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리뷰┃‘대결’] 취권과 21세기의 만남, 익숙함을 독특함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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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결' 포스터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21세기 서울 한복판에 취권이라니. 수십 년 전 유행했던 무술이 과연 현재를 살고 있는 관객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 하지만 영화 ‘대결’은 ‘현피’(‘현실’과 상대방을 죽인다는 ‘Play Kill’의 합성어로, 실제로 만나 게임처럼 맞짱을 뜬다는 의미를 가진 신조어)라는 현실적인 소재와 과감한 액션신, 그리고 이주승이라는 배우의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이야기의 플롯은 간단하다. 철없는 취업준비생 최풍호(이주승 분)가 형(이정진 분)의 복수를 위해 취권 사부인 황 노인(신정근 분)를 만나 힘을 기른 후 용의자이자 절대 갑인 한재희(오지호 분)와 대결을 펼치는 것이다.

한재희는 겉으로 보기엔 성공한 CEO지만 실상은 ‘현피’ 중독자일 뿐이다. 그는 싸움에 미쳐 풍호의 도발에 쉽게 넘어온다. 한재희가 싸움을 할 때 쓰는 가면은 이면을 숨기고 있는 그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도구다.

이주승과 오지호는 체격 차이부터 극중 사회적인 위치까지 극명하게 대비되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아이에 가까운 풍호가 완전한 어른인 한재희를 때려눕힘으로서 카타르시스와 통쾌함을 불러일으킨다.

‘현피’와 SNS로 제3의 인물들과 소통하는 내용은 영화 ‘신촌좀비만화’나 이주승이 주연을 맡았던 ‘소셜포비아’가 떠오른다. 이주승은 이번 영화에서도 또 한 번 비슷한 느낌의 연기를 했는데, 지질하지만 마음 한 구석으로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런 현실적인 캐릭터를 또 누가 맡을 수 있을까란 생각을 들게 한다.

‘대결’은 이야기를 꼬지 않고 직진해 나간다. 수사물인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나 ‘성난 변호사’와 같은 느낌도 나지만 더 간단하다. 대신 액션 신이 극을 확실하게 끌고 간다. 신동엽 감독의 전작인 ‘치외법권’에서도 액션신은 많았지만 둔탁한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스펙터클하고, 취권이라는 옛 소재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훨씬 세련됐다. 신 감독 스타일의 신나는 힙합 음악에 맞춰 끊임없이 펼쳐지는 액션신들은 긴박감과 통쾌함을 자아내고, 취권 외에도 절권도ㆍ인도네시아의 전통 무술 실력 등을 보는 맛도 쏠쏠하다.

취권이 그저 싸움의 기술로만 이용되는 것은 아니다. 취권 사부인 황 노인은 한재희처럼 강한 것에 맞서려면 더 강한 것이 아닌 유연한 것이 필요하다고 알려준다. 취권은 다음 공격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상대편의 강함이 소용없어지는 것이다. 풍호는 황 노인과 취권을 수련하면서 무술 실력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도 성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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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결' 스틸

물론 전체적인 구성부터 ‘한 번 취해봤으니까 이제 깨서 세상 밖으로 나가라’는 메시지, 그리고 쏟아지는 빗속에서 슬로우 모션으로 상대방의 얼굴에 주먹을 내리치는 신까지 20년 전 영화 ‘취권’과 ‘인정사정 볼 것 없다’등에서 봤던 그림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흥행에 실패했던 신동엽 감독의 전작과 비교했을 때, 이번 작품은 그에 대한 편견을 깰만한 작품이다. 기성층에게는 21세기로 뛰쳐나온 취권으로 향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취권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는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독특한 액션 영화를 선물 받을 것이다.

감독의 전작과 후속작의 주인공인 임창정도 카메오 출연해 확실하게 재미를 주고 떠난다. 특유의 코믹한 애드리브는 깜짝 출연이라 더 빛난다. 오는 22일 개봉.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