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인터넷망 구축과 스마트폰 등 다양한 디바이스의 등장으로 케이블TV 등 올드미디어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시청자들이 비싼 유료 케이블방송을 끊고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대체하는 코드커팅(Cord Cutting)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온라인 스트리밍은 저렴한 가격으로 시청자가 원하는 것만 직접 골라 어디서나 볼 수 있도록 해 유료 방송을 궁지로 내몰고 있다.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은 넷플릭스가 주도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유료방송이 독점했던 미디어시장 판도를 바꿔 놓았다. 후발업체 훌루도 넷플릭스를 추격하며 미국 미디어 시장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컴퓨터에서 훌루 사이트에 들어갈 수도 있고 스마트폰에서 훌루 앱을 다운받아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또 집에서는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위·엑스박스, TV셋톱박스인 로쿠·애플티비에 앱을 다운로드 받아 TV에 연결, 시청할 수 있다.
훌루 주요 주주는 ABC 계열 방송사를 거느린 월트디즈니, 폭스계열의 21세기폭스, NBC 계열 NBC유니버설, 타임워너 등이다. 인터넷 미디어 등장에 위협을 느낀 미국 거대 미디어 기업이 연합해 만들었다.
훌루는 사업초기 이들 방송사가 만들어내는 콘텐츠로 TV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했다. TV 방영 후 일주일 뒤부터 5주간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당시에는 온라인으로 TV 프로그램 전체가 제공되는 경우는 드물었고 예고편만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훌루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는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최근 수년간 미국에서 유료방송을 해지하고 유료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TV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보는 시청자가 늘면서 훌루도 2010년 11월 부분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광고 없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내놓는 등 유료화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올 8월에는 무료 서비스를 종료하고 전면 유료화하기로 했다. 무료 스트리밍 프로그램은 야후가 운영하는 `야후 뷰`라는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에 인계했다.
훌루는 내년 또 한번 변신을 꾀한다. 일반 방송처럼 라이브 방송을 지원하는 온라인TV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ESPN과 디즈니 채널, 폭스와 ABC 등 케이블 업체와 실시간 방송서비스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렇게 되면 시청자는 유료 케이블 방송에 가입하지 않고도 스포츠, 뉴스, 대형 이벤트 등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훌루는 일부 채널을 패키지로 판매, 케이블TV를 일괄 계약하는 것보다 저렴하게 TV를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소비자는 원하는 시간에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언제 어디서나 감상할 수 있다. 주문형비디오도 보고 싶은 프로그램만 계약할 수 있다. 보는 만큼 요금을 지불하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시장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도 적극적이다. 콘텐츠를 제작사에서 구매해 제공하는 걸 넘어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스티븐 킹의 `11.22.63`을 기점으로 `The Mindy Project` 시리즈, `Chance` `Difficult People` `The Path` 등을 제작 중이거나 이미 방영을 마쳤다.
훌루 가입자는 현재 1200만명이다. 190여개 국가에서 8100만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넷플릭스에 비하면 크게 부족하다. 내년 실시간 방송으로 넷플릭스를 따라 잡겠다는 청사진이 결실을 거둘지 관심을 끌고 있다.
<훌루 현황>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