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변리사법 시행령 개정안과 밥그릇 싸움

특허청 변리사법 시행령 개정안(이하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이 여전하다.

특허청은 올해 들어서만 무려 세 차례나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과 관련된 변리사, 변호사, 특허청 등 3자 이해 당사자 간 갈등 간극은 한 치도 좁혀지지 않았다. 저마다 업계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만 속내는 밥그릇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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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청이 개정안을 올해 처음 입법예고한 시점은 4월이다. 지난 4년 동안 숱한 논쟁과 진통을 거쳐 탄생한 개정안이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당시 변리사 현장 연수 기간을 10개월로 정한 개정안은 세상에 빛을 본 지 2개월여 만인 6월 특허청이 법무부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5개월로 쪼그라들었다.

표면상의 움직임은 없었지만 변호사협회 압력이 반영됐다는 게 업계의 분위기다. 변호사업계는 변호사 자격 취득과 동시에 특허소송도 할 수 있는 변호사를 별도로 1년 동안 실무 수습을 시키고자 하는 것은 인력 및 물자 낭비라는 입장을 보여 왔다. 부처 협의안이 발표되자 변리사회는 특허청이 수정안에 대해 전혀 협의하지 않았다며 대규모 항의 집회까지 열며 강하게 반발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이번에는 규제기획위원회가 변리사회 달래기에 나섰다. 변리사법 개정 취지가 변리사의 전문성 강화인데 법무부와 합의한 개정안은 변리사 현장 연수 기간을 너무 많이 줄였다며 특허청에 현장 연수 기간을 늘리도록 권고했다.

지난달 특허청은 개정안을 다시 내놨다. 달라진 게 별로 없다. 변리사 현장 연수 기간만 딱 1개월 늘렸다.

논란은 더 커졌다. 변리사 현장 연수 기간뿐만 아니라 특허청 집합 교육 및 현장 연수 기관을 특허청 또는 특허청이 고시하는 기관으로 정한 게 문제였다. 현재 집합 교육과 현장 연수 기관은 변리사협회로 돼 있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특허청과 대한변호사협회로 확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파이를 키우려는 변호사 업계와 기득권을 지키려는 변리사업계 간 신경전이 치열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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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리사법은 발명가의 권익 보호와 산업재산권 제도 및 산업 발전을 위해 만들어졌다. 법 제정의 취지가 변호사와 변리사 업계 간 밥 그릇 싸움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법 시행 기관인 특허청도 더 투명하고 객관성을 갖춘 잣대로 법을 만들어야 한다. 누더기가 된 개정안이 누구를 위한 법인지 초심으로 되돌아가야 할 때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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