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4주년 특집3-流](22)인공지능 딜레마 `저작권` 논란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가 얼마 전 이세돌 9단과의 바둑대결에서 승리하며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다.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직관과 통찰 영역에서 기계가 인간보다 우월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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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지난 6월 초에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쓴 시나리오가 영화로 나왔다. `선스프링`이라는 9분짜리 단편영화다. IT전문매체 아스테크니카가 유튜브에 공개한 이 영화는 현재 조회 수가 70만회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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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하는 가사만 넣으면 자동으로 음악을 작곡하는 `보컬로듀서`를 운영 중이다. 또 일본 메이지대학이 개발한 작곡 소프트웨어 `오르페우스`는 가사로 쓰일 몇가지 단어를 입력하면 곡을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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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분야에는 인공지능이 생각보다 빨리 파고들고 있다. LA타임스, AP통신 등 해외 유력 매체들은 이미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기자를 활용해 기사를 쓰고 있다.

LA타임스의 로봇기자 퀘이크봇은 지진이 발생하면 10분 안에 속보를 내보낸다. AP통신은 기업 실적 발표를 아예 로봇기자에게 맡겼다. 국내에서는 전자신문이 로봇기자를 이용해 하루 250개의 기사를 생산하고 있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인공지능의 능력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바둑과 기사작성은 물론 소설과 작곡 등 인간의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이 가능성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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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새로운 창작물을 생산하면서 세계는 두 가지 고민에 빠졌다. 인공지능이 작성한 기사나 그림·작곡 등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할 것인가, 인공지능이 창작을 위해 활용한 방대한 데이터에 대한 저작권은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라는 문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인공지능을 둘러싼 이 같은 법적 쟁점에 대한 해답은 아직 명확히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저작권법은 기본적으로 권리자와 이용자의 균형을 추구하는 법제도다. 저작권자의 이익뿐만 아니라 저작물을 공정하게 이용하는 권리도 함께 보호받아야하는 것이 저작권법의 취지다.

우선 인공지능이 사용하는 방대한 콘텐츠의 저작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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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영역을 넘볼 정도로 발달한 인공지능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빅데이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인터넷에 공개된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분석한다. 하지만 인터넷에 떠다니는 정보라 하더라도 타인의 저작물은 권리자의 이용허락을 받아야한다.

알파고는 바둑기사들이 둔 16만건 이상의 기보 데이터를 학습하고 분석했다. 학습할 바둑 빅데이터가 없었다면 알파고도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알파고를 만든 구글이 빅데이터에 대한 저작료를 냈다는 소식은 들은 바 없다.

한국 바둑 국수 출신 조훈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기보를 창작물로 인정해 저작권을 강화한 저작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조 의원은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바둑대결 이후 높아진 바둑에 대한 관심 때문에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사실 바둑계에서는 알파고가 바둑기사 기보를 공짜로 이용하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그렇다고 그런 주장에 힘이 실리지는 않았다. 기보에 저작권을 인정하면 인공지능이 만든 기보에도 저작권을 인정해야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열린 `IP 서밋 콘퍼런스`에서 정진근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공지능에 사용하는 빅데이터는 공익 목적이라는 점을 인정해 저작권을 최소화하는 방향이 국가적 추세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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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인공지능은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일본과 영국, 미국은 인공지능 지식재산권에 대한 준비가 빠른 편이지만 우리나라는 이제 막 법적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현재 저작권법에서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과 감정이 표현된 창작물`로 정의하고 있다.

창작을 중요시하는 현재의 대륙법계 저작권법으로 보면 인간을 저작자로 특정하고 있어 인공지능 저작권은 설자리가 없다. 하지만 재산적 이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영미법계는 인공지능 저작권 허용에 다소 너그러운 편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는 지난 6월 `인공지능의 법적 쟁점-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의 법률 문제를 중심으로`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인공지능이 만든 저작물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는 `현행법상 인공지능에 대한 지재권을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인공지능을 도구로 활용한 경우에는 소유자가 권리를 가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윤명 SPRi 박사는 보고서를 통해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저작물에 대한 법적 안정성을 위해 저작자나 발명자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는 입법이 필요한 단계”라고 지적하고 있다.

인공지능 창작물을 저작물로 인정하지 않으면 인공지능에 의한 창작활동이 위축되고, 결국 인공지능산업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견도 많다.

저작권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저작권 문제에는 사실상 딜레마가 있다는 입장이다. 인공지능이 사용하는 수많은 데이터에 저작권을 인정하면 결국 인공지능이 만든 창작물에 대해서도 저작권을 인정해야한다는 논리다. 이는 인공지능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쉽게 결론을 낼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특허청을 중심으로 인공지능의 저작권 및 특허권에 대한 법적 문제 연구에 나섰다. 특허청은 최근 `인공지능분야 산업재산권 이슈 발굴 및 연구`를 주제로 연구과제 용역을 발주했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최근 인공지능을 포함한 지능정보기술추진단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추진단은 향후 인공지능 저작권 등에 대해 부처 간 긴밀한 협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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