야할까. 언뜻 바람으로 돌리는 강철 바람개비(블레이드)가 바람에 파손될 수 있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도 많다.
지난번 제주와 영남권을 강타한 태풍 `차바`는 우리나라에 가동중인 풍력발전기가 초강력 바람 앞에 파손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발생한 제주 김녕 실증단지 풍력발전기 파손과 관련된 정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효성 등 합동 원인분석 결과,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권고 내구 기준인 초속 59.5m를 넘는 당시 초속 62m에 달하는 초강력 바람 때문으로 잠정결론 났다.
조사에서 이 풍력발전기가 설치된 지역에 사고 전후 10분 평균 초속 42.5m 강풍이 몰아쳤으며, 최고 초속 62m를 넘는 바람이 3초 이상 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사고 시간 앞뒤로 3시간 동안 초속 50m를 넘나드는 강풍이 지속된 것으로 파악됐다.
최고 초속 62m는 IEC 규격에 맞춰 제작한 효성 풍력발전기 내구 설계기준을 웃도는 강력 바람이다. 파손된 풍력발전기는 IEC 규정에 따라 클래스2급 기준에 맞춰 설계됐다. 클래스2 기준 풍속은 초속 42.5m, 1년 주기 돌풍 풍속은 초속 44.6m, 50년주기 돌풍 풍속은 초속 59.5m다. 즉 IEC가 설계한 50년에 한 번 올만한 풍속을 넘어서는 강풍이 사고 현장을 덮쳤고, 풍력발전기가 이를 견디지 못했다.
제작사인 효성 관계자는 “기준을 넘어서는 강풍 때문에 블레이드가 파손된 것으로 일단 확인됐지만, 추가 정밀조사를 진행한 후 공식적인 원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블레이드 파손으로 중단된 실증사업은 교체 후 계속 진행하고, 정부 서남해해상풍력사업 참여도 계획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효성은 최근 정부 주도 서남해해상풍력사업에 5㎿ 풍력발전기 2기를 투입, 참여하기로 밝힌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일단은 설계기준을 넘어서는 강풍 때문인 것으로 파악되지만 정밀 조사는 몇달 더 걸릴 것”이라며 “제품결함이 아니라고 (최종) 판단되면 효성 5㎿ 풍력발전기가 서남해 해상풍력사업에 참여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