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보통 작품에서 어느 한쪽이 뛰어날 경우 다른 한쪽에는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하지만 ‘굿와이프’는 배우, 극본, 결말 모두 굿(Good)이었다.
tvN 금토드라마 ‘굿와이프’는 시청자들의 호평 속에 지난달 27일 막을 내렸다. 화려한 배우진의 이름값 돋보이는 연기와 몰입도 높은 스토리, 예상을 뒤엎고 감탄을 나오게 하는 결말까지 삼박자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 굿 액터(Good Actor)
전도연과 유지태. 이 두 사람만의 이름만으로도 ‘굿와이프’ 배우진의 무게감이 어떤지 느낄 수 있다.
11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전도연은 평범한 주부에서 15년 만에 변호사로 변신한 김혜경 역을 맡아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연기력을 뽐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배우지만 전도연은 여전히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부족한 점을 고치려 노력 중이다. 그는 지난달 2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 발음이 전달력이 약한 줄 몰랐었다”며 “대사를 할 때 감정 전달은 나쁘지 않은데 사건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많이 부족했었다”고 자기 반성하며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KBS2 ‘힐러’ 이후 약 1년 반 만에 드라마에 출연한 유지태도 선과 악이 공존하는 캐릭터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그가 극 중 맡은 역할인 이태준은 아내와 가족을 사랑하면서도 본인의 야망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유지태는 자신에게 주어진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일명 ‘쓰랑꾼’(쓰레기+사랑꾼)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이 밖에도 대선배 전도연과도 자연스러운 멜로 연기를 선보인 윤계상을 비롯해 첫 연기 도전이었지만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나나 등 주ㆍ조연 가릴 것 없이 모든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였다.
◇ 굿 스토리(Good Story)
‘굿와이프’ 원작인 미국 CBS ‘굿와이프’는 지난 2009년 방송을 시작해 일곱 번째 시즌까지 나왔을 정도로 인기를 모은 작품이다.
‘굿와이프’는 잘 나가는 검사와 결혼한 후 법조인의 꿈을 접고, 가사에 전념했던 한 여성이 변호사로 복귀하면서 에피소드를 풀어가는 스토리 및 극 전개 방식, 캐릭터 설정 등이 원작과 흡사하다.
제작진은 원작을 충실하게 반영하면서도 한국 시청자들의 정서에 맞게끔 디테일한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법정에서 배심원이 없는 부분을 김혜경(전도연 분)과 연관된 사건들로 꾸미거나, 국민 참여 재판 형식으로 풀며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다. 또, 원작에는 없는 15년 전 김혜경과 이태준(유지태 분)의 교통사고 이야기를 추가하면서 보다 짜임새 높은 스토리를 선보였다.
‘굿와이프’ 등장인물들은 각자 숨은 사연 및 비밀과 약점들을 갖고 있어 보편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완전히 착한 캐릭터는 아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입체적인 각 캐릭터들을 모두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굿와이프’ 연출을 맡은 이정효 PD는 “배우들의 해석을 많이 받아들여 원작 캐릭터와는 많이 달라졌다”며 “배우들에게 ‘굳이 원작을 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었다”고 전했다.
◇ 굿 엔딩(Good Ending)
‘굿와이프’의 마지막 회를 끝까지 지켜본 시청자들은 아마 뒤통수를 세게 한 대 맞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이 드라마의 엔딩은 기존 국내 드라마에서는 거의 볼 수 없던 성격의 열린 결말이었다.
이태준은 아내에게 이혼 의사를 접어달라고 부탁했지만 김혜경은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해봐”라고 대답하며 남편의 청을 거절하는 듯 했다.
그러나 3개월 후 이태준의 국회의원 출마 기자회견에는 김혜경이 함께 등장했다. 두 사람은 이혼 대신 서로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한 쇼윈도 부부를 선택했고, 아무렇지 않은 듯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으로 드라마는 끝났다.
권선징악 결말에 익숙한 국내 시청자들은 아마 김혜경이 이태준에게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사는 모습을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극본을 맡은 한상운 작가는 김혜경이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며,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제작진은 “원작은 총 7시즌, 약 160개의 에피소드로 완결됐고, 우리는 시즌3 중간쯤 내용으로 마무리했다”며 “원작을 봤던 분들에게는 같은 듯 다른 재미가, 보지 않은 분들에게도 눈여겨볼만할 결말이라 생각하기에 시즌2를 향한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는 것 같다”고 설명하며 시즌2를 넌지시 암시하기도 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meanzerochoi@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