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경영리더 SWOT 분석]<2>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개척형 경영자`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아버지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닦아 놓은 `탄탄대로`가 있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현대차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고급 수입차에 대응하기 위해 프레임 타입 후륜구동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개발을 지휘했고,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출범의 선봉장도 맡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모터스포츠`에 투자가 필요하다며 월드랠리챔피언십(WRC) 도전과 고성능차 `N` 개발에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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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정 부회장은 이와 같은 도전을 함께할 글로벌 인재 확보에도 나섰다. 기아자동차 사장 시절에 기아차 디자인을 한층 끌어올리기 위해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인 피터 슈라이어 영입을 위한 `삼고초려(三顧草廬)`는 유명한 일화다. 최근에도 미래 자동차 기술 개발을 위한 외부 인재 영입과 기술 협력에 앞장서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제네시스 브랜드 발표 현장에서 “이날을 위해 10년을 기다렸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현대차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출발이면서 현대차그룹이 한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안주하는 것은 현대차 정신이 아니다”고 역설했다. 본인이 그리는 현대차 미래 청사진을 공개한 것이다.

◇강점(Strength)…끊임없는 도전, 그리고 인재 욕심

정 부회장은 선대에서 50여년 동안 많은 업적을 남겼음에도 현대차그룹 역사에서 `최초`라는 수식어를 많이 듣고 있다. 그가 먼저 추진한 일은 `글로벌 현지화 전략`이었다.

정 부회장이 기아차 사장을 맡고 있던 2000년대 중반에 기아차는 해외 판매 비중이 79%에 이르렀지만 전체 생산차량 91%를 국내에서 제조했다. 환율은 기아차에 가장 큰 위협 요소였다. 현지 고객 입맛에 맞는 차량을 생산할 수 없어 기아차 해외 판매도 힘들어졌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최초 유럽 공장인 슬로바키아 공장과 미국 조지아 공장 건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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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슬로바키아 차체 조립 공장

투자 규모가 총 10억유로에 이른 유럽 공장 프로젝트는 기아차가 글로벌 브랜드로 성공할 수 있을지 기로가 되는 대규모 사업이었다. 정 부회장은 사업성 검토부터 시작해 공장 부지 선정, 슬로바키아 정부와 투자계약서 체결, 공장 건설, 부품회사 동반 진출, 투입 차종 개발, 주정부와 현안 문제 해결 등을 진두지휘했다. 미국 공장 프로젝트에서도 주정부 지원, 현대차 공장과 시너지를 종합 고려해 미국 조지아로 공장 부지를 선정하고 조지아 주정부와 투자계약서에 직접 사인했다. 이후 수차례 건설 현장을 방문, 현안을 세심하게 조율했다.

정 부회장은 인재 욕심으로 유명하다. 계획한 전략에 필요한 인재라면 회사 내외부를 가리지 않고 영입, 적재적소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 시작은 `디자인 기아` 전략의 핵심 인재인 `피터 슈라이어`의 영입이었다. 정 부회장은 기아차를 현대차와의 차별화를 위해 디자인 경영을 선택했고, 세계 3대 디자이너인 슈라이어를 영입하기 위해 독일로 직접 날아가 설득했다. 슈라이어는 2006년 기아차에 합류, 패밀리 룩인 `호랑이코 그릴`을 디자인하는 등 기아차 디자인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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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

지난해에는 알베르트 비어만 전 BMW `M`시리즈 연구소장을 현대차 고성능차인 `N` 브랜드 총괄 부사장으로 직접 영입했다. 그는 1983년 BMW에 입사해 30여년 동안 M시리즈를 비롯한 고성능차 개발에 주력해 왔다. 또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전 람보르기니 브랜드 총괄을 제네시스 전략 담당으로 영입했다. 그는 2006~2011년 람보르기니 마케팅을 총괄하며 시장 장악력을 높인 성과를 인정받아 현대차로 영입됐다.

이 밖에도 벤틀리 외장·선행디자인 총괄을 맡고 있던 한국인 디자이너 이상엽씨를 현대디자인센터 스타일링 담당 상무로 영입했다. 이 상무는 현대차와 제네시스 브랜드 차량의 디자인 전략·방향성을 수립하고 내외장 디자인, 색상, 소재 등 전 영역에 걸쳐 디자인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또 벤틀리, 부가티 등 초고가 브랜드에서 디자인 총괄을 맡은 루크 동커볼케를 현대디자인센터장으로 영입했다.

◇약점(Weakness)…PYL·아슬란 연속된 판매 부진으로 생긴 오점

정 부회장이 새로운 일에 많이 도전한 만큼 실패도 많았다. 대표 사례가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 만든 브랜드 `PYL`이다. PYL은 `Premium Unique Life`의 앞 글자를 따서 2011년에 만든 현대차 서브 브랜드다, i30 2세대 모델, 중형 왜건 `i40`, 3도어 스포츠 해치백 `벨로스터` 등 3개 차종이 여기에 속해 있다. 해당 차종 대부분이 해외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해치백, 왜건 등이다. 젊은층에게 소구하기 위해 정의선 부회장이 야심차게 준비한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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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PYL 브랜드 (제공=현대자동차)

PYL 브랜드는 출범 첫 해에 1만6605대 팔리며 부진했지만 2012년 i30와 i40 판매에 힘입어 85% 이상 성장했다. 하지만 2013년 이후 매년 판매량이 30~40% 이상 감소했고, 올해에는 8월까지 2611대밖에 팔지 못했다. i30은 PYL 브랜드에서 가장 높은 판매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세대 모델이 본격 판매되기 시작한 2012년에는 1만5000대 이상 판매됐고, 2013년에도 1만410대 팔렸다. 하지만 2014년 이후 판매량은 급감, 올해에는 8월까지 1064대 팔리는 데 그쳤다.

