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중소기업 `스카이미디어` TV를 구매한 직장인 A모씨는 얼마 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TV가 고장 나서 수리를 요청했지만 3주가 지나도 감감무소식이었다. 다행히 고장 난 TV를 수거해 갔지만 며칠 뒤 보낸 물건이 그대로 반송돼 돌아왔다. 이후 `스카이미디어가 파산, 더 이상 사후관리(AS)가 불가하다`는 문자를 받았다.
보급형 TV와 무안경 3D TV를 제조하던 스카이미디어의 대표이사가 검찰 조사를 받고 기업도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등 경영난에 빠졌다.
스카이미디어는 지난 2004년 설립한 회사로 2013년에 매출 61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유럽법인을 설립하면서 지속 성장해 왔다. 하지만 급격한 경영난으로 현재는 공장과 홈페이지를 폐쇄하고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회사 내부로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60명이던 직원은 10명 안팎으로 줄었다. 유럽법인은 폐쇄 절차를 밟고 있다. 대표이사는 횡령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얼마 전부터 회사가 어렵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갑자기 이렇게 될지 몰랐다”면서 “최근 중소 유통업체들이 중국산 제품을 들여와 초저가로 파는 탓에 기존 업체들의 회사 운영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스카이미디어가 기업 운영에 차질을 빚으면서 제품을 구입한 고객뿐만 아니라 온라인몰을 통해 구입 예정인 고객까지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스카이미디어 공식 온라인 몰은 문을 닫았지만 G마켓과 11번가 등 오픈마켓을 통해서는 제품을 계속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또 다른 중소 TV제조사 엘디케이가 파산한 데 이어 올해 스카이미디어의 경영난까지 중소 TV제조업체가 흔들리면서 업계 이미지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엘디케이 파산 후 해당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AS를 이용하지 못해 사설업체를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스카이미디어도 AS 부실로 한 포털사이트에서 `스카이미디어 안티 유저 카페`까지 개설될 정도다.
스카이미디어 관계자는 “파산 관련 문자는 직원 구조조정 과정에 있은 해프닝”이라면서 “현재 회사가 어려움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파산한 것은 아니며, 문제가 된 TV는 고객과 1대1 응대을 하며 새로운 제품으로 교환해 주고 있다”고 해명했다.
국내 중소 TV제조사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가격 외에 뚜렷한 장점이 없는 상황에서 중국산 TV가 대거 유입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산 TV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데다 UHD와 커브드 등 고급형 제품까지 라인업을 구성, 국내 중소 TV 제조사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중국산 TV는 하반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어 국내 중소 제조사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TV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TV는 전체 TV시장에서 볼 때 작은 영역이지만 이마저도 중국산 TV가 가격과 서비스를 앞세워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다”면서 “하반기에 중국 업체가 신제품을 출시하면 시장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