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윤효진 기자] KBS2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는 올해 상반기 대기록을 세운 KBS2 ‘태양의 후예’를 이을 상반기 기대작 중 하나였다. 기대가 컸던 탓이었을까. 시청자들의 실망은 배로 다가왔다.
배우 김우빈과 배수지의 만남만으로 화제성을 책임졌고, ‘상두야 학교가자’,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 죽일놈의 사랑’, ‘고맙습니다’ 등을 집필한 이경희 작가의 2년 만에 작품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7월 6일 첫 방송된 ‘함부로 애틋하게’는 총 20부작으로 지난 4일 극의 절반을 넘어섰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1회 시청률 12.5%를 기록한 ‘함부로 애틋하게’는 3회부터 점차 하락세를 보였고, 10일 방송된 11회는 7.9%로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동시간대 방송되는 MBC ‘W’는 ‘함부로 애틋하게’ 보다 2주 늦게 시작했지만 방송 3회 만에 ‘함부로 애틋하게’를 따돌리며 수목극 1위를 수성했다.
이경희, 송재정 작가의 맞대결뿐만 아니라 절친으로 알려진 김우빈 이종석, 배수지, 한효주와의 대결도 시청자에겐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였다. KBS는 지난해부터 ‘함부로 애틋하게’ 홍보에 사활을 걸었을 정도로 KBS 드라마국의 자존심을 지켜줄 것이라 장담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시청자들은 뻔한 멜로드라마인 ‘함부로 애틋하게’ 보다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서스펜스 멜로드라마인 ‘W’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경희 작가는 멜로드라마의 대모라 할 정도로 절절한 남녀 주인공의 사랑과 따듯한 가족애를 작품에 녹아냈었다. 그의 최근 작품인 ‘참 좋은 시절’(2014년) 또한 이경희 특유의 가족애와 사랑의 가치를 다루며 주말 안방극장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무엇이 문제였을까. 집필한 모든 드라마가 시청자의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이경희 작가만의 아이덴티티가 강했지만 ‘함부로 애틋하게’는 사전제작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줄거리가 예측되는 뻔한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진을 빼고 있다.
먼저 ‘함부로 애틋하게’는 뻔하고 복잡한 인물관계로 엮여 있다. 최현준(유오성 분)과 신영옥(진경 분) 사이에서 태어난 신준영(김우빈 분)은 최현준과 이은수(정선경 분) 사이에서 태어난 최지태(임주환 분)은 노을(배수지 분)을 사랑한다. 형제가 한 여자를 사랑하는 진부한 소재와 더불어 출생의 비밀까지 담겨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어린시절 가난하게 살아왔던 노을의 부친인 노장수(이종원 분)은 윤정은(임주은 분)의 뺑소니로 사망했고, 이를 최현준이 자신의 신분을 위해 감췄다. 윤정은은 현재 최지태의 피앙세로, 신준영-노을-최지태와 사각관계에 놓인 인물이다.
이만해도 충분히 복잡하지만, 이경희 작가는 인물관계를 한 번 더 꼬았다. 최현준의 아들인 신준영과 최지태는 한 여자를 사랑한 것도 모자라, 노을 아버지의 죽음을 감춘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심지어 최준영은 노을이 방송국에 최현준의 사생활을 폭로하려 하자 아버지를 지켜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세워져 있던 오토바이를 훔쳐, 노을의 손에 들려있던 usb를 뺏었다. 이로 인해 노을은 교통사고를 당했다.
자책감을 느낀 신준영은 검사의 꿈을 포기하고, 연예인이 됐다. 이런 신준영의 모습에 신영옥은 아들과의 연을 끊고 살게 됐다. 신준영은 갑작스레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됐고 노을과 재회하게 됐다. 연예인과 PD가 돼 다시 만난 신준영과 노을은 비밀 연애를 시작했다.
엮이고 엮인 이 복잡한 관계는 절절한 멜로드라마보다 신파극으로 흐르게 됐다. 10회 동안 복잡한 인물관계만 소개하며 시청자들의 진을 뺀 것이 흥행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다.
또한 종영까지 10회를 남겨두었지만, 후반부 스토리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특히 ‘함부로 애틋하게’는 ‘미안하다 사랑한다’와의 줄거리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에서 진부함을 느끼게 한다. 12년 전 멜로드라마의 감성이 2016년에도 통할 것이라는 KBS의 자부심이 놀라울 정도다.
시청자들은 동시간대 방송 중인 ‘W'의 신선한 소재에 마음을 뺏길 수밖에 없다. 타임슬립 소재로 이미 케이블 채널 tvN ’인현왕후의 남자‘, ’나인‘을 통해 인정받은 송재정 작가는 ’W‘를 통해 시공을 초월한 사랑을 그려내며 판도를 뒤집었다.
‘태양의 후예’를 통해 기선제압한 KBS는 ‘함부로 애틋하게’의 추락에 당황한 모양새다. 톱 배우라 할 수 있는 김우빈과 배수지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한 자릿수 시청률을 유지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사전제작으로 이미 촬영까지 모두 마친 ‘함부로 애틋하게’는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태나 마찬가지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윤효진 기자 yunhj@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