PYL 차종 판매 부진은 벨로스터와 i40도 마찬가지다. 벨로스터는 출시 첫 해인 2011년에 1만946대 판매 이후 단 한 번도 1만대 이상 팔리지 않았다. 올해 들어 8월까지 판매량은 505대에 불과했다. i40도 2012년에 1만341대 팔린 이후 매년 판매량이 절반가량 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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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전륜구동 고급 세단 `아슬란` (제공=현대자동차)

전륜구동 고급 세단을 지향한 `아슬란`도 정 부회장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광고, 마케팅까지 신경 쓴 차량이다. 현대차는 아슬란이 제네시스와 그랜저의 간극을 메우고 비슷한 차급의 수입차 고객을 유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패`였다. 월간 판매량이 1000대 이상 기록한 것은 대기업 임원 인사로 인해 법인 판매가 많은 12월부터 2월까지 3개월뿐이다. 그마저도 올해에는 100~200대 수준밖에 팔리지 않았다.

◇기회(Opportunity)…`제네시스·N` 새로운 현대차 서막

정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출범시켰다. 올 1월에는 `2016 북미국제오토쇼`에서 제네시스 북미 진출을 알리며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정 부회장이 사실상 처음으로 전면에 나선 것이다. G90(국내명 EQ900)과 G80으로 구성된 제네시스 브랜드는 국내 시장을 시작으로 최근 북미 시장에도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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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전문가들은 제네시스가 북미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미국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현대차 제네시스(DH)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0.7% 증가한 1만7385대를 기록해 미국 고급 중형차 시장에서 벤츠 E클래스(2만2458대), BMW 5시리즈(2만275대)에 이어 판매 3위에 올랐다. 가격 대비 높은 성능으로 고객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제네시스가 속한 고급 중형차 시장은 올 상반기 13만9533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2.1% 감소한 상황이었다. 판매 1위를 기록한 벤츠 E클래스 판매량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0.4% 줄어든 2만2458대였다. BMW 5시리즈는 2만275대 팔리며 14%가량 판매가 줄었다. 반면에 제네시스는 판매량이 소폭 상승, 고급 중형차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동기 대비 1.6%포인트(P) 증가한 12.5%를 기록했다. 이처럼 제네시스가 미국 시장에서 독일 명차와 대등한 경쟁을 펼치면서 최고급 차종인 G90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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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245마력 `i30N`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 레이스 출전 (제공=현대자동차)

정 부회장은 현대차 고성능 라인업인 `N`도 직접 총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3년 `남양연구소(Namyang R&D Center)`의 머리글자를 따 고성능 브랜드 N을 만들었다. 월드랠리챔피언십(WRC) 전용 브랜드인 `N`을 양산 차량에도 적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를 위해 BMW 고성능 브랜드 `M`을 총괄한 알베르트 비어만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비어만 부사장은 1983년 BMW그룹에 입사해 고성능차 주행 성능, 서스펜션, 구동, 공조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7년 동안 `BMW M 연구소장`을 지낸 고성능 차량 전문가다.

현대차는 고성능 라인업 `N`을 2017년 시장에 선보인다. 첫 번째 모델은 고성능 해치백 `i30N`이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도 400마력대 고성능 중형 세단 `G70`을 시작으로 전체 모델에 `N` 라인업을 추가할 계획이다.

◇위협(Threat)…순탄치 않은 경영 승계 과정

정 부회장은 재계 3세 가운데 유독 경영권 승계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해야 하는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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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정 부회장이 당당한 오너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에서 상당한 지분 변동이 필요하다. 현재 지배구조의 중추 역할을 하는 핵심 계열사에 대한 보유 지분은 현대차 2.28%, 기아차 1.74%에 불과하다. 그룹 지배구조상 최상단에 있는 현대모비스 주식을 1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시장에서는 정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경영권을 이어 받기 위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3.39%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모비스에 출자하거나 글로비스와 모비스를 합병해 모비스에 대한 지배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 다만 계열사 합병을 통해 경영권 승계와 순환출자 고리를 동시에 해소하는 방식에는 5조원이 넘는 비용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최소 비용으로 정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한편 앞으로 문제가 되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 지주회사 설립, 금융지주사 설립 등 다양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 생년월일 1970년 10월 18일(양력)

▲ 출신학교 및 전공

- 1989년 휘문고

- 1993년 고려대 경영학과 학사

- 199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대 경영학 MBA

▲ 경력

- 1994~ 현대정공(현대모비스 전신) 과장 입사

- 1999~ 현대자동차 구매실장

- 2002~ 현대자동차 국내영업본부 부본부장

- 2003~ 현대모비스 부사장

- 2005~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현 대한양궁협회 회장

- 2009~ 현 현대자동차 기획 및 영업담당 부회장

▲ 글로벌 경영활동

- 기아자동차 슬로바키아 현지 생산공장 프로젝트 주도

- 현대자동차 미국 조지아 현지 생산공장 프로젝트 주도

- 현대자동차 월드랠리챔피언십(WRC) 프로젝트 총괄

- 현대자동차 고성능 라인업 `N` 프로젝트 총괄

- 현대자동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총괄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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