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7 나오자 강경 선회…자국 산업 지키려 과잉 공세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의 갤럭시노트7 사용중지 권고로 삼성전자가 위기를 맞았다.
삼성전자는 `전량 리콜`이라는 초강수를 두며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지만, 미국 당국의 과도한 각종 대응에 논란이 재점화된 양상이다. 단순한 제품 문제 차원을 넘어 미국 정부의 자국 산업 보호 목적이 숨어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경쟁사인 애플이 아이폰7을 공개하는 시점과 맞물려 이런 분석이 한층 힘을 얻고 있다.
자칫 과거 소니와 토요타 사례처럼 치명타를 입을 수 있어 우려가 커졌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지난 4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차고 화재, 5일 플로리다주 차량 화재 등 갤노트7 관련 화재 신고가 이어지자 8일 기내 사용중지를 권고했다. 9일에는 미 소비자안전위원회(CPSC)가 갤노트7 사용중지를 권고하면서 유럽, 캐나다, 일본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국내 업계는 미국 당국 조사가 진행 중인 시점에서 사용중지 권고는 지나치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자국 산업을 위한 과잉대응 아니냐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자동차나 차고에서 스마트폰 배터리 연소로 화재가 발생할 확률이 높지 않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휴대폰이 자체 발화하려면 배터리 양극과 음극 물질이 합해져 열이 나야 한다. 그 에너지로 인해 LCD 액정이 찌그러지며 발화가 시작된다. 하지만 미국 창고와 자동차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갤럭시노트7의 모습은 이 같은 형태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실제로 리튬이온 배터리로 인한 화재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재료공학 분야 학술논문 `플라스틱용 인화성 핸드북(Flammability handbook for plastics)`에 따르면 스마트폰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 연소 시 온도는 90~120도 정도다. 셀로판지가 305도, 폴리우레탄은 350도에서 불이 붙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온도다.
배터리 업계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타는 순간 인화성 가스와 함께 이산화탄소도 나오기 때문에 화염이 유지되는 시간이 길지 않아 대형 화재로 이어질 확률이 낮다고 보고 있다.
조재필 UNIST 교수는 “지금까지 갤럭시노트7 사고로 드러난 것은 스마트폰 액정이나 배터리 부분이 탄 것이지 폭발한 적은 없었다”며 “제어장치가 있어 폭발이 일어날 수 없는데 미국이 좀 과한 조치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자·통신업계는 미국의 이번 사용중단 권고 목적이 소비자 보호뿐만 아니라 자국 전자산업 보호에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과거 소니 배터리나 토요타 리콜 사례처럼 `외국기업 때리기`에 삼성전자가 좋은 빌미를 제공했다는 해석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갤럭시S6로 미국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면서 애플과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어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린다. 애플이 아이폰7을 내놓았지만 갤럭시노트7만큼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병태 KAIST 교수는 “미국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든지 자국 기업에 유리하도록 정책을 펼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애플과 미국은 이번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일 뿐 보호무역까지 따질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에 대한 특별한 대응수단은 없기 때문에 삼성은 이번 사태를 빨리 극복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제품 재공급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고 소비자 혜택을 늘리는 쪽으로 마케팅을 강화해야만 영구적인 브랜드 불신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