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특허 침해를 이유로 삼성전자를 제소한 애플이 오는 10월 열리는 미국 연방대법원 최종심에서 이기면 오히려 더 큰 걱정거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급심에서 삼성에 지불하라고 명령한 배상액 규모가 적절한지를 따지는 이번 판결에서 “디자인이 제품 판매에 기여한 정도만 떼어놓고 배상액을 산정해야 한다”는 삼성 주장을 대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애플도 현금을 노린 `디자인특허괴물` 공세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애플도 디자인특허괴물 공세에 노출될 가능성”
지식재산(IP) 전문매체 IP워치도그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애플이 오는 10월 11일 연방대법원에서 열리는 삼성과의 디자인특허 침해소송 상고심에서 승소하면 장기적으로 후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은 연방대법원이 애플 손을 들어주면 앞으로 막대한 배상액을 노리는 디자인특허괴물이 출현할 가능성이 크고, 애플 역시 이들의 공세를 비껴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은 비록 미국은 아니지만 이미 중국 베이징에서 생산설비도 없는 한 업체 디자인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일부 제품 판매금지 조치를 당했다.
삼성은 이번 상고심에서 “디자인이 제품 판매에 기여한 정도에 한정해 배상액을 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예정이다. 갤럭시 등 자사 제품이 애플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는 점을 인정해도 “제품 전체 이익에 근거해 배상액을 도출해야 한다”는 애플 주장은 과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상고심이 삼성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면 삼성은 애플에 배상한 5억4800만달러 중 상당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美 특허법 289조 개정되나
현재 업계 관심사는 배상액 규모보다는 배상액 산정 근거인 특허법 289조 자체다.
상고심이 해당 조항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침해소송 배상액 산정법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대법원에서 법 조항을 엄격하게 적용해 애플 주장을 받아들이면, 앞으로 특허 침해자가 제품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한 특허를 보유한 특허권자에게도 막대한 배상액을 지급해야 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특정 업체가 여러 특허권자의 특허를 침해하고 이에 따라 각 사건별로 막대한 배상액이 책정되면 배상액 합계가 전체 수익을 넘어서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미 법무부가 지난 6월 대법원에 특허괴물이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며 삼성을 지지하는 의견을 제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제품 하나에 적용되는 특허만 해도 수천 건인 현재 산업 환경을 고려하면 수십년 전 만들어진 해당 법 조항은 유연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상고심 이후 미 의회가 법 개정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애플과 삼성의 상고심을 앞두고 IT와 디자인 업계가 법원에 제출한 법정의견서만 해도 모두 27건이다. 이번 상고심에 쏠린 업계 관심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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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종 IP노믹스 기자 gjg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