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전기차 시대 예상보다 빨리 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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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전기자동차는 전체 자동차 150대 중 한 대에 불과했다. 친환경 자동차로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는 얘기다. 비싼 가격과 부족한 충전인프라, 배터리 용량 한계 등이 확산 걸림돌이다. 그러나 향후 몇 년 내에 이런 걸림돌이 해결되면서 전기자동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2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반인이 예상하는 것과 달리 빨리 전기자동차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기술 변화가 급속하게 이뤄져 제조원가가 낮아지고 충전시설이 급속 확충되면서 퀀텀점프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란 예상을 내놨다.

가장 큰 변화는 배터리다. 현재 일반 전기차는 최근 3만달러 정도이며 한번 충전에 100마일(160㎞) 정도를 달릴 수 있다. WSJ는 1년 안에 비슷한 가격으로 주행거리가 배 이상인 제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테슬라가 내년 출시예정인 모델3는 3만5000달러(보조금 제외)에 200마일 주행거리를 자랑한다. 현재 일반 가솔린 자동차 평균가격은 3만3000달러다. GM도 올해 말 3만7500달러 볼트EV를 판매한다. 볼트EV는 주행거리가 200마일이다. 이 정도면 전기자동차 구입희망자가 우려하는 주행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WSJ은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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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S`

가솔린과 전기를 융합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인기도 전기차 구입문턱을 낮춘다. 대부분 PHEV 운전자는 가솔린 모드 보다는 전기모드를 사용하고 있다.

스티브 마조로스 GM마케팅 매니저는 “볼트 PHEV 주행 마일리지 중 65%가 전기모드였다”며 “운전자가 전기모드에 익숙해지고 만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GM 볼트PHEV는 한 번 충전에 53마일을 달릴 수 있는데 출퇴근용으로 충분한 주행거리여서 인기를 얻고 있다. 결국 PHEV가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앞당기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WSJ는 예상했다.

업계 경쟁도 대중화 촉매제다. 폭스바겐은 2015년까지 모든 차량을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로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BMW도 비슷한 약속을 했다. 현대는 2020년까지 8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토요타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 프리우스의 주행거리를 2배가량 늘릴 계획이다.

충전소 확대도 전기차 보급을 앞당기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 세계 최대 전기차 충전소를 갖춘 차지포인트의 파스퀄 로만코 최고경영자(CEO)는 “메이저 자동차 회사는 모든 것을 전기화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차지포인트는 약 3만개 충전소를 확보했다. 미국 가솔린 주유소가 9만개인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충전소는 일반 주유소에 비해 투자비용이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에 급속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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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볼트EV`

잡화점 프랜차이즈인 하이비는 앞으로 새로 짓는 가맹점에는 충전소를 필수적으로 설치할 예정이다. 현재 42개 가맹점이 점포당 4개 충전기를 갖추고 충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충전시간은 충전기와 차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3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린다. 이 시간동안 식당 등 부대시설 이용이 가능해 대형 휴게소와 쇼핑몰은 충전시설 설치가 부가 매출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 직장에서도 충전시설 설치가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직장에 충전소를 설치한다면 전기차 판매는 20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스마트폰만큼 빠르게 가솔린차가 전기차로 교체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인은 평균 차량보유기간은 11년이다. 차량을 교체할 시기가 되면 전기차가 구입할만한 가격과 주행거리에 도달했을 것이라는 전문가 예상이다.

파괴적 기술은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변화는 갑작스럽고 동시에 찾아온다.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전기차는 조용하게 천천히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곧 가솔린차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WSJ는 전망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