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금융계열사인 삼성증권 지분을 추가로 매입한다. 금융지주 전환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삼성생명은 18일 이사회를 열고 금융 계열사인 삼성증권 지분 8.02%를 매입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은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증권 지분 전량인 613만2246주를 2343억여원에 취득할 예정이다. 취득 예정일은 금융위원회의 자회사 소유 승인을 받은 날의 다음 날이다. 취득 후 지분율은 19.16%가 된다.
업계는 삼성생명의 금융 계열사 지분 인수가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고 있다.
금융지주회사가 되려면 금융 자회사 지분을 30% 이상(비상장사는 50% 이상) 보유하고 최대주주 지위를 가져야 한다. 삼성생명은 올해 1월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전량을 사들여 지분 비율을 71.86%까지 끌어올렸다. 삼성생명은 삼성자산운용 지분 98%도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삼성화재와 삼성증권 보유 지분은 30%에 미달하지만, 최대 주주 자격은 갖고 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감안하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은 더욱 고조될 것이란 관측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대선 준비가 본격화되면 야당은 물론 여당도 대선 쟁취를 위해 다소 급진적인 법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고 현재 야당이 국회를 과반수 이상 차지했다는 점에서 지배구조개편을 무한정 미루기도 힘들어 보인다”며 “올해 삼성의 현안인 삼성에스디에스 인적분할, 삼성중공업 유상증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이 무사히 마무리되면 이후 삼성전자 분할 등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20대 국회에서 야당이 재벌기업의 지배구조 법안을 발의한 가운데 재벌을 대표하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업계에서 삼성생명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는 것은 삼성생명의 금융 중간지주 전환과 함께 삼성그룹 지배구조 `큰 틀`에 윤곽이 잡힐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융은 삼성생명 중심으로, 전자 등 실물 사업부문은 전자와 통합 삼성물산 중심으로 이원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해결 과제도 남아 있다. 통합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생명 지분 19.3%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2%를 어떤 형태로든 정리해야만 명백한 지주 체제로의 실질적인 전환이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삼성 사업재편이 결국 금융중간지주회사법 입법과 맞물려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삼성생명이 보유한 금융계열사 지분 현황
자료:전자공시시스템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