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사태, 최대 수출산업 전자업계 `직격탄`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국내 전자업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유럽과 함께 국내 전자제품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의 연말 쇼핑 특수를 앞두고 생산 차질과 납기 지연이 예상되는 가운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운항선박 128척 가운데 79척이 해상에 묶이면서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전자업계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까지 제품 납기 지연으로 인한 수출 주문 취소, 패널티 부과 등이 예상되고 있다. 대체 선박도 운송료 인상 요구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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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컨테이너선 (제공=한진해운)

가전 대기업 A사는 유럽 지역 수출 물량의 95%를 한진해운에 의존한다. 한진해운 선박 가압류 및 입항 거부로 수출품 납기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 A사는 앞으로 주문 취소, 납기 미준수로 인한 패널티 부과까지 예상된다며 울상이다. 대기업 B사 및 C사도 추수감사절, 블랙프라이데이, 성탄절 등 연말 성수기를 겨냥한 제품 생산과 판매에 차질을 빚고 있다.

중견·중소기업은 더 심각하다. 중견가전기업인 E사는 미주 지역 1개월 수출 물량 7개 컨테이너가 입항 거부로 하역이 불가능해지면서 납기 지연 패널티, 신용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중소가전기업 D사는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수출 물량 압류가 예상돼 항공 운반을 계획하고 있지만 물류비 상승으로 인한 적자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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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추수감사절, 블랙프라이데이, 성탄절 특수는 수출 기업의 연간 판매에서 30~50%를 차지할 정도로 연말 수요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9월은 중국, 베트남, 파나마 등 생산기지에 필요한 원자재 공급 등을 적기에 맞추려면 원활한 선적 운용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조성진 LG전자 사장은 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진해운 사태가 생각한 것보다 안 좋은 쪽으로 가고 있다”면서 “블랙프라이데이 등 프로모션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체 선박 확보도 쉽지 않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일본 주식시장에서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 선사들의 주가가 벌써부터 요동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체 선박을 찾고 있지만 운임을 지금보다 50%에서 최고 3~4배까지 요구하고 있다”면서 “특히 국정해운사에 대한 정책 협조 차원에서 한진해운으로 비중을 늘린 기업의 피해는 더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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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법정관리는 수출 기업의 물량 공급 차질이라는 당장의 피해뿐만 아니라 앞으로 신인도 저하 등 대외 피해도 예상된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한진해운 운송량 비중이 총 10%라고 하더라도 완제품 생산과 공급 차질은 이의 몇 배에 이를 것”이라면서 “생산 차질과 납기 지연 등은 수출 차질뿐만 아니라 막대한 지체상금 부담과 신인도 저하 등 여파도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는 TV 세탁기 등 가전,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은 치열한 경쟁 속에 있는 만큼 이번 사태를 조기에 해결되지 못할 경우 국제 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납품 타이밍이 중요한 전자제품 특성을 감안해 미국 등 주요 항구에 있거나 정박 예정인 제품의 하역, 운송이 빠르게 진행되도록 정부 대 정부 차원의 협치가 필요하다”면서 “새로운 선적 확보, 지나치게 급등하고 있는 운임비용 정상화 등 운송 문제의 근본 해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피해 기업에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4개 정책금융기관의 기존 대출·보증에 대해서는 원금 상환을 유예하기로 했다. 한진해운 구조조정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술력 및 사업성 있는 견실한 한진해운 협력업체, 중소화주에 대해 `특례보증`도 제공한다. 신보와 기보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확보한 구조조정 자금 8000억원(협력기업 3000억원, 민감업종 5000억원)을 활용, 지원할 계획이다.

금융 당국의 조사 결과 한진해운과 상거래 관계가 있는 협력업체는 총 457곳, 채무액은 약 64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은 402곳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김지혜기자

[표]한진해운 사태 전자산업 애로

△유럽, 미국 등 하반기 최대 시장 특수 피해

△원자재 확보 비상

△전반적 물류비용 3~4배 상승. 대체 수단도 미비

△수출 차질, 납기 지연으로 인한 신인도 저하. 고객 이탈

△중장기로는 세계시장 점유율 저하 우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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