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방송 View] SBS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 모험과 도전 사이에서 일어난 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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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연기력은 2차 문제였다.

지난 22일 공개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SBS 드라마 ‘엽기적인 드라마’의 신인 배우 김주현이 하차하고 배우 오연서가 새 주연으로 낙점됐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이후 하루 만인 23일 오연서와 같은 소속사 배우 김윤혜가 여주인공으로 발탁됐다는 기사가 났다.

‘엽기적인 드라마’ 제작진은 “김주현은 하차하는 것이 아니다. 오연서에게 출연 제안이 간 것은 맞다. 김윤혜에 관해서는 아직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다. 하지만 확정된 사실은 아무것도 없다”라며 기존의 보도 내용을 일축했다.

'엽기적인 그녀'는 원작 영화와 달리 사극 장르로 2017년 새롭게 대중을 찾을 예정이었다. 이와 함께 신인 여주인공 ‘그녀’를 찾기 위한 대대적인 공개 오디션에 나서며 전면 홍보에 나섰다. 지난 6월 1800:1의 경쟁률을 뚫고 지난달 29일부터 30일, 양일간 진행된 2차 오디션에는 89명의 ‘그녀’ 지원자들이 선발됐다. 

유명 원작 영화를 기반으로 한 타이틀이 무색하게 그들이 건 그녀의 조건은 간단했다. 톱 배우가 아닌 ‘신인’이어야 한다는 것. 이 대목에서 탈이 났다.

‘엽기적인 그녀’ 관계자는 “100억이 넘는 프로젝트 드라마다 보니 주연 여배우 교체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거 같다. 새로운 인물로 주연을 내세우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한국, 중국, 일본에서 동시 방송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오디션으로 신인 여배우를 선발한 것은 좋은 의도의 시도였고,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생긴 것 같다.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엽기적인 그녀’의 그녀 심사 기준은 사극 대사 소화력을 포함한 종합적인 연기력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이에 외모와 스타성을 조합해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심사가 진행됐다. 심사위원이 매긴 점수를 합산해 최종 10명 중 김주현이 선발됐다. 이에 각 언론에서는 스케일이 큰 드라마에 신인 여배우를 내세운 것에 대한 우려의 눈길을 보냈다.

하지만 영화 ‘은교’의 김고은, ‘인간중독’의 임지연 등 연기 경력이 전무후무한, 혹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신인 여배우를 주연으로 내세워 큰 흥행과 동시에 여배우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기대해 볼 만한 승부라는 시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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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드라마 측은 100억의 돈이 투자된 만큼 연일 공개 오디션 및 투표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더불어 드라마 업계 관계자들과, 신인 배우들에게도 새로운 장이 열리는 듯 했다. 공개 오디션에 나오는 기획사가 없는 도전자들을 눈여겨 본 뒤 따로 공 들이지 않고 신인 연기자 캐스팅을 할 수 있다는 메리트 때문이었다.현재 배우시장에서 여배우는 넘쳐나지만 주목할 만한 배우는 많지 않다. 오디션을 통해 가능성이 잠재돼있는 신인배우 또한 발굴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지난 6월 ‘엽기적인 그녀’ 관계자는 “신인 여배우를 뽑는 목적은 현재 젊은 여배우들의 범위가 좁고 이 때문에 여배우의 역할도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다소 모험을 하더라도 신인 여배우에게 파격적인 기회를 줘서 드라마 제작 환경에 선순환을 안기고자 한다”고 전했다.또 “아무리 좋은 옥석이어도 집 안에 꽁꽁 숨겨놓으면 그 가치를 남들이 알 수가 없다. 공개 오디션으로 과정을 오픈하며 신인들의 끼와 재능을 어필하고, 나아가 드라마 홍보에도 도움을 주기 위한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드라마 촬영이 시작되기도 전 캐스팅 논란으로 얼룩졌다. 신인 배우를 주연으로 출연시킬 경우 출연료 등에서 상당한 절약 효과를 볼 수도 있기에 제작비 측면에서 유리한 점도 있었지만 드라마 제작진과 출연 배우들은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해야 했다.

연기 경력, 현장 경험이 부족한 신인에게 베테랑 연기자, 제작진들을 따라갈 수 있는 역량을 갖췄는지가 관건이었지만 이는 부차적인 문제였다. 제작진 혹은 대중의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누군가는 그 리스크를 감수하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여주인공 공개오디션은 현재까지 신의 악수로 작용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도전과 모험은 좋고,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이는 당연히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피해자가 하소연할 곳도 없는 소수, 을의 입장이라면 문제가 있다.

‘돈’이 걸린 문제였고 어느 누구도 제작과 여주인공 캐스팅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엽기적인 그녀’ 제작진은 대중에게 여러 긍정적인 면을 앞세워 대대적으로 신인 여배우를 여주인공으로 세울 것을 홍보했고, 출연시키기로 약속했다.

적지 않은 돈이 투자된 터라 드라마가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 2017년 방영 예정인 드라마는 뚜껑을 열었을 때 재미있고, 배우들의 연기력도 문제가 없다면 이 논란은 모두 언제나 그랬듯 수그러들 것이다. 하지만 이미 한 번의 ‘신뢰’가 깨졌기 때문에 썩 기분 좋은 마음으로 드라마 첫 회를 시청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historich@enter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