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한국 수출, 체질 개선으로 활로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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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수출 부진이 심상치 않다. 2014년 사상 첫 무역 1조달러 달성 직후 2015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19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가 이어졌다. 이는 우리나라가 수출을 시작한 이후 역대 최장 기간에 이르는 불명예 기록이다. 최근 수출 부진은 유가 하락과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주력 수출 품목인 석유화학, 철강, 조선 부문의 단가 하락과 수주 부진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실상 수출을 떠받치던 휴대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자동차 수출도 동반 부진에 허덕였다. 대외 여건 악화와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동시다발로 이어진 것이다. 정부가 수출 품목, 시장, 주체 등을 혁신하고 신성장 동력 발굴과 주력 산업의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 수입 규제와 비관세장벽도 날로 강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8월을 기점으로 수출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반전 흐름을 이어 가기 위해 장기간 이어진 수출 부진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비관세장벽 등을 극복할 전략 마련이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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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20%에 육박하던 수출 감소폭이 줄어들고 신흥 시장 진출이 본격화하는 등 수출 회복을 위한 기틀은 마련했다. 8월은 수출 증가세 전환의 1차 시험대가 될 것이다.”(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대 최장 기간이 이어지고 있는 수출 부진이 터널의 끝을 지나고 있다. 정부는 이달에 기나긴 수출 감소세가 끝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짐도 좋다. 이달 10일까지 수출액은 9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수출이 15.2% 급감한 기저효과도 작용하지만 조업일수 회복과 주요 품목 단가 회복도 긍정 요인이다.

박진규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8월에는 유가 변동이 변수가 되겠지만 액정표시장치(LCD)와 철강 등 일부 품목 단가가 회복되고, 조업일수 회복과 지난해 기저효과 등으로 수출 턴어라운드를 기대한다”면서 “그동안 단가 하락이 수출 전체를 끌어내리는 작용을 했지만 이 같은 추세가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청신호”라고 평가했다.

수출 단가는 지난 6월 한시지만 상승 반전을 했다. 7월에는 유가 하락과 공급 과잉 여파로 석유제품, 석유화학 중심으로 단가 하락세로 전환됐지만 하반기 들어 기대감을 품게 했다.

실제 디스플레이 패널은 지난달 -19.2%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출 감소율을 기록했다. 올 1월 30%가 넘는 감소폭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두드러지는 회복세다. 이는 LCD 패널의 단가 하락 폭이 축소되고 TV와 스마트폰용 OLED 수요 확대에서 기인했다. 자동차 수출도 8월 들어 플러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액 기준으로는 우리나라 수출이 극심한 부진에 허덕이는 것으로 보이지만 물량 기준으로는 크게 낙담할 수준이 아니다. 수출 물량은 최근 1년 새 6개월이나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또 올 2월 수출 물량은 1584만톤으로 지난해에 비해 11.3%나 증가하기도 했다.

일평균 수출액도 점차 회복세를 기록하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달 조업일수와 선박 수출 등 일시 요인을 제거한 일평균 수출 감소율(-1.6%)이 올해 들어 최소치를 기록하는 등 수출 회복 기반은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제 이 같은 수출 턴어라운드 조짐을 지속해 갈 주력 산업의 체질 개선과 수입 규제, 비관세장벽에 대한 정밀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정승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주요 수출 품목들은 전 세계의 수요 부진 속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치킨게임 이후 경쟁국과 격차를 확대하고 새로운 수출 성장 동력을 발굴, 체질 개선을 지속 추진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