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베이식이 한글날을 맞아 시(詩)와 힙합이 결합한 특별한 무대를 선보였다.
최근 홍대 하나투어V홀에서 진행된 KBS 쿨FM 특별기획 '힙합詩대' 콘서트는 'MC민지' 정준하가 다큐멘터리 내레이션과 콘서트 사회를 맡았으며 베이식, 주석, 피타입, 딘딘, 키썸, 플로우식, 한해 등 내로라하는 국내 힙합뮤지션들이 무대에 올라 축하 공연을 펼쳤다.
이날 메인 게스트로 출연한 베이식은 스타 시인 박준과 함께 시와 랩이 어우러지는 특별한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꾸며 한글날 특집 공연의 의미를 더했다. 베이식은 자신을 '쇼미더머니4' 우승으로 이끌었던 '좋은날' 비트에 맞춰 박준 시인의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를 개사해 읊조렸다. 이어 2절에서는 '가족'을 주제로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랩을 쏟아냈다. 시와 랩을 한 곡에서 결합해 음악을 새롭게 해석한 베이식의 무대에 관중들은 뜨거운 호응을 보였다.
무대를 마친 베이식은 "시로 랩을 한다는 게 생소한 작업이라 부담이 많이 컸다. 원작은 훼손하면 안된다는 걱정이 앞섰는데 박준 시인님이 오픈마인드로 다가와주셔서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랩이란 형태로 옮기는 과정에서 라임을 맞추느라 수정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좋다고 해주셔서 재밌게 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박준은 "무대에 앞서 가완성된 곡을 받아서 들었는데 기대했던 곳보다 훨씬 좋았다. 무엇보다 애를 많이 쓴 것 같아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또 '쇼미더머니4'때 제가 문자투표를 했었다. 이렇게 만난 걸 보니 그때 베이식을 뽑길 잘한 것 같다"고 웃으며 화답했다.
약 한 달에 걸쳐 시를 고르고, 그 시를 노래를 탄생시키는 과정이 생소하지만 뿌듯하고 재밌었다는 두 사람. 박준은 "시가 책으로 들어오면서 리듬을 잃었는데 이번 작업을 통해 잃어버린 형체를 찾은 느낌이다. 집을 나갔다 돌아온 것처럼"이라고 만족감을 표했고, 베이식 역시 "내가 아닌 남이 쓴 가사로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더 감동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베이식의 소감을 들은 MC민지 정준하는 "다음에도 남의 가사로 랩을 햘 의향이 있느냐, 제가 써둔 것도 가능하냐"고 기습 제안했고, 베이식은 "당연히"라며 흔쾌한 반응을 보여 두 사람의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베이식은 이날 시인 박준과의 콜라보레이션 무대 외에도 지난 7월 발표한 첫 미니앨범 타이틀곡 '나이스(NICE)'와 '스탠드업(STAND UP)' 등으로 뜨거운 열기를 이어가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한편 KBS 쿨FM 특별기획 '힙합詩대' 콘서트는 한글날인 9일 일요일 KBS 쿨FM에서 저녁 8시부터 2시간 동안 방송된다.
이윤지 기자 (yj